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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방송 영화

동성애, 그 은밀한 사정을 담아라! 김별아 작가의 <채홍>, 그리고 김조광수 감독의 영화들

by KOCCA 2013. 8. 5.

 

▲사진1 김조광수 감독

 

 

동성애. 함부로 정의내리기도 어렵고, 수식어로 붙기만 하면 갑론을박이 뒤따라 나오는 단어이죠.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동성애 코드를 가진 콘텐츠들이 조금씩 등장하기 시작했죠. 많은 사람들이 동성애 영화라는 단어를 들으면, 동성애 영화의 바이블과 같은 <브로크백 마운틴>과 <해피투게더>와 같은 영화들을 떠올릴 만큼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도 옅어졌습니다.


외국에 비해 보수적인 성향이 강했던 우리나라에서도 배우 이준기를 일약 스타덤에 올린 영화 <왕의 남자>나 주진모, 조인성 주연으로 화제의 중심이었던 <쌍화점>처럼 동성애를 다룬 영화들이 점차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와 같은 영화뿐만 아니라 동성애 코드를 가진 여러 콘텐츠들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과연 어떤 콘텐츠들이 동성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까요?

 

 

◎ 역사적 기록으로 남겨진 비운의 여인 이야기- <채홍(彩虹: 무지개)>
 

김별아 작가는 1993년 등단 후 2005년 <미실>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올랐습니다. 역사적 기록은 얼마 되지 않는 미실이라는 인물을 풍부한 상상력과 작가만의 섬세한 문체로 제 1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김별아 작가가 미실에 이어 또 다른 여성 캐릭터로 장편 소설을 썼습니다. 바로 <채홍>입니다.

 

▲사진2 <채홍>의 표지

 

<채홍>은 세종의 며느리이자, 문종의 두 번째 비였던 순빈 봉씨(봉빈)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작가는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봉빈의 짤막한 기록을 토대로 비운의 삶을 살아야 했던 한 여인의 이야기를 꾸려냈는데요. 그런데 그 기록의 내용이 평범하지 않습니다.

 

“요사이 듣건대, 봉씨가 궁궐의 여종 소쌍이란 사람을 사랑하여 항상 그 곁을 떠나지 못하게 하니, 궁인들이 혹 서로 수군거리기를, ‘빈께서 소쌍과 항상 잠자리와 거처를 같이 한다’고 하였다.” -『세종실록』 1436년 10월 26일

 

김별아 작가는 이 기록을 토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쳤습니다. 봉씨가 여종을 사랑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는 주변 인물들을 통해 그 이유를 그려보았습니다. 세종의 아들 문종은 똑똑하고 성품이 깊어 세자로서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처음 부인으로 맞았던 휘빈과의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세자로서 한 나라를 이끌어갈 준비를 해야 했던 문종에게 세자빈을 사랑하는 일은 불필요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지요. 결국 휘빈 김씨는 부덕한 일로 폐출당하게 됩니다. 이후 들어온 봉빈도 역시 문종의 사랑을 갈구하지만 문종은 의무적으로 봉빈을 대할 뿐 냉담하기만 하죠.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랑을 받지 못해 외로워하던 봉빈은 소쌍이라는 동궁나인을 만나고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조선시대에도 동성애자는 환영받을 수 없었습니다. 부덕한 여인으로만 생각되던 봉빈을 김별아 작가는 사랑받을 수 없던 환경으로 인한 비운의 여인으로 재해석한 것이지요. 2011년 12월 출간한 <채홍>은 영화화하기로 결정 후 캐스팅을 준비 중이라고 하는데요. 과연 어떤 배우들이 <채홍> 속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연기하게 될 지 정말 궁금하네요.

 

청년필름의 대표이사로서 극장판 <올드미스 다이어리>, <조선 명탐정: 각시투구 꽃의 비밀> 등 많은 영화의 제작을 맡았었던 김조광수는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지난 5월엔 19살 연하의 남자와 9월 7일 공개 결혼을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그가 동성애자들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소년, 소년을 만나다>라는 영화로 감독 데뷔를 했습니다.


 

 

◎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김조광수 감독의 동성애 영화- <소년, 소년을 만나다>, <친구 사이?>,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사진3 게이프라이드 퍼레이드에 참가한 김조광수 감독 

 

 

김혜성, 이현진, 예지원 주연의 <소년, 소년을 만나다>는 게이 청소년의 풋풋한 첫 사랑 이야기를 담은 단편 영화입니다. 소재의 독특함 때문일까요?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섹션에 초청되었던 <소년, 소년을 만나다>는 온라인 예매 개시 2분 만에 매진되었습니다. 또한 30분 정도로 진행되는 ‘관객과의 대화’ 시간엔 많은 사람들의 참여 덕분에 1시간 반이나 진행되었다고 해요.

 

다음해 김조광수 감독은 연우진, 이제훈과 함께 후속 작품인 <친구 사이?>를 개봉했습니다. 군입대한 애인에게 면회를 가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친구 사이?>는 앞서 <소년, 소년을 만나다>에서 주인공들의 풋풋한 만남만을 담았던 것과 달리 군입대라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가미하며 관객들에게 진솔한 이야기를 건넵니다.

 

▲사진4 영화 <소년, 소년을 만나다> 영화 포스터

 

▲사진5 영화 <친구사이?> 영화 포스터


퀴어 영화를 만드는 김조광수 감독에 대해 엇갈린 시선이 존재할 것입니다. 하지만 김조광수를 응원하는 든든한 팬들이 있어 감독은 단편 영화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바로 ‘소년단’과 ‘친구들’입니다. 만 원에서 10만 원까지 제작비 모금에 동참한 사람들인데요. 단순히 제작비만 후원하는 게 아니라 보조출연 재능기부 등을 통해서도 영화 제작에 동참했다고 합니다.

 

▲사진6 영화 <두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영화 포스터

 

김조광수 감독은 사람들의 응원에 힘입어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퀴어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장편영화도 만들었습니다.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하 두.결.한.장)은 주변의 시선이 두려운 게이 민수와 아이를 입양하고 싶은 레즈비언 효진이 위장 결혼을 하지만 불안하기만 한 결혼 생활 끝에 겪는 갈등을 다루고 있는데요. <호텔 아프리카>와 <마틴 앤 존>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만화가 박희정이 <두.결.한.장>의 시나리오를 읽고 6년 만의 복귀작으로 선택해 더욱 기대를 모았습니다.

 

 

▲사진7 웹툰 <두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두.결.한.장>은 기획의도와 시놉시스만으로 제 1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피치&캐치 극영화 관객인기상과 아트레온상을 받았으며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Silk Screen Film Festival에서 관객상("Audience Choice Award")을 수상하였다고 합니다. 책과 영화 콘텐츠 외에 다른 콘텐츠 부문에서도 동성애를 다룬 작품을 만날 수 있는데요. ‘동성애, 그 은밀한 사정을 담아라 (2)’에서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 사진출처

- 사진1,3 김조광수 감독 트위터

- 사진2 네이버 책

- 사진4,5,6 각 영화 공식 호멮이지

- 사진7 네이버 웹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