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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정책 통계

글로벌 시대, 우리는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까? 2015 제 1차 K-컬처 정책포럼 2부

by KOCCA 2015. 11. 10.

‘한류’가 시작된지도 벌써 20년이 흘렀습니다.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와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한류는 여러 과정을 거쳐 지금에까지 이르게 되었는데요. 지난 10월 23일, 한류 20년을 맞이해 장르별 대표 한류 콘텐츠를 선정하고, 그것의 뒤를 이을 콘텐츠를 발굴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는 자리가 열렸습니다. 바로 ‘2015 제1차 K-컬처 정책포럼’입니다.


포럼에서는 분야별 전문가 10인을 대상으로 한 심층조사, 일반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선호도조사를 통해 선정된 장르별 ‘한류 대표 콘텐츠’를 5위까지 발표했는데요. 그것들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전문가 토론을 통해 이야기해보았습니다. 토론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되었는데요. 애니메이션, 캐릭터, 웹툰, 출판만화 분야를 조명했던 1부에 이어, 2부에서는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의 주철환 교수님의 사회와 함께 방송, 게임, 음악, 공연 분야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015 제 1차 K-컬처 정책포럼 2부, 한번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 사진 1. 토론 현장 - 말씀 중이신 박재복 부장님


‘한류’라는 용어의 시작을 함께 한 만큼, 방송은 한류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분야입니다. 이러한 방송 분야 빅 5 콘텐츠는 순서대로 <대장금>, <겨울연가>, <별에서 온 그대>, <런닝맨>, <가을동화>가 뽑혔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1위로 선정된 <대장금>은 동아시아에 국한되어 있던 한류를 세계 각지로 광범위하게 전파시키며 한국과 우리 전통문화를 알린 작품입니다. 전 세계 91개국에 수출한 바 있고, 스리랑카에서 시청률 99%가 나오는 등 해외 드라마 사상 초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현재의 방송 콘텐츠는 어떤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이에 대해 MBC 박재복 부장님, 드라마 평론가 공희정 평론가님께서 열띤 토론을 해주셨답니다!

 

박재복 부장님은 현재 방송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셨습니다. 최근 새로운 플랫폼들의 등장으로 인해 영상의 호흡주기가 짧아졌고, 여러 장르 간 혼종도 많이 일어났습니다. 이런 상황 속, 이제는 예전처럼 60분 분량의 긴 드라마나 예능을 쭉 보고 매력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 속의 짧은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흡입력을 가져야 합니다. 공희정 평론가님도 빠른 반응을 가진 대중문화의 흐름 속에서 대중의 새로운 요구에 어떻게 부합해야 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너무 많은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진부해져 버린 현재의 방송 시장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공희정 평론가님은 우리가 ‘덜 중요하게’ 여겼던 소재와 시장이 무엇이었는지를 잘 생각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건 별로야, 하고 넘겼던 것을 다시 보고 시도해보는 거죠. <별에서 온 그대>의 외계인이라는 모티프도 사실 지금까지는 별로 주목하지 않았던 소재였죠? 또한 ‘관찰’을 통해 주변의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고, 살아가는지를 보고, 그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여러 좋은 소재를 가지고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을 내보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을 때 당당하게 보여줄 수 있겠죠?



▲ 사진 2. 토론 현장


게임 분야 빅5콘텐츠는 <리니지>, <크로스파이어>, <던전 앤 파이터>, <메이플 스토리>, <모두의 마블>이 선정되었습니다. <리니지>의 경우 국내에 불어온 MMORPG 열풍의 기반을 마련한 게임입니다. 또한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게임 중 하나로, 2000년 이후 총 수출 실적이 2,500억 원 이상이었다고 해요.


NC소프트 심민규 상무님과 게임 분야의 이기욱 평론가님께서 현재 게임 시장의 모습과 변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요. 한 번 살펴볼까요?


