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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문화기술

비트큐브 하나면 모두가 미디어아티스트! -작가 강병수님을 만나다

by KOCCA 2014. 4. 8.


여러분은 미디어아트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모두가 미술 교과서에서 한번쯤 본 고 백남준님의 비디오 아트 <다다익선>이 생각날 것입니다. 사전에서는 미디어아트를 '현대 커뮤니케이션의 주요 수단인 대중매체를 미술에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미디어가 발전하면서 미디어아트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지만 아직은 대중들에게 생소한 주제입니다. '비트큐브'라는 모듈을 개발해서 미디어아트의 대중화를 꾀하는 (주)헬로긱스의 연구소장 강병수님을 만나서 미디어아트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사진1 작업실에서 강병수님


Q) 학부를 전자공학과를 나오셨는데 미디어아트를 시작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중,고등학교 때 미술부활동을 했습니다. 미술을 하고 싶었지만 집안사정 및 여러 가지 이유로 하지 못했습니다. 대학교 갈 때 그 당시 유행이었던 전자공학을 선택했죠. 하지만 학교를 다니면서 저는 전공보다 예술에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군대에서 좋아하는 걸 하자라고 생각을 했고 복학 후 디지털미디어디자인이라는 미대 쪽 복수전공을 신청했습니다. 그러면서 미대 쪽에서도 전자공학이 쓰이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의 전자는 전자공학과의 전자와는 다르게 매력적이었죠. 


본 전공에서 배운 지식들이 미대에서의 작업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전공과 복수전공 동아리 활동 모두 열심히 하면서 대학생활을 마치고 졸업시점엔 일단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회사에 들어갔어요. 당시엔 미디어아트의 길이 딱히 있지 않았습니다. 다행히도 회사에서의 경험이 표현력을 높이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예술에 대한 열정에 전자공학적인 배경이 갖춰지니까 어느새 미디어아티스트가 되어있네요.

 

▲사진2 헬로긱스 현판


Q) 헬로긱스를 설립하게 된 계기 및 회사 소개와 요즘 하는 작업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A)  홀로 작업하다가 미디어아트 작업규모 특성상 한계에 부딪치게 되었습니다. 자본이 필요했고 그러기 위해선 뭉쳐야 했습니다. 작업자들만 뭉쳐서는 어렵고 작업 외에 다른 일을 누군가 해줘야 지속적인 작업을 할 수 있거든요. 회사를 운영하기 위한 요소들이 갖춰져야 유지가 되니까 뜻이 맞고 작업을 좋아해주시는 분들과 창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일반인들이 쉽게 미디어아트를 제작할 수 있는 키트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Q) 키트얘기를 해주세요. 아두이노와 비트큐브로 작업을 하시는데 그 둘을 알려주세요. 둘 차이는 뭔가요?

A) 아두이노는 기본적으로 소형컴퓨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고전적인 방법으로는 특정 방식으로 점멸하는 LED 하나를 켜는데 한 달이 필요하지만, 아두이노는 5분이면 됩니다. 기존에 오래 걸리는 표현법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주죠. 하지만 약간이라도 프로그래밍에 관한 지식이 없으면 다룰 수 없습니다. 복잡한 동작을 하게 하려면 더 깊은 프로그래밍 지식을 필요로 하죠. 그래서 저희가 개발한 것이 '비트큐브'입니다. 사용자가 프로그래밍 단계를 안 해도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미리 특정 동작을 하도록 프로그래밍을 해놓고 모듈화 했습니다. 


▲사진3 기존의 방법과 비트큐브 비교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어두워지면 불이 켜지고 밝아지면 불이 꺼지는 동작을 구현하려고 합니다. 위의 예제는 빛 감지 센서가 밝기를 20 미만으로 인식하면 77 밝기의 빛을 내고 아니면 15 밝기의 빛을 내도록 한 것입니다. 기존의 방법으로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하여 코딩을 해야했습니다. 비트큐브를 사용하면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구현을 할 수가 있습니다. 


▲사진4 비트큐브의 주요 모듈들


위의 모듈들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서 무한한 설계가 가능합니다.

               

▲영상1 비트큐브 설명 영상


Q) 본인이 생각하는 미디어아트의 매력은?

