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 1, 윌리엄 켄트리지 <더욱 달콤하게, 춤을> 중 일부
지난 해 12월 목탄 애니메이션의 거장 윌리엄 켄트리지의 개인전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렸습니다. ‘윌리엄 켄트리지: 주변적 고찰’전이란 이름으로 그의 초기 스케치 작품과 드로잉, 갖가지 사물까지 전시하여 지금까지와는 다른 애니메이션의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그리고 5월 20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문화원의 주최로, 윌리엄 켄트리지는 그의 스튜디오와 함께 신작 <더욱 달콤하게, 춤을>을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윌리엄 켄트리지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애니메이션과는 많이 다른 애니메이션을 그리는데요. 그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인종차별과 폭력을 주제로 목탄 애니메이션을 그려내 미술계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선보이는 <더욱 달콤하게, 춤을> 역시 아프리카 임마누엘 어셈블리 브라스 밴드의 연주에 맞춰 춤을 추는 듯 난민 행렬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현실을 그리는 애니메이션 작가 윌리엄 켄트리지가 있다면, 한국에는 애니메이션으로 현실을 고발하는 ‘그들’이 있습니다. 윌리엄 켄트리지의 신작 <더욱 달콤하게, 춤을> 그리고 5월 28일 공개될 <율리시즈의 귀환>을 소개하고 더불어 한국의 ‘윌리엄 켄트리지’ 두 작가를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한번 들어보실래요?
▲ 그림 2, 윌리엄 켄트리지 <더욱 달콤하게, 춤을> 중 일부
-‘현실’을 전시하는 목탄 애니메이션 거장 윌리엄 켄트리지의 신작 <더욱 달콤하게, 춤을>
그의 신작 <더욱 달콤하게, 춤을>은 15분 동안 끊임없이 이어지는 행렬을 그리고 있습니다. 목탄으로 그린 배경이 8개의 스크린에 채워져 있고, 왼쪽에서부터 사람과 사물의 실루엣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마치 눈앞에서 검은 실루엣의 물체들이 춤을 추고, 절규하고, 위협을 가하는 것처럼 실감나게 꾸며졌습니다. 분명 그들은 쇠창살에 자신을 가두고 있고, 시체를 끌고 가고 있으며, 권위자의 마차를 있는 힘껏 당기며 괴로울 것이 당연하게 보이지만 멀리서 본 검은 실루엣은 웅장하고 경쾌한 브라스 밴드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처럼 보입니다. 진지하고 심각하게 현실을 그려냈기보다는,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만한 거대한 스크린과 이국적이고도 경쾌한 멜로디로 희극 같아 보이지만 결국 비극적인 현실을 그려냈습니다.
윌리엄 켄트리지는 오는 28일, 29일에 또 다른 신작 <율리시즈의 귀환>을 선보이는데요. 몬테베르디의 클래식 오페라를 윌리엄 켄트리지만의 목탄, 핸드스프링 퍼펫 컴퍼니의 목각 인형을 통해 재해석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15분 동안 그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이것이 정녕 내가 알던 애니메이션인가 당황스럽기도 하는데요, <율리시즈의 귀환>은 또 어떤 방식으로 그려질지 궁금합니다.
▲ 그림 3,4 애니메이션의 환상적인 모습을 그리는 디즈니와 현실을 그리는 한국 애니메이션 <파닥파닥>
-‘환상’이 아닌 ‘현실’을 이야기하는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왕자님과 공주님, 우스꽝스럽지만 순수한 캐릭터, 그에 맞서는 악당 등등 지금까지 쉽게 접할 수 있었던 애니메이션이 생각나는데요. 이와 반대로 애니메이션을 통해 더욱 현실적인 공간을 그려내는 작가도 있습니다. 특히 한국 애니메이션에서 이와 같은 특징이 두드러지는 작품들이 많이 보이는데요. 어장 속 탈출을 꿈꾸는 생선의 삶을 다룬 <파닥파닥>, 그리고 드라마화되어 ‘직장인들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호평받은 <미생> 등 움직이는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웹툰 시장에서도 현실을 그려내는 애니메이션이 돋보이고 있습니다.
이중에서도 지속적으로 현실을 그려내며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가 두 분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때로는 숨기고 싶은 사회의 치부를 정직하게 내어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그 치부를 동화답게 표현하기도 합니다. 윌리엄 켄트리지가 사람들이 어렵게 생각하고, 무관심한 현실을 목탄 애니메이션을 통해 알렸다면, 그들은 어떤 메시지를 어떤 방식으로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을까요?
▲ 그림 5,6 연상호 작가의 <창>과 <사이비>
<돼지의 왕>,<창>,<사이비> 등 연이어 사회를 고발하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여 화제가 되었던 연상호 작가입니다. 특히 <창>에서는 흔하게 들을 수 있는 군대 이야기를 통해서 사회적 부조리를 전달하여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런 시사성을 지닌 애니메이션들은 판타지아 영화제, 자그레브 국제 영화제 수상을 통해 관객들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최근에는 개봉 예정인 <부산행> 연출을 맡아 영화계에도 진출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이 외에도 신작 <서울역>으로 한국 좀비 영화의 한 획을 긋는다고 합니다. 무거운 현실을 날카로운 삽화 그림체로 그려내는 그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네요.
▲ 그림 7,8 하일권 작가의 <삼봉이발소>, <안나라수마나라>
<삼봉이발소>, <안나라수마나라> 등 그의 작품은 위에서 소개한 애니메이션과는 조금 다릅니다. 무거운 현실을 정직하게 표현했다기보다는 그만의 방식을 통해서 마치 동화와 같이 표현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위에서 소개한 애니메이션들보다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겁니다. <삼봉이발소>에서는 외모지상주의를 고발하기 위해 ‘외모 바이러스’라는 신종 질병을 소재로 선택하기도 했고, <안나라수마나라>에서는 꿈보다도 사회적인 성공을 위해 살아가는 학생들을 그렸습니다. 그의 작품 역시 연극으로 다시 한 번 관객 앞에 나섰는데요, 최근에는 19금 웹툰 <스퍼맨>을 선보여 전과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찾아간다고 합니다.
-이제 애니메이션도 어른들에게 이야기를 할 때
이제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애니메이션을 즐겨 보는 어른들이 있고,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를 아이들보다 사랑하는 어른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들 역시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그 이야기는 어른들끼리 통할 수 있는 이야기죠. 환상적인 꿈, 순수했던 그 모습을 그려내는 것도 좋지만 이들이 집중한 것은 ‘자신이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였습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방식을 통해 이를 볼 어른들에게 당당하게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환상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고 말입니다.
애니메이션을 소비하는 주체의 연령대가 다양해지면서 애니메이션이 전할 수 있는 주제의 폭 또한 넓어졌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행보는 애니메이션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늘려준 것일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환상을 말하는 애니메이션을 봤다면, 오늘 한 번 이들의 애니메이션을 통해 현실을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림출처
표지사진,그림1 직접 촬영
그림2 SR 와이어
그림3,4,5 네이버 영화 <파닥파닥>, <창>, <사이비>
그림6 <삼봉이발소> 뻔데기 닷컴
그림7 <안나라수마나라> filmmusic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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