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이하 DDP)에서 ‘샤넬 2015/16 크루즈 컬렉션’이 열렸습니다. 이날 게스트로는 한국에서도 이름을 알린 ‘크리스틴 스튜어트’, ‘틸다 스윈튼’ 등 헐리우드 배우 뿐 아니라 세계적인 패셔니스타 ‘G드래곤’등 국내외 유명 인사들이 방문하면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쇼가 개최되기 전부터 샤넬의 수석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서울의 동대문 패션시장을 둘러보는 모습이 SNS에 확산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라거펠트가 방한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어떤 의상들을 선보였을지 기대됩니다.
크루즈 컬렉션이 열린 장소인 DDP는 가브리엘샤넬이 이끌어 온 패션 철학을 주제로 삼았던 <문화 샤넬전>이 열린 곳이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건물의 디자인을 맡은 이라크 건축가 ‘자하 하디드’는 라거펠트가 좋아하는 건축가 중 한사람이라고 하는데요, 이쯤 되면, DDP와 샤넬과의 인연이 매우 깊다고 할 수 있겠네요. 우리나라 디자인의 중심지 DDP에서 열린 샤넬 쇼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하신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라거펠트는 한 인터뷰에서 “특정 지역의 패션을 세계화하고 싶었다”고 밝히며 한국의 패션은 동양의 어떤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이라는 의견을 덧붙였는데요, 한국 특유의 문화가 주는 신선함에 매료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실제로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국내의 여러 박물관들을 방문했다고 합니다. 과연 어떤 점이 그의 눈을 사로잡았는지 궁금한데요. 이번 컬렉션 의상들의 어떤 부분에서 한국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 영상 1 샤넬 크루즈 컬렉션 현장 영상
1920년대 당시 유럽에서는 럭셔리 크루즈 여행이 상류층에서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직접 차를 운전하고 스포츠를 즐기는 독립적인 여성의 모습도 점차 많아졌는데요. 이러한 배경 속에서 가브리엘 샤넬은 이와 같은 여성들을 겨냥해 깔끔하고 우아한 의상을 선보였다고 합니다. 크루즈 정신의 탄생에 샤넬이 앞장서게 된 것이지요. 인기를 끌던 크루즈 컬렉션은 잠시 주춤하기도 했으나 라거펠트가 1983년 샤넬에 합류한 직후 이 컬렉션을 부활 시켰습니다. 이후 컬렉션이 성공을 거두면서 2000년부터 다양한 도시에서 매년 정기적인 쇼가 개최되고 있는데요, 가볍고 색감이 화려한 여름 의상들을 주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싱가포르 등에서 선보인 크루즈컬렉션이 아시아에선 세 번째로 서울에 온 것입니다. 크루즈 컬렉션은 세계적인 브랜드인 샤넬의 쇼인 만큼 개최 소식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알려집니다. 특히 개최지의 문화적 배경과 맥락이 의상에 크게 반영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문화를 알리는 데에는 더 없이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지요.
▲ 사진 1 가브리엘 샤넬의 모습
그렇다면 한국이 쇼의 개최지로 선택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라거펠트는 “외국인들이 아시아 국가 중에서 중국과 일본의 문화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한국에 대해선 많이 모른다“고 하며 새로운 영감과 소재를 끊임없이 발굴해야 하는 디자이너에게 한국은 더 없이 좋은 곳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은 특히 세계의 손꼽히는 대도시 가운데 하나입니다. 도시를 꽉 채운 고층빌딩들도 많지만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고궁들도 많지요. 이렇게 전통과 모던함이 공존하는 서울의 특징이 라거펠트에게 큰 신선함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한국’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으신가요? 색동저고리, 유교문화, 한옥 등이 떠오를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라거펠트가 한국의 전통문화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색동저고리를 들 수 있습니다. 색동저고리가 주는 발랄한 느낌이 쇼에 그대로 녹아들었습니다. 라거펠트는 색동저고리의 청·홍·녹색을 재해석하기도 했는데요, 가벼운 오간자 소재의 드레스에서 그린, 핑크, 터키쉬 블루 등 화사한 컬러로 재탄생 했습니다. 패션쇼장의 인테리어도 빨강·파랑·노랑 등의 의자와 청사초롱을 연상케 하는 등으로 꾸민 점도 색동저고리의 발랄한 느낌을 전달하는 데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 사진 2 컬렉션 룩들
패션에서 ‘비율’은 옷의 전체 매무새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지요. 라거펠트는 한복의 치마에서도 신선함을 느꼈다고 합니다. 여성한복에서 치마는 허리선이 아닌 가슴 선부터 이어집니다. 이는 중국이나 일본의 의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이지요. 이러한 한복치마의 라인은 기존의 서양의 드레스에서 많이 쓰이는 ‘엠파이어 라인’보다 훨씬 위로 올라간 것이라고 하는데요, 라거펠트는 이것을 보고 ‘한복의 드레스라인’이라 칭하며 쇼의 룩에 그대로 반영시켰습니다. 위에 보이는 컬렉션의 드레스가 어딘지 친근한 느낌이 들지 않나요?