A) 'animate'라는 단어의 의미는 '생기를 불어넣다'죠. 저는 애니메이션(animation)을 좋아합니다. '몬스터주식회사'를 보면 실제로 도어를 통해 공간과 공간을 이어가잖아요? 이따가 소개할 제 작품 중에 'Door'라는 작품이 있는데 거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어요. 저는 정지되어 있는 회화보단 움직이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와요. 저도 뭔가 움직이게 하고 싶었고 그 움직임을 통해 관객들과 대화를 하고 싶었어요. 기존의 작업들은 작가가 주고자 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형태였잖아요. '미디어아트'라는 형식으로 오면서 서로 대화를 하는 것이죠. 관객이 작품에게 다가가면 작품이 관객에게 말을 걸어줍니다. 그러면서 생명력을 느낄 수 있어요. 저는 그런 면이 미디어아트의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 움직임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습니다. 그래서 제 작품의 대부분이 움직이는 게 많아요.



▲ 영상2 'Door' 설명 영상


Q) 방금 언급하신 'Door'소개 부탁드려요. 

A) 석사과정을 하면서 계속 하고 싶은 작업을 했습니다. 하고 싶다는 게 주관적이기 보다는 내가 느끼는 따뜻함을 다른 사람도 느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업을 합니다. 저는 제 작업을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어렵지 않은 작품이 나온 것 같습니다. 


'도어'는 공모전을 하면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 간의 따뜻한 소통에 관한 주제 속에서 만들었습니다. 도어는 내가 문을 열고 노크를 하면 도어를 갖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들립니다. 그리고 문을 열면 동시에 소통을 할 수 있게 되죠. 전 세계의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을 때 노크를 하면 됩니다. 먼 거리이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건 따뜻함입니다. 그 순간 설렘에 관한 기대치 못한 즐거움도 제공하죠.

 


▲영상3 연극 '죄와 벌 The Game' 음향지원 영상


Q) 연극 '죄와 벌 The Game'에서 음향지원을 맡으셨는데 어떻게 맡게 되신 건가요?

A) 어떤 프로젝트 자문회의에서 연극 연출하시는 분과 연이 닿아서 서로의 하는일에 대해 얘기를 했었습니다. 그 선생님께서 지금 연출하고 있는 작업에 음향효과가 필요하다고 하셨고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기존의 연극은 장면에 맞춰서 음악을 재생합니다. 근데 그 연극의 특성상 실시간으로 무대에서 소리를 만들어내야 표현이 극대화되는 상황이 존재했습니다. 분위기를 압도하고 인물 대립관계의 미묘한 상황을 전달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던 것이죠.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연극무대에 또 참여하고 싶습니다.


Q) 미디어아트를 함으로써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요?

A) 미디어아트도 하나의 문화입니다. 그림을 감상하고 음악을 듣는 것과 같은 그런 문화에요. 미디어아트를 통해 즐거울 수 도 있고 예상치 못한 낯섦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냥 하나의 새로운 매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주고 싶습니다. 기존의 미디어아티스트랑 다른 느낌을 주는 것 같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예전의 작가들은 일방적으로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함과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미디어아트에서 스타작가가 나오면 이 분야가 좀 더 대중화 될 거라 생각 합니다. 저도 좋은 작업을 많이 해서 미디어아트가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매체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Q) 문화기술에 관심 있거나 이 일을 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저는 학교 다닐 때 정말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복수전공 부터 동아리 활동도 누구보다 열심히 했습니다. 제가 관심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고 배웠습니다. 여러 경험들을 통해 전 방위적인 기본소양을 길렀습니다. 꼭 본인의 학과만 쳐다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다양한 정보들을 받아들이기를 바랍니다. 무엇이든 관심 있는 활동을 많이 하세요. 무엇이든 열심히 한 것이 지금 저에게 큰 자신감을 줘요. 무서워하지 말고 가능한 많은 시도를 하세요.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안주하지 마세요. 끊임없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해보고 한 뒤에는 돌아보세요. 어떤 경험이든 능동적으로 받아들여서 자기것으로 만들면 좋은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Q) 앞으로 작업들은 어떤 것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A) 비트큐브를 양산하기 전에 비트큐브의 완성도를 높여야 합니다. 양산되면 사람들에 의해서 재생산되고 미디어아트가 확산될 것입니다. 더 좋은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사용자 입장에서 계속 고민하여 더 좋게 완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 외에 다양한 작품은 <Recycled Sounds>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사진 및 영상 출처

-표지 2014 시그라프 아트갤러리

-사진1,2 직접 촬영

-사진3,4 (주)헬로긱스 

-영상1 직접 촬영

-영상2,3 youtube 채널<Byongsue 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