▲ 사진 3. 모바일 게임 ‘세븐나이츠’(위), ‘백발백중’(아래)

 

게임 시장은 전반적으로 모바일화가 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미디어를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PC앞에만 앉아 있지 않게 되었습니다. 대신 스마트폰은 그들의 일상에서 24시간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게임 또한 PC에서 모바일 시장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기존에 PC 게임으로 존재했던 게임들이 모바일 게임으로 출시되는 사례도 빈번합니다.


▲ 사진 4. 리듬게임 ‘행복한 피아니스트’(위) / 게임 ‘윈드러너’에 등장한 싸이 캐릭터(아래)


NC 소프트의 올해 키워드는 ‘미디어 믹스’였다고 합니다. 여러 분야의 콘텐츠를 엮을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죠. 사실 게임은 다양한 콘텐츠와 결합하기에 최적인 분야인데요. 게임 배경음악은 그 자체로 음악적 가치를 가지며, 리듬 게임에서는 수많은 가요에 맞춰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드라마나 영화, 만화 등의 인기 캐릭터, 혹은 실제 연예인을 게임 캐릭터로 등장시키기도 합니다. 게임 <윈드러너>에서는 가수 싸이를 캐릭터로 등장시켰고, 과거 가수 보아를 주인공으로 하는 <보아 인 더 월드>라는 게임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었던 적도 있죠. 최근에는 ‘시네마게임’이라는 형식의 영화와 게임이 혼합된 새로운 형태의 모바일 게임이 나온 적도 있습니다. 또한 한류 게임 분야 1위로 선정된 <리니지>는 만화를 원작으로 한 게임이며, 3, 4위로 선정된 <던전 앤 파이터>와 <메이플 스토리>는 게임의 인기에 힘입어 만화, 애니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게임 자체는 이처럼 다양한 콘텐츠와 결합해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콘텐츠입니다. 이러한 것이 K-pop 혹은 한류의 중심에 있는 방송, 영화, 만화 등과 함께 해외로 나간다면 한류의 흐름을 더욱 가속화하는 방법이 될 수 있겠죠?



▲ 사진 5. 토론 현장 - 말씀 중이신 서병기 기자님


음악분야 빅5 콘텐츠로는 싸이, 빅뱅, 소녀시대, 동방신기, 보아 순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싸이는 아시아권을 넘어서 글로벌급으로 한류를 이끌었던 뮤지션입니다. ‘강남스타일’이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2위, 영국 등 유럽 각 국 차트에서는 1위를 차지했고,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24억 뷰를 넘기기도 했죠.


공연분야에서는 <난타>, <명성황후>, <점프>, <광화문연가>,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가 선정되었습니다. <난타>는 넌버벌 뮤지컬로, 한국의 정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외국인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어내 전세계 51개국 289개 도시에서 3만 1290회나 공연되었답니다.


이러한 음악/공연 분야에 대해서는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기자님,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원종원 교수님께서 이야기해주셨습니다.


▲ 사진 6. 빅뱅, 싸이


현재 한류는 ‘강남스타일’ 열풍이 불었을 때만큼의 열기는 사라진 것이 사실입니다. 음악, 공연 분야에서 시장을 넓히고 있었던 일본에서도 ‘혐한류’ 분위기가 형성되어 한류 자체를 거부하는 시선이 등장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 우리는 어떤 음악, 공연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까요?


이에 대해, 서병기 기자님은 두 가지 이야기를 제시했습니다. 먼저 혐한류 속에서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동방신기와 씨엔블루에서 따올 수 있는 특징입니다. 그들이 계속 인기를 끌 수 있는 까닭은 바로 무조건 한류의 흐름에 편승해 반짝 인기를 얻은 것이 아니라, 작은 공연부터 시작해 팬들을 점점 확보해나갔기 때문입니다. 한류를 대하는 사회 분위기에 따라 태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정말 좋아서 계속 찾아다닐 수 있는 충성도 높은 팬층이 두텁다는 거죠.