▲ 사진 3 카멜리아 장식
패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으로 액세서리를 들 수 있습니다. 이번 쇼에선 샤넬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카멜리아 꽃’이 무언가 심상치 않은데요. 기존 흰색의 카멜리아 꽃을 한국버전으로 선보였다고 합니다. 수작업으로 한 송이 한 송이 작업 한 카멜리아 장식은 ‘네오프렌’이라고 하는 고무로 이루어진 신소재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현대적 소재와 전통 디자인의 조화라, 매우 신선한데요. 마치 그 모습이 우리 전통가옥의 기와 장식인 ‘와당’같기도 합니다.
▲ 사진 4 백스테이지 컷
이번 쇼에서는 사극에서 주로 접할 수 있었던 ‘가체’도 선보였는데요, 우리 전통스타일이 그대로 런웨이에 등장한 점이 매우 새롭습니다. 금발의 모델이 가체를 하니, 마치 새로운 스타일의 모자를 쓴 것 같기도 합니다. 쇼에서 선보인 몇몇 자켓들을 자세히 보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금빛으로 자수를 놓은 듯 보이는 곳에 ‘한글’이 빼곡히 적혀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울, 가브리엘, 샤넬’이라는 글귀가 들어 있네요. 모델들의 메이크업도 주목할 만합니다. 한옥의 곡선에서 영감을 받은 듯 간결한 선으로 표현한 눈썹이 특이하지요. 아이메이크업은 위아래 속눈썹의 가운데 부분을 강조시켰는데요, 색동저고리를 입은 수줍은 소녀의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이밖에 가죽소재의 메리제인슈즈 안에 양말을 매치한 모습도 눈에 띕니다. 우리도 한복을 차려 입을 때 보통 신 안에 버선을 신는데요. 이를 표현한 것일까요?
샤넬의 이번 크루즈 컬렉션은 전체적으로 밝은 컬러로 구성되어, 발랄한 느낌을 줍니다. 라거펠트가 본 한국은 이렇게 생동감 넘치는 이미지가 아니었을까요? ‘어! 저거 어디서 본 것 같은데?’싶은 아이템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한 쇼였습니다. 우리들에게는 익숙한 듯 보이지만 외국 사람들에게는 신선한 모습으로 비춰질 것입니다.
▲ 사진 5 라거펠트가 직접 촬영한 컬렉션 프레스 컷
‘한옥마을’로 엄청난 관광효과를 누리고 있는 전주에서는 ‘한복데이’가 열리는 등 젊은 층 사이에서도 한복의 아름다움이 재확인되고 있습니다. 시원하고 통풍이 잘되는 한복의 소재도 늦은 봄부터 여름에 이르기까지의 의상을 선보이는 크루즈컬렉션에 제격이었지요. 이번 샤넬 크루즈 컬렉션은 ‘패션의 제왕’이라고 할 수 있는 라거펠트에 의해 한국의 문화를 알릴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이번 쇼를 시작으로 K-패션 시장에 훈훈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앞으로 글로벌시장에서의 K-패션의 활약, 기대해도 좋겠지요?
Ⓒ사진출처
- 표지~사진5 샤넬 공식 웹사이트
Ⓒ영상출처
- 영상 1 샤넬 공식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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