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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방송 영화

대한민국을 웃기고 울린, 파란만장한 코미디언의 역사

by KOCCA 2014. 10. 30.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먹~지~요. 호로록!"


요즘 가장 핫한 ‘대세’ 코미디언을 꼽으라면 단연 이국주를 들 수 있을 겁니다. ‘으리으리’한 여자 이국주는 식탐송으로 스타 반열에 올라 코미디·예능프로그램은 물론 각종 방송·광고계를 종횡무진하며 코미디언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국주와 같은 코미디 스타가 있기까지 한국에는 시대를 풍미하는 수많은 코미디언이 존재해 왔습니다. 대한민국을 웃기고 울렸던 파란만장한 코미디언의 역사를 돌아보았습니다.



▲ 사진1 대세 코미디언 이국주




▲ 사진2 MBC 코미디 프로그램 <웃으면 복이 와요> 를 관람 중인 방청객, ▲ 사진3 구봉서와 배삼룡



“힘들고 서글픈 이들에게 웃음거리를 줄 수만 있다면, 비실 비실이어도 좋고 천대받는 광대여도 좋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삼룡이가 되고 싶다.” -배삼룡 저 『한 어릿광대의 눈물젖은 웃음』 中


힘들고 가난했던 시절, 웃음으로 서민의 시름을 달래준 코미디계의 대부들이 있습니다. 격동의 시대, 이름 석 자만으로도 대한민국을 웃게 한 구봉서, 배삼룡, 서영춘 등의 희극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제 강점기부터 1960년대 악극 무대, 라디오 등에서 만담, 노래, 연기로 대중의 인기를 끌었던 코미디언 1세대는 TV 개국과 함께 막이 오른 TV 코미디로 활동 무대를 옮겨 본격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코미디를 선보였습니다. 특히 1969년 MBC 개국 당시 지방 유랑극단 무대에 섰던 코미디언들을 모아 만든 프로그램인 <웃으면 복이 와요>는 우리나라 방송에서 코미디 장르를 본격화했으며, 안방극장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웃으면 복이 와요>에서는 이미 극단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었던 구봉서, 배삼룡, 서영춘 등을 비롯 이기동, 권기옥 등의 희극배우들이 총출동하여 안방극장을 누볐고, 송해와 박시명, 서수남과 하청일, 장소팔과 고춘자 등의 명콤비들이 등장하여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구봉서와 배삼룡은 동갑내기 단짝으로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주었는데요. 바보 캐릭터의 원조인 배삼룡은 걷어 올린 바지에 특유의 개다리춤을 선보이며 소박하고 친근한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했고, 똑똑한 얌체 역할이었던 구봉서는 웃음의 이면에 슬픔이 묻어 있는 연기를 펼치며 당시의 많은 초등학생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꼽을 만큼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시대의 아픔과 가난으로 응어리진 서민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어릿광대들은 그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해학과 풍자를 안겨주었으며,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시름을 덜고 웃음꽃을 피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활약으로 인해 한국 코미디는 성장하여 전성기를 맞이하기 시작했습니다.




▲ 사진4 '코미디의 황제' 이주일



70년대 말, 한국 코미디 역사에 길이 남을 한 인물이 등장하게 되는데요. 남다르게 못생긴 이주일은 신선한 충격과 함께 안방극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일으켰습니다. 그는 악극단에서 활동하며 오랜 무명 생활을 거친 뒤 TV로 무대를 갈아타면서 나이 마흔 살이 넘어서야 빛을 본 늦깎이 스타입니다.


못생긴 외모 콤플렉스를 장점으로 이끌어낸 이주일은 TBC <토요일 전원 출발>, MBC <웃으면 복이 와요>와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못생겨서 죄송합니다”, “뭔가 보여드리겠다니깐요”, “콩나물 팍팍 무쳤냐” 등의 유행어를 남겼고, 수지큐(Susie Q) 음악에 맞춰 엉덩이를 흔들며 뒤뚱거리는 ‘오리춤’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 잡으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못나서 억울했고, 못나서 출세한 그는 3,700만 국민들의 친구였으며, 80년대를 주름잡는 코미디의 황제로 군림하였습니다.

 


▲ 사진5 80년대 코미디의 전성기를 함께한 <유머 1번지>


 

또한, 80년대에는 이주일을 비롯한 많은 코미디언의 등장으로 코미디언의 전성기가 도래했습니다. 구봉서와 배삼룡이 활약했던 정통 코미디 시대와는 달리 정밀한 대본과 짜인 구성에 따라 짧은 호흡의 코미디를 선보이는 방식이 주를 이루었고, 더욱 다양한 장르의 코미디가 펼쳐졌습니다.


