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책 정보를 접하는 경로를 나름대로 정해두고 있을 것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보내주는 메일이 라든가, 오프라인 서점의 베스트셀러 매대, 혹은 팟캐스트 등이리라 짐작한다. 조금 더 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신문사나 잡지의 서평을, 관심이 덜한 사람이라면 텔레비전의 강연이나 페이스북의 ‘열정에 기름붓기’, ‘책 끝을 접다’ 같은 페이지를 참고할 것이다. 말하자면 책에 대한 정보는 어디까지나 ‘읽거나’, ‘듣는’ 방식으로만 전달돼 왔다.
그렇다면 ‘보고 듣는’ 방식으로 책을 소개하는 매체는 없을까? 당연히 있다. 전통 매체 중에서는 텔레비전을 들 수 있다. 텔레비전에서는 이따금씩 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들이 생겨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그런 프로그램을 꼬박꼬박 시청하는 사람이 얼마나될까? tvN의 ‘비밀독서단’이나 KBS의 ‘노홍철X장강명책번개’처럼 연예인과 유명 인사들을 모아 방송하는프로그램이 아닌 이상 많은 수의 시청자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여기서 우리는 조금 더 소구력 있는 콘텐츠에 대한 수요를 발견한다. 그리하여 뉴미디어를 대표하는 새로운 흐름, ‘북튜브’에 대해 이야기를 할 차례가 된 것이다.
독서의 진화, 북튜브를 맞이하다
"북튜브란 책(Book)과 유튜브(Youtube)의 합성어로, 책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을 의미한다.
구독자들은 북튜버들의 영상을 참고해읽을 책을 고르고 댓글로 책에 대한 감상을 쓰기도 한다.
북튜브라는 카테고리가 하나의 새로운 독서유튜브 '겨울서점'은 독자들에게 책정보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북튜브란 책(B o o k )과 유튜브(Yo u t u b e )의 합성어로, 책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을 의미한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외국에서는 북튜버들이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다. 채널 ‘어북유토피아(abookutopia)’는 36만 명이 넘는 구독자들이, ‘폴란드바나나즈북스(PolandbananasBOOKS)’는 38만 명이 넘는 구독자들이 시청한다. 이들은 ‘24시간 동안 책 읽기’라든가, ‘이번 달에 읽은 책’ 등 책에 대한 콘텐츠를 만들고 구독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는다. 다른 북튜브와 북튜버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북튜버 태그’ 영상도많은 북튜브 채널에 올라오는 영상이다. 구독자들은 북튜버들의 영상을 참고해 읽을 책을 고르고 댓글로 책에 대한 감상을 쓰기도 한다.
북튜브라는 카테고리가 하나의 새로운 독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북튜브가 있다. 이제는 슬슬 소개를 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내가 바로 그 북튜버다. ‘겨울서점’이라는 북튜브는 책을 사고, 책 택배를 뜯고, 낭독을 하고, 읽은 감상을 이야기하고, 책 페스티벌에 가고, 책덕후를 위한 보드게임을 하고,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방법까지 이야기하는, 그야말로 책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는 채널이다. 2017년 1월에 개설해 2018년 4월 현재 3만 7000여 명의 구독자들과 함께 책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물론 겨울서점 외에도 책을 다루는 채널이 속속 생기고 있는 추세다.
뷰티나 영화 등 다른 분야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보다는 대체로 규모가 작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약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북튜브를 운영하며 사람들이 어떤 콘텐츠를 좋아하고, 어떤 콘텐츠를 외면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현재 겨울서점 채널에서 가장 조회수가 높은 영상은 ‘독서 루틴’ 영상이다. 마치 뷰티 유튜버들이 밤에 사용하는 화장품을 소개하는 ‘나이트 루틴’처럼, 책을 읽을 때 어떤 환경에서 읽는지를 설명한 영상이다. 독서대를 쓰는 방법이나 차를 마실 때 사용하는 소품, 책의 원하는 부분에 표시를 하는 북다트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영상의 따뜻한 분위기가 인기를 끌어 짧은 시간에 1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댓글은 200개, 좋아요 수는 2600개가 넘는다. 책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책을 둘러싼 분위기를 전달하는 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조회수가 낮은 영상은 대체로 낭독 영상들이다. 낭독 영상에 대한 반응에서 재미있는 점을 발견했는데, 보통 다른 영상을 모두 보고 나서 더 이상 볼 영상이 없을 때 낭독 영상을 클릭해서 보지만, 일단 낭독 영상을 한 번 본 구독자들은 다른 낭독도 모두 본다는 사실이었다. 겨울서점이라는 채널의 동력이 운영자의 목소리에 상당 부분 의지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할수 있는 대목이다.
