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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방송 영화

‘학교 시리즈’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다, <후아유-학교 2015>

by KOCCA 2015. 6. 8.



KBS의 ‘학교 시리즈’는 1999년부터 시작되서 꾸준히 인기를 얻는 대표 시리즈입니다. ‘학교 시리즈’에 출연하고 인기를 얻은 배우들도 많아 스타 등용문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특히 <학교 2013>은 <학교 4> 이후로 10년 만에 브라운관에 다시 등장한 ‘학교 시리즈’로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요. 학교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와 특색 있는 캐릭터를 통해 지금의 학생들의 모습을 담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학교와 학생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아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에게는 공감과, 학교를 졸업한 세대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학교 시리즈’의 부활을 알렸습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새로운 ‘학교 시리즈’인 <후아유-학교 2015>도 <학교 2013>과 비슷한 시선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매력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시청률이 2배나 뛸 정도로 상승세와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 사진 1 '학교 시리즈'의 부활을 알린 KBS <학교 2013> 공식 포스터


우선 전작인 <학교 2013>과 비교해서 <후아유-학교 2015>만의 매력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전 시리즈는 2000년대 초반에 나와서 그 시대의 학교와 학생들의 모습을 담아 지금과 차이를 보인다면, <학교 2013>과 <후아유-학교 2015>는 2010년대의 모습을 담았다는 점에서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해볼만 합니다. 이번 학교 시리즈의 연출을 맡은 백상훈 PD는 <학교 2013>이 남자들의 이야기를 한다면 <후아유-학교 2015>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학교 2013>에서는 남성 캐릭터인 ‘고남순(이종석)’과 ‘박흥수(김우빈)’가 주축을 이루었다면, <후아유-학교 2015>는 여성 캐릭터인 ‘이은비-고은별(김소현)’의 이야기가 드라마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여학생들 간의 우정, 질투와 다툼 등을 본격적으로 다룹니다. 여학생들만의 사춘기라 예민하면서도 섬세한 감정에 조금 더 집중하는 것입니다.


▲ 사진 2 '한이안(남주혁)'과 함께 있는 '이은비(김소현)'의 모습


또한 <후아유-학교 2015>는 러브라인에 중점을 둔다는 점에서 <학교 2013>과 차이를 보입니다. ‘이은비-고은별(김소현)’을 좋아하는 ‘한이안(남주혁)’과 ‘공태광(육성재)’ 사이의 관계는 순정만화를 보는 듯한 재미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단순히 러브라인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한이안’은 수영 선수라는 꿈의 좌절과 극복, ‘공태광’은 아버지와의 관계 회복을 다루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돋보입니다. 학생 시기에만 가능한 순수한 관계와 사랑을 그려내는 동시에 학교에 있을 법한 캐릭터와 에피소드도 다루는 것인데요. 러브라인을 통해서는 학창 시절만의 풋풋함과 드라마틱한 면모를 강조하고, 또 여러 캐릭터와 에피소드를 놓치지 않아 학생들이 처한 고민을 현실적으로 드러냅니다. 즉 극적인 전개와 현실 묘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면서 설렘과 공감을 함께 유발하는데요. 이는 이전의 ‘학교 시리즈’와는 다르게 <후아유-학교 2015>만이 시청자를 이끄는 요소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특히 <후아유-학교 2015>에서의 캐릭터들은 전형적이지 않고 입체적입니다. 그래서 더욱 학교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절대선과 절대악을 상징하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납득할 만한 이유를 지닌 캐릭터들이 가해자와 피해자의 역할을 오고 갑니다. 


▲ 사진 3 촬영현장에서의 '이은비(김소현)'과 '강소영(조수향)'의 모습


‘서영은(김보라)’ 캐릭터 관련 에피소드에서 이를 살펴볼 수 있는데요. 통영에서 왕따를 당하던 쌍둥이 동생 ‘이은비(김소현)’는 언니 ‘고은별(김소현)’의 삶을 살게 되면서 가해자의 입장에 처하기도 합니다. ‘서영은’은 돈을 스스로 쓰면서 친구들과의 관계를 지속하고자 했지만 ‘고은별’만은 넘어오지 않자 사물함에 집에서 훔친 목걸이를 두어 곤경에 빠지게 했기 때문인데요. ‘고은별’의 삶을 살게 된 ‘이은비’는 통영에서의 경험으로 ‘서영은’의 마음을 이해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또 ‘서영은’은 적극적으로 왕따 시킨 것은 아니지만 먼저 친구하자고 나서주지 않았던 반 친구들을 향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많은 생각을 들게 합니다. 적극적이지도 소극적이지도 않은 태도가 때로는 어떤 사람에게는 소외를 느끼게 하고 왕따를 시키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극 중에서 반 친구들도 이에 반성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드라마 속에서 어떻게 보면 가장 악한 캐릭터인 ‘강소영(조수향)’과 선한 캐릭터인 ‘이은비(김소현)’의 관계가 역전되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강소영’은 통영에서 ‘이은비’를 괴롭힌 주범으로 서울에서마저 ‘고은별’의 삶을 살아야 하는 ‘이은비’를 괴롭힙니다. 그러한 ‘강소영’에게 당하지 않기 위해 ‘이은비’는 ‘강소영’을 반과 자신의 친구들로부터 소외시켜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데요. 그만큼 관계에 있어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는 얕다는 생각도 들며 그럼에도 지속하여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사유하고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기도 합니다.




<후아유-학교 2015>는 미스테리 추리물과 학원물의 성격을 다 가지고 있는데요. 주된 미스테리는 ‘정수인’이라는 인물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미스테리 추리물을 같이 시도하여 얻는 이점은 본격적으로 학교에서의 문제를 전면에 드러낸다는 점입니다. ‘정수인’ 사건과 관련하여 얽힌 다양한 이해관계를 추리물 형식을 통해 보여주고 복합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지요. 아직 ‘정수인’이 어떠한 인물이었고 사건이 있었는지 제대로 나오지는 않아 애청자인 저도 무척이나 궁금한데요! ‘정수인’ 사건을 통해 그려낼 학교의 현실이 어떨지 기대가 됩니다.


‘당장에 앞으로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는 게 청춘이라 청춘 자체가 미스테리 아니냐’라는 말에 더욱 용기를 얻어 청춘 미스테리를 꾀했다는 PD의 말은, 청춘을 무조건 아름다운 시기로 그리지도 않고 적당히 무게감 있게 그릴 줄 아는 태도를 가졌다는 점에서 인상 깊습니다. 나이가 적든 많든 상관없이 각자의 오늘은 처음 사는 것이기 때문에 늘 어렵기 마련입니다. 그러한 점에서 학원물임에도 낭만적으로만 혹은 비관적으로만 담아내지 않는 시선은 더욱 공감대를 자아내고 많은 생각을 해보게 만든다고 봅니다.


어느덧 <후아유-학교 2015>도 후반부에 접어들었습니다. <후아유-학교 2015>는 순정만화와 같은 러브라인, 입체적인 캐릭터, 미스테리 추리물과의 결합을 통해 기존의 ‘학교 시리즈’와 차별화된 지점을 만들어내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학교와 학생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청춘에 대한 존중은 놓지 않고 이어가 여전히 ‘학교 시리즈’로서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월요병도 이기게 만드는 <후아유-학교 2015>! 끝까지 ‘학교 시리즈’만이 할 수 있는 학교의 현실을 치열하게 보여주어 유종의 미를 거두었으면 합니다. 


ⓒ 사진 출처

- 사진 1 KBS <학교 2013> 공식 홈페이지

- 사진 2, 사진 3, KBS <후아유-학교 2015>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