이 시기에는 KBS <유머 1번지>, <쇼 비디오 자키>, MBC <코미디 대행진>,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과 같은 프로그램들이 안방극장을 사로잡았으며, 처음으로 개그맨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최초의 개그맨 전유성, 바보 캐릭터로 배삼룡의 뒤를 이은 심형래, “잘 될 턱이 있나”라는 유행어로 유명한 시사 개그의 달인 김형곤 외에도 이경규, 최양락, 이봉원, 서세원 등의 스타들이 인기몰이를 했습니다.


남자 스타들을 물론 여자 스타들도 대거 등장했는데요. 서민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던 김미화, 능수능란한 말발의 이성미, 다방면에서 재능을 보인 이경실을 이어 박미선, 이영자, 조혜련 등이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속속들이 등장하여 남다른 끼와 재치로 무대를 장악하며 그녀들의 파워를 과시했습니다.




▲ 사진6 국민MC 유재석과 강호동



1990년대에는 정통 코미디가 퇴보하고 버라이어티 쇼와 같은 새로운 장르의 코미디가 주류를 형성하면서 더욱 빠른 세대교체가 이루어졌습니다. 10~20대가 트렌드를 이끌고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계층으로 부상함으로써 신세대적 감각을 지닌 코미디언들이 새로운 웃음의 주역이 되었습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국민적인 인기를 누렸던 김국진, 뛰어난 즉흥대사로 예상치 못한 웃음을 자아내는 남희석, 편안하고 재미있는 진행의 김용만, 남다른 말재간과 기막힌 애드리브를 선보이는 신동엽 등의 인물이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또 지금까지도 굳건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이휘재, 서경석과 이윤석, 김제동, 유재석, 강호동, 박수홍 등의 코미디언들이 모두 90년대부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에는 80년대부터 인기를 이어온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을 비롯하여 KBS<슈퍼선데이>, SBS <기쁜 우리 토요일> 등의 프로그램이 많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고, 2000년대에 들어서 MBC <느낌표>와 <무한도전>, KBS <해피선데이>, SBS <일요일이 좋다> 등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 사진7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KBS <개그콘서트>



하지만 아무리 ‘버라이어티 쇼’가 대세를 이루었던 시대라 하더라도 정통 코미디의 명맥을 이어가는 프로그램 역시 존재하였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KBS <개그콘서트>는 박준형, 박성호, 정종철, 심현섭, 김준호, 김대희 등의 코미디언들이 출연하여 한국 코미디를 주도하였고, 한국 코미디계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현재까지도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방영 당시 <개그콘서트>와 양대 산맥을 이루었던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역시 컬투, 김신영, 양세영 등의 코미디언들이 전면에 나서 웃음을 전도하였고, 최근에는 차별화된 콘텐츠로 특색 있는 코미디를 선보이고 있는 tvN <코미디 빅리그> 등의 프로그램들이 여전히 정통 코미디의 방식을 유지해 나가며 존재하고 있습니다.

 


▲ 사진8  tvN <코미디 빅리그>


 

한국의 코미디는 반세기의 역사 동안 한편으로는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늘 사회적 비난과 멸시의 대상이 되어 ‘천박’한 장르로 취급받아 왔습니다. 이러한 이중적인 사회의 시선을 견뎌내며 한국의 코미디는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여 대중 속으로 깊이 파고들어 있는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구봉서, 배삼룡부터 유재석, 강호동까지 우리의 코미디언들은 시대의 흐름과 함께 하며 웃음에 목마른 대중의 곁에서 끊임없이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고, 숱한 응어리로 얼룩진 사람들의 마음을 풍자와 해학을 통한 공감으로 풀어주었습니다. 웃음을 위해서 어떠한 망가짐도 두려워하지 않는 그들이 있기에 대한민국의 웃음은 계속될 것입니다. 


 

ⓒ 사진출처

- 표지 MBC <무한도전> 제공

- 사진1  tvN <코미디 빅리그> 제공

- 사진2,3,4 MBC 제공

- 사진5 KBS 제공

- 사진6 MBC <무한도전>,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 제공

- 사진7 KBS '개그콘서트'  제공

- 사진8 tvN <코미디 빅리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