그 외에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영상은 민음사 패밀리데이 세일 날 친구와 함께 책 쇼핑을 하러 갔던 영상과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방법을 이야기한 영상이다. 죽이 잘 맞는 친구와 함께 책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과 중간 중간 등장하는 유머러스한 말들이 사람들에게 호소하는 지점이 있는 듯하다. 인터넷 서점이나 출판사에서 얹어주는 굿즈를 보여주는 영상도 인기가 많은데, 북튜브라고 해서 단순히 책의 리뷰만을 다루지 않고 다양한 기획을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구독자와 소통하는 북튜브
구독자들의 반응도 북튜브를 즐기는 큰 재미다. 마치 독서 커뮤니티에 모인 것처럼 책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한다. 서로 의견을 달기도 하고 다른 의견을 추천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은 북튜브라는 것이 단순히 일방향적 콘텐츠에서 끝나지 않고 책을 읽는 독자들과 활발한 소통 창구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런 현상은 유튜브 생방송 때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텔레비전이나 팟캐스트처럼 잘 정리된 내용을 전달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점에서 좀 더 생생한 책 이야기를 나누는 장이 되고 있다. 더 나아가, 이는 독자뿐만이 아니라 책을 읽지 않는 비(非)독자들도 채널을 통해 책에 대한 호기심과 친숙함을 느끼는 계기로 작동한다.
각 채널마다 특성이 다르겠지만 겨울서점이라는 북튜브 채널은 운영자에 대한 신뢰로 움직이고 성장하는 채널이다. 심리학과 철학을 전공한 이력과 믿음을 주는 배경의 책장, 그리고 차분한 목소리가 채널의 큰 원동력이다. 이와 달리 화이트보드 애니메이션으로 책의 내용을 정리해주는 ‘책그림’이나, 책의 내용을 3분 정도로 요약해 전달하는 ‘책읽찌라’ 역시 나름의 매력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채널들이다. 속속 생기고 있는 작은 북튜브 채널들도 유튜브의 성장과 함께 성장을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한다.
새로운 플랫폼과 함께 성장하는 콘텐츠산업
유튜브가 뉴미디어의 왕좌를 차지했다는 주장에는 거의 이견이 없다. 콘텐츠 제작자에게 수입을 제공하고 구독자들에게 빠져나가기 어려운 생태계를 제공한 결과다. 반면 비슷한 플랫폼을 만들고자 하는 후발주자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네이버TV의 경우 광고를 최소한 15초 이상 필수로 봐야 한다는 점에서 사용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고, 아프리카TV는 콘텐츠의 종류가 한정적이고 지나간 방송을 주제별로 검색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다른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많은 크리에이터들은 유튜브 채널을 함께 개설해 하이라이트 부분을 업로드하기도 한다. 한편 생방송 기능을 제공하지 않던 유튜브는 2016년 생방송 기능을 적용해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유튜브로 넘어오게 만들기도 했다. 유튜브에 대적할 플랫폼이 없는 이유다. 이미 유튜브가 구축한 생태계가 확고해 아직은 다른 플랫폼이 유튜브를 위협할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유도해 수익을 창출할 수 없도록 여러 가지 보완 장치를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수익 창출을 신청할 수 있는 채널의 기준을 구독자 1000명 이상, 시청시간 4000시간 이상으로 제한해 새로운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유입을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질 낮은 영상 때문에 광고주들이 떠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저작권 규정이나 스팸 영상에 대한 커뮤니티 가이드를 세워 전체적인 영상의 질을 관리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멀쩡한 영상의 수익 창출이 중지되는 일명 ‘노란딱지’가 크리에이터들의 원성을 사고 있지만, 당분간은 이런 강경책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의 성장, 그리고 퀄리티 콘트롤과 함께 북튜브가 성장하고 있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뷰티, 게임, 키즈, 가전제품, 영화, 식문화 등 다양한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유튜브에서 다루는 주제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고, 그중에서도 ‘좋은 콘텐츠’는 유튜브 내 노출을 늘리는 유튜브 정책 때문이다. 책을 읽는 독자의 수가 한정적인 만큼 성장에 어려운 점이 존재하지만, 북튜브는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 역시 책을 친숙하게 느끼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물론 여기에는 북튜버들이 영상적으로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앞으로 좋은 북튜브 채널들이 더욱 많아져서 북튜브와 도서 시장이 좋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크는 선순환을 이루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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