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상발전소/정책 통계

‘우리 만/애/캐 대표 인사들을 만나다’, 2015 제1차 K컬처 정책포럼 1부

by KOCCA 2015. 11. 9.


만화는 상상력 그 자체입니다. 물리적인 한계가 없기에 인간이 꿈꾸는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표현에 제약이 적으니 자연스레 참신한 이야기, 세상에 없는 캐릭터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흔히들 만화를 원천 스토리라고 말합니다. ‘어벤져스’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미국의 만화 출판사인 마블 코믹스에서 출판하는 이 만화는 현재 영화로도 제작되는 등 활발한 인기를 보여줍니다. 현실에서는 헐크나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같은 히어로들이 있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만화 속에서는 언제든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그 속에는 법칙도 없고, 구속도 없습니다. 그래서 만화는 살아 숨 쉬는 상상입니다.


우리의 만화는 어떨까요? 한국 만화도 원천 스토리로서 제 역할을 다 하고 있습니다. ‘라인웹툰’ ‘타파스틱’ 등을 위시한 우리의 웹툰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최근에는 세계인이 사랑하는 웹툰 ‘노블레스’가 애니메이션화 된다는 소식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아동용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는 전 세계 어린이들의 안방극장을 점령하고 있으며, ‘꼬마버스 타요’는 현실세계에 나타나 어린 승객들을 열광시킵니다. 출판만화도 그 위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열혈강호’는 20년 넘는 시간동안 연재되어 튼튼한 팬심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번 K컬처 정책포럼에서는 각 장르별로 대표 콘텐츠를 선정하여 시상 및 앞으로의 발전방향을 논의하였습니다. 그리고 출판만화, 웹툰,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각각 ‘열혈강호’, ‘노블레스’ 그리고 ‘뽀롱뽀롱 뽀로로’가 1위로 선정되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무엇이 이들을 우리 애니메이션/캐릭터/웹툰/출판만화 시장을 대표하는 콘텐츠로 자리 잡게 했을까요? 그 답을 알기 위해 K컬처 정책포럼 현장에 직접 다녀와 보았습니다.


사진1 대표 콘텐츠 선정 결과를 발표하는 한국콘텐츠진흥원 미래정책개발팀의 윤호진 팀장님


K컬처 정책포럼은 한국콘텐츠진흥원 송성각 원장님의 개회사에 이어 대표 콘텐츠 선발 결과를 발표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각 장르별 전문가 10인의 심층 조사와 일반 국민 1000명 대상 선호도 파악을 기반으로 한 이번 조사는 전문성과 대중성을 모두 아울렀습니다. 


만/애/캐 분야에서 대표 콘텐츠로 선발된 열혈강호, 노블레스, 뽀롱뽀롱 뽀로로는 이 처럼 까다로운 선발 과정을 거친 작품들입니다. 제1세션은 애니메이션/캐릭터/웹툰/출판만화 분야 대표 콘텐츠 선정 의의와 향후 발전방향에 대해 논했던 자리였습니다.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한창완 교수님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세션은 우수작품의 관계자 분들의 간단한 소감으로 시작했습니다. 


사진2. 포럼에 참석한 아이코닉스의 최종일 대표님(위 사진)과 열혈강호의 전극진, 양재현 작가님(아래 사진 각 왼쪽, 오른쪽)


‘뽀롱뽀롱 뽀로로’를 만든 아이코닉스 최종일 대표님이 먼저 입을 뗐습니다. 그는 대표 콘텐츠로 선정된 것이 과분하다고 하면서 “창작 애니메이션을 만들 토양과 환경이 열악했던 상황에서 시작했던 한국이 이제는 다른 나라에 견주어 봤을 때 유아용, 아동용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세계의 인정을 받아서 좋다.”고 했습니다. 아쉽게도 오시기로 예정되었던 ‘노블레스’의 손제호 작가님은 개인 사정으로 못 오셔서 소감을 들을 수는 없었습니다. 대신 ‘열혈강호’의 스토리작가이신 전극진 작가님이 그 자리를 대신해 빛내 주셨습니다. ‘열혈강호’의 양재현, 전극진 작가님들은 선정해 주셔서 영광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열혈강호’를 선호한 전문가들과 ‘공포의 외인구단’을 선호한 일반인들의 선호도 조사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을 이야기 하며 “전문가 분들과 일반인 분들의 생각에 차이가 많은 걸 보니 우리가 그간 독자 분들께 많이 다가가지 못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사진3. 포럼에 참석한 한국영상대학교 박석환 교수님, 대원씨아이 박종규 본부장님, 한양대학교 김영재 교수님 (왼쪽부터)


