4차 산업 혁명을 이끌 핵심 기술로 블록체인이 주목받고 있다.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분산형 구조가 새로운 신뢰 검증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금융, 유통, 공공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콘텐츠 산업계는 이 신기술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크리에이터가 창작한 콘텐츠의 안정적인 순환과 정직한 수익의 발생 그리고
단순한 일자리의 파생을 넘어 새롭고 무한한 창직의 세계까지
넘볼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블록체인이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쉽게 말해 잘 믿을 수 없는 당사자끼리 서로 완벽하게 신뢰할 수 있게 도와주는 ‘신뢰를 만드는 프로토콜’이다. 기존에는 이 신뢰관계를 만들기 위해 중간에 보증할 사람이나 기관을 두고, 수수료 형태로 대가를 지불했다.
음원 유통 시장을 예로 들어 살펴보자. 현재 문화체육관광부가 정한 음원의 저작권료 분배 비율은 유통사가 40%, 제작사 44%, 저작권자 10%, 실연자가 6%다. 음악 생산자인 가수보다도 더 많은 수익을 유통사와 제작사가 받는다. 소비자와 가수 간 음원 거래 신뢰를 보증하는 기관으로서 거래 중간에서 높은 수수료를 챙긴다.
블록체인은 이런 음반 산업의 거래 흐름을 바꿀수 있게 도와준다. 유통사와 제작사처럼 보증하는 기관이나 사람이 없어도 당사자끼리 직접 믿고 음원을 거래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 계약방식을 활용하면, 수수료 부담 없이 콘텐츠 제작자인 가수와 음원 구매자인 소비자가 서로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다.
블록체인에 음원 파일을 담아 업로드하고, 가수의 계좌로 정해진 금액이 입금되면 해당 음원 파일에 대한 접근코드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음원파일, 금액, 음원을 들을 수 있는 방법 모두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가수 등 콘텐츠 창작자는 콘텐츠를 블록체인에 저장하고, 스마트 계약을 이용해 거래하면 된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이 같은 구조의 콘텐츠 플랫폼은 중개자의 역할을 축소시켜 기존 유통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다. 불법 콘텐츠 복제 및 유통, 저작권 관리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콘텐츠와 블록체인을 연계한 서비스가 꾸준히 등장하는 이유다.
수수료, 수익 구조는 콘텐츠 생태계가 지닌 대표적인 문제점이다. 대기업 중심의 콘텐츠 플랫폼, 특정 기업이 주도하는 복잡한 유통 구조 덕에 콘텐츠 생산자는 정당한 수익을 만들기 어려웠다. 전세계가 주목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국내 온라인 음원 판매로 거둔 저작권료 수입은 고작 3,600만 원에 불과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콘텐츠 가격에 거품이 많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블록체인 기반 콘텐츠 서비스 생태계에서는 거래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지 않는다. 콘텐츠 제작자와 콘텐츠 제작자는 생산한 콘텐츠만큼 대가를 받는다. 해당 콘텐츠가 저장된 블록체인의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암호화폐, 코인으로 보상을 받는다. 플랫폼에 글, 동영상 등을 올리면 ‘플랫폼코인’을 보상으로 받는 식이다. 이 플랫폼 코인은 콘텐츠 생산자뿐 아니라 공유자도 받을 수 있다. 해당 콘텐츠를 널리 퍼뜨려 다른 사람에게 알린 일에 대한 대가다. 공유된 콘텐츠를 구입 또는 보는 사용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해당 콘텐츠를 제작한 생산자와 공유자 모두 높은 보상을 받는다.
실제로 글, 음악, 영화, 웹툰, 사진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블록체인과 결합한 시도가 등장했다.콘텐츠 제작자와 구매자 간 거래 효율성을 높인 ‘올라이츠(AllRites)’, 사진작가 정보와 구매한 고객의 정보를 블록체인으로 저장한 ‘코닥 원(KodakOne)’, 봇 같은 자동화된 광고 시스템을 차단하고 검증된 소비자에게만 광고를 내보내는 ‘테리노(Terino)’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한국판 넷플릭스로 통하는 왓챠가 블록체인 기반 ‘콘텐츠 프로토콜’ 프로젝트를, IT미디어 블로터가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화 미디어네트워크 ‘레벨(LEVEL)’을 시작했다. 블록체인계의 인스타그램을 꿈꾸며 등장한 사진 중심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피블’, 블록체인 기반 콘텐츠 보상 플랫폼 ‘유니오’ 등도 블록체인 콘텐츠 산업에 뛰어들었다.