두 번째로 제시한 이야기는 바로 ‘빅뱅’으로 대변되는 3세대 아이돌의 힘, 그리고 ‘싸이’로 대변되는 ‘별종’의 힘입니다. 정해진 공식에 따라 만들어지고 인기를 끌었던 기존의 아이돌과 달리, 빅뱅은 프레임 밖으로 나와 자유롭게 그들만의 색깔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항상 새로운 매력으로 무대를 장악할 수 있다는 거죠. 싸이 또한 기존의 공식을 깼다는 데서 이와 닮아 있습니다. 싸이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싸이’만의 개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즐거움과 웃음을 주는 싸이의 음악은 전에 보지 못했던 매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 매력은 결과적으로 엄청난 열풍을 불러왔습니다. 이렇게 음악이 성공하려면 그것을 보여주고 들려주는 이만의 색깔, 개성이 뚜렷해야합니다. 누군가를 흉내 내거나 미지근한 온도로 정해진 루트를 따라가는 것이 아닌, ‘진짜’ 음악을 보여줘야 한다는 거죠.


 ▲ 사진 7. 뮤지컬 <고스트>

 

원종원 교수님은 뮤지컬, 연극 등의 공연 분야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요. 사실 공연 분야는 다른 분야에 비해 한류의 힘이 약한 분야입니다. 교수님은 이러한 우리 공연의 발전 방향으로 장르 간 장벽을 무너뜨리는 것, 그리고 새로운 연구와 실험의 필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영화, 음악, 연극·뮤지컬 각 장르 간의 장벽이 너무 높습니다. 외국에서는 인기 있는 영화를 뮤지컬로 만든 ‘무비컬’의 제작이 활성화되어 있는데요. 익숙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무대만의 문법으로 재탄생한 공연은 그것만의 매력을 가지게 됩니다. 오히려 검증된 스토리를 가지고 오기에 이를 어떻게 구현할지 생각, 연구, 실험하는 데 힘을 쏟을 수도 있습니다. 영화 <사랑과 영혼>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고스트>는 LED 영상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다채롭고 신선한 무대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렇게 공연과 타 장르는 서로 장벽을 허물고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하며, 그저 찍어내는 것이 아닌, 새로운 시도로 채워진 공연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한류’는 20년 동안 수많은 나라에 우리나라의 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현재 한류는 다소 주춤한 상태이지만, 앞으로 어떤 콘텐츠를 만드느냐에 따라 다시 더 큰 반응을 이끌어 낼 수도 있습니다. 30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수많은 해외 팬들이 생겼듯이, 그리고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글로벌 한류 열풍이 ‘싸이’를 통해 불었듯이, 또 다른 콘텐츠와 사람들이 새로운 한류를 만들 수 있다는 거죠. 이를 위해서는 그저 흐름에 편승하는 것이 아닌,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만한 양질의 콘텐츠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훌륭한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지원과 유통 환경이 조성되어야 합니다.


사실 이러한 것에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고, 해외 시장에 적용되지 못하는 우리 콘텐츠도 많을 것입니다. 이에 대해 오늘 토론에 참여해주신 분들은 입을 모아 해외 지역 전문가의 양성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현지의 문화적, 사회적 성격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와 콘텐츠 산업 종사자들이 긴밀한 네트워크를 맺고, 그를 바탕으로 한류를 이끌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지금 이 순간에도 한류의 초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 초석들이 좋은 환경 속에서 잘 다듬어져, 새로운 흐름을 만들 수 있었으면 합니다.


ⓒ 사진 출처

사진 1, 5. 직접 촬영

사진 2. KOCCA 상상발전소 이소영 기자님

사진 3. 넷마블

사진 4. 넷마블 / 위미

사진 6. YG 엔터테인먼트

사진 7. 뮤지컬 <고스트> 공식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