전문 패널 분들의 참여도 눈에 띄었습니다. 만화/애니메이션 분야에서 권위자 분들이신 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김영재 교수님과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박석환 교수님, 만화 출판 분야에서 1인자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대원씨아이의 박종규 본부장님이 참여하셨습니다. 김영재 교수님은 뽀롱뽀롱 뽀로로의 선정 이유에 대한 질문에 “뽀로로는 일반인, 아이들뿐만 아니라 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도 가치 있는 작품이다.”라고 평 했습니다. 그러면서 작품이 주는 명확한 가치 제안, 영유아 마켓 개척, 방영 채널의 확장 등이 전문가의 시각에서 높은 가치를 가진다고 했습니다. 박종규 본부장님은 20여 년 동안 함께 해온 열혈강호에 대해 “대원을 먹여 살린 작품이다.”라고 평가할 정도로 깊은 애정을 보여주었습니다. 만화가이기도 했던 박석환 교수님은 한국 만화가 한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문에 만화 한류의 원조는 출판만화를 지칭하는 ‘코믹스’임을 강조하면서 “이제 웹툰이 바통을 이어받아 만화 한류를 존속시키고 있다.”라고 평하였습니다.


사진4. 자신의 견해를 이야기하는 전극진 작가님


이번 포럼에 참여하신 6명의 관계자 분들은 만화 산업의 현 주소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풀어냈습니다. 특히 열혈강호 작가님들의 의견충돌이 눈에 띠었습니다. 양재현 작가님은 우리 웹툰 작가들의 살인적인 스케줄과 업무강도를 지적하며 격주 연재 등의 방법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전극진 작가님은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오히려 격주로 연재하면 보고 싶지 않을 것 같다며 반론을 제기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두 작가 모두 작가의 노동 환경 개선이 시급한 문제라는 데에는 동의했습니다.


사진5. 포럼에 참석한 만화/애니메이션/캐릭터 대표 인사들


물량과 자본을 바탕으로 한 이웃나라 중국의 매서운 성장에 대한 지적도 있었습니다. 사회를 본 한창완 교수님은 중국 자본에 종속된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사례를 이야기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에 아이코닉스 최종일 대표는 “냉철하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대응해야한다. (콘텐츠 선진국이 될 때 까지) 일정부분 업계에서 책임감을 가져야한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웹툰산업에 도전하려는 중국정부의 아성도 만만치 않습니다. ‘신만화 (新漫畵)’라는 개념으로 디지털 만화에 접근 하는 중국이 우리의 네이버와 같은 포털 플랫폼을 준비하면서 국내 많은 작가들과 콘텐츠를 가져가려하고 있다는 의견은 한국 만화 콘텐츠에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지금까지 한류는 우리의 발전된 모습과 문화를 세계인에게 잘 홍보하는 창구였습니다. 실제로 제 주변 외국인 친구들 다수는 한국 문화를 접하고 한국에 흥미를 느껴 찾아온 친구들입니다. 외교관을 꿈꾸는 한 미국인 친구는 아예 한국 드라마로 한국어를 공부한 후에 입국해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자랑하기도 합니다. 한국을 사랑하는 외국인이 늘어나게 하는 것, 이를 통해 우리 콘텐츠는 국격을 드높이고 ‘한국 팬’을 만드는데 크게 일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콘텐츠는 우리의 경제, 문화 영토를 넓히는 강력한 미래 수익산업이 될 수 있습니다.


한류의 역사는 올해로 20년이라 합니다.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중국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것을 시작으로 세계 곳곳에서 우리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앞으로 다가올 20년을 생각해야 할 시점입니다. 참신한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야 하고, 우리 콘텐츠에 대한 인지도도 높여가야 합니다. 이웃나라 중국의 콘텐츠 산업도 성장이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 만화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만화는 원천 스토리이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우리 만화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제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웹툰의 종주국이 되었고, 일부 웹툰은 일본 만화보다 높은 인기를 얻을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한류 20년, 한국 만화의 전성기가 시작되는 신호탄이 되길 바라봅니다.


ⓒ사진출처

-표지 직접촬영

-사진 1~5 직접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