블록체인은 이제 막 시작되는 기술이다. 암호화폐 해킹이나 불안정한 암호화폐 변동성, 블록체인 전문 기술 인력 부족 등 해결할 문제도 있다. 관리적 이슈, 법·제도적 이슈, 기술적 이슈 관점에서 해결 해야 할 과제도 많다.
그러나 블록체인이 지난 세기 동안 이어져 온 신뢰 기반 알고리즘을 완전히 바꿀 새로운 기술임을 부정할 수 없다. 금융, 물류, 헬스케어 등 데이터를 주고받는 모든 산업 영역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자연스레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지고 있다. 정부는 ‘혁신성장’을 키워드로 내걸며 블록체인 등 신기술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보였다. 블록체인 산업에만 약 4조 원이 지원됐으며, 2020년까지 블록체인 관련 일자리 약 1만 개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영역도 마찬가지다. 블록체인은 콘텐츠 생태계 유통 구조를 개선하고 저작권 보호를 할 수있는 새로운 기술이다. 기존 서비스를 해치지 않으면서 새로운 수익 구조를 만들어내는 콘텐츠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 블록체인 콘텐츠 서비스로 ‘스팀잇(Steemit)’을 꼽을 수 있다. 스팀잇은 콘텐츠 보상 플랫폼으로 콘텐츠 생산자가 광고 없이 콘텐츠 그 자체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생산자가 게시물을 올리면 다른 사용자로부터 투표를 받는다. 투표를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스팀잇에서 사용되는 암호화폐를 보상으로 받는다. 투표를 통해 발생한 수익의 75%는 콘텐츠 생산자에게, 25%는 투표한 사용자에게 돌아간다.
이와 비슷한 프로젝트를 국내에서는 IT미디어블로터가 ‘레벨(Level)’로 시작했다. 레벨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크리에이터와 에디터 연결 플랫폼이다. 콘텐츠 생산자가 언론사 콘텐츠 매니지먼트 시스템(CMS)에서 제휴 콘텐츠를 올리고, 그 콘텐츠가 레벨 플랫폼에 게재되어 광고가 붙으면 해당 콘텐츠에 붙는 광고 수익이 일정 비율로 배분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는 콘텐츠 생산자와 광고주 사이에 광고대행사가 중개자로 참여해 약 30% 정도 수수료를 받았다. 그러나 레벨 플랫폼에서는 광고주와 콘텐츠 생산자가 직접 연결된다. 블록체인을 활용해 광고 효율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결제할 수 있다. 광고주는 토큰으로 광고비를 지급하고, 사용자는 토큰으로 구독료를 내거나 콘텐츠 생산자를 후원할 수있다.
꼭 글이 아니어도 된다. 이미지로도 스팀잇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피블은 이용자가 직접 찍은 사진을 올리고, 이용자로부터 많은 ‘좋아요’를 받으면 돈이 되는 이미지 블록체인 기반 SNS를 선보였다. 스팀잇을 응용한 모델로, 이미지를 게재하고 투표를 통해 이미지의 가치를 높여 콘텐츠 생산자에게 수익을 배분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영화 콘텐츠도 블록체인으로 새로운 사업 영역을 만들 수 있다. 왓챠가 선보인 ‘콘텐츠 프로토콜(Contents protocol,CPT)’은 여기서 한 발 더나아갔다. 콘텐츠 생산자뿐 아니라 콘텐츠를 구입하는 사용자의 자발적 활동, 리뷰나 평점 행위에 보상을 제공한다.
콘텐츠 프로토콜 팀의 설명에 따르면, 전통적인TV 시리즈 시장에서 제작자는 누가, 언제 시청하기를 멈췄는지 알 수 없다. 이들 제작자는 시청자가 어느 화(episode)에서 감상을 중단했다면, 그 이유를 파악하고 다음 작품을 만들 때 참고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현재의 유통 플랫폼들은 이러한 데이터를 콘텐츠 제작자와 공유하지 않는다.
콘텐츠 프로토콜은 이 부분에 주목했다. 플랫폼 사업자는 자신의 경제적 이익에 반하지 않으며 소비자 데이터를 콘텐츠 제작자/공급자에게 공유하고, 콘텐츠 제작자는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해 더 나은 콘텐츠를 창작한다. 소비자/사용자는 자신의 데이터가 활용된 것에 그리고 자신이 콘텐츠 흥행과 플랫폼 성공에기여한것에 대해 그 보상을 받는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블록체인에 담아 거래해 투명성과 안정성을 보장한다.
콘텐츠 유통뿐 아니라 저작권 관리 부문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기존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상에서는 불법 복제 및 공유가 만연했고, 원본을 찾기 어려웠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콘텐츠 저작권 보호도 수월해진다. 블록체인 위에 콘텐츠가 저장되면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콘텐츠 정보를 블록으로 생산해 관리하면 그 소유와 사용을 증명할 수 있다. 불법 복제 및 공유에 대한 기록도 블록체인 위에 저장되기 때문에 콘텐츠 불법 복제가 발생할 경우 쉽게 추적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진 필름업체인 코닥(Kodak)이 발표한 블록체인 플랫폼, ‘코닥 원(Kodak One)’이다. 코닥 원은 블록체인 기반으로 사진 콘텐츠의 관리, 유통, 정산 구조를 구현한 플랫폼이다. 코닥원에 사진을 등록하면 작가 정보와 구매한 고객의 정보를 블록체인에 저장해 유통한다. 거래 흐름을 블록체인 장부에 기록해 불법 복제 및 유통 가능성을 낮췄다.
일본의 아소비마켓(ASOBI MARKET)은 블록체인으로 콘텐츠 거래 기록이 모두 남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해당 거래 정보를 바탕으로 2차(중고) 유통을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 ‘아소비 스토어(ASOBI STORE)’를 선보였다. 이들은 블록체인을 활용해 디지털 콘텐츠 소유권을 명확히 함으로써 완벽하게 보호된 디지털 콘텐츠 2차 유통 플랫폼을 형성했다.
아소비 마켓은 스마트계약에 콘텐츠 저작자, 판매자, 구매자 정보를 기재해 콘텐츠 제작에 기여한정도에 따라 자동적으로 수익을 분배한다. 권리자 정보가 남아 있기 때문에, 권리자에게는 자동적으로 일정 비율의 수익이 돌아가게 된다.
스마트계약을 통해 저작권 관리를 하는 콘텐츠기업도 늘고 있다. 인텔은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각이미지에 대한 저작권 정책을 자동으로 설정하는 방식으로 디지털 콘텐츠 저작권 관리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에는 콘텐츠 생산자가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변호사나 공인중개사, 또는 관련기업의 도움을 받아 콘텐츠 계약을 맺고 저작권을 등록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스마트계약은 제3자 없이도 거래 신뢰성을 보증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기존 산업을 혁신할 수 있는 기술은 꾸준히 등장했다. 그러나 이들 기술을 적절한 시기에 도입해 성공을 거둔 기업은 많지 않다. 모두가 새로운 기술을 주목하고, 그 기술을 실행할 함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기존 시스템으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기에, 현재에 안주하곤 한다. 블록체인이 만드는 혁신이 제대로 꽃 피려면, 해당 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변화하려는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
나이,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 그리고 자기 사업에 대한 확신과 인내심이 제일 중요하다. 처음부터 블록체인 기술만으로 성공할순 없다. 작은 부분부터 조금씩 생각을 바꿔 나가며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내는 일이 중요하다. 콘텐츠 유통 생태계를 처음부터 블록체인 기반으로 완전히 바꾸기보다는, 작은 프로젝트부터 조금씩 시작해 가능성을 키워야, 블록체인 혁신이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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