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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스토리

두 돌을 맞은 <소중한 날의 꿈>

by KOCCA 2013. 7. 24.

 

▲사진1 <소중한 날의 꿈>의 한 장면

 

 

한국 애니메이션 마니아로서 2년 전 이맘때는 정말 불타는 여름이었습니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 게 아니라,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한국 극장용 애니메이션들이 일제히 그 모습을 드러낸 시기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미 6월 초에 개봉한 <엄마까투리>는 폭발적인 반응을 등에 업고 안동시 1개관 상영을 넘어 전국상영으로 확대되었고 이후에 개봉할 <마당을 나온 암탉>은 한국 극장용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200만 관객 돌파라는 신화를 쓰게 됩니다. 또한, 그해 가을에 개봉한 <돼지의 왕>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3관왕을 달성하며 한국 독립 장편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고요.

 

그런데 지난 6월 29일, 2011년 줄이었던 한국 극장용 애니메이션 대열에 합류했던 작품 중 하나가 개봉 2주년을 기념한 상영회를 연다는 소식이 있어 직접 한번 가 봤습니다. 그것은 바로 <소중한 날의 꿈>입니다.

 

▲사진2 <소중한 날의 꿈>의 한 장면

 

2011년 6월 23일에 개봉한 <소중한 날의 꿈>은 정말 기나긴 프로젝트였습니다. 실제 이 작품을 구상하고 개봉하게 되기까지 11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파일럿영상을 통해 프로젝트의 존재 자체가 일반에 널리 알려진 것도 2005~2006년 무렵의 일이니 그때부터 계산해도 6년 정도 걸린 셈이죠. 모종의 경로를 통해 유출된 파일럿영상이 알려졌을 당시 한국의 애니메이션 관련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과 상관이 없는 커뮤니티도 호기심을 갖고 작품에 대해 기대의 시선을 보내왔던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작품이 담고 있었던 모습이 이제까지 외국의 애니메이션이나 국내의 여러 작품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한국 사람들 자신의 삶의 모습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평소 주로 외국 작품에서 나오는 외국 사람들의 삶의 모습만 많이 보아 왔던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에게 애니메이션에서 우리의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것은 마치 하나의 갈증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소중한 날의 꿈>의 파일럿 영상에서 그렇게 원해 마지않던 것을 보았으니 다들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 거죠.

 

그러나 파일럿영상이 유출된 이후 많은 사람이 <소중한 날의 꿈> 개봉을 기다려왔지만 1년, 2년, 3년… 하고 시간이 계속 흘러도 개봉은 커녕 제작이 어떻게 진척되고 있다는 소식조차 들리지 않았습니다. 결국, 꾸준한 기다림에 취약한 한국 사람들의 특성 탓에 이 작품의 이름은 점점 사람들 가슴 속에서 잊혀 갔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제작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제작사인 연필로 명상하기는 <소중한 날의 꿈>을 만들면서도 중간마다 자금 확보를 위해 게임 동영상이나 <애니메이션 겨울연가> 등 여러 다른 외주 작업을 병행하는 식으로, 느리지만 꾸준히 작품을 만들어 나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흐르고 이제는 기다리는 사람이 하나라도 남아 있을까 싶었던 2010년 가을, 이 작품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어 이제는 정말 개봉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리고 2011년 4월에는 드디어 소중한 날의 꿈 개봉일이 6월 16일로 확정되었다는 희소식이 들리게 됩니다. (개봉일은 이후 6월 23일로 연기되었습니다.) 더군다나 개봉 첫 주에 100여 개가 넘는 상영관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할리우드 대작 애니메이션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절대 적지 않은 수준이었습니다.

 

 

▲사진3 <소중한 날의 꿈> 2주년 상영 기념 대형 포스터

 

하지만 안타깝게도 <소중한 날의 꿈>은 개봉 이후 객관적인 흥행성적으로서는 참패하고 맙니다. 제작비가 18억 원이었지만 관객수가 5만 명에 그치고 말았던 것입니다. 의미는 컸으나 대중적인 재미를 크게 이끌어 내기에 살짝 부족했던 작품 내용 자체의 문제도 있었지만, 그간 영화계에서 문제가 되었던 극장과 배급사의 수직계열화와 할리우드 대작영화의 맹공 때문에 개봉 1주일도 안 되어 대다수의 상영관을 잃게 된 것이 큰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제작진은 이에 굴하지 않았습니다. 총감독을 맡은 안재훈 감독님은 수많은 GV(관객과의 대화) 행사에 참석하시면서 <소중한 날의 꿈>을 두고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관객들과 소통하는 기회를 마련했고 연필로 명상하기는 작품을 만들면서 있었던 여러 작은 이야기들과 작품 제작에 관련된 여러 정보를 인터넷에 꾸준히 올렸던 것입니다. 덕분에 비록 많지는 않지만, 전국에 있는 독립·예술영화 상영관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작품이 상업적으로는 실패했지만, 제작진은 그 이후에도 전시회 등 여러 가지 행사를 개최하고 디오라마나 DVD 같은 각종 상품들 발매하면서 작품에 대한 진정성을 지금도 꾸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중에 나오는 주인공 오이랑처럼 비록 1등은 못 할지라도 끊임없이 걸으려 하는 모습을 말입니다. 그런 진정성 때문이었는지 이후 연필로 명상하기는 김영사 및 EBS와 함께 우리나라의 단편 문학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한국단편문학> 시리즈의 제작을 맡게 되었고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메밀꽃 필 무렵>을 시작으로 해서 현재는 <봄봄>, <운수 좋은 날>, <소나기> 등의 애니메이션 제작을 진행 중에 있다고 합니다. 그 외에 자체적으로 기획한 TV시리즈와 극장용 애니메이션인 <로봇 전원일기>와 <도래샘숲>에 대한 구상도 하고 있다고 하고요.

 

▲사진4 개봉 2주년 기념 전시회 현장

 

▲사진5 개봉 2주년 기념 전시회 현장

 

6월 29일 이날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의 한국영상자료원 지하에 있는 영화관인 시네마테크 KOFA에서 <소중한 날의 꿈> 개봉 2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특별 상영회가 열렸습니다. 이날 극장 로비의 한 구석에는 <소중한 날의 꿈>의 장면들과 원화, 동화, 설정자료, 배경, 대본, 디오라마 등등 작품 제작과 관련된 자료들이 전시되었습니다. 몇몇은 그동안 여러 전시회나 일반인들의 제작사 견학으로 이미 공개되었던 것들이지만 몇몇은 이번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볼 수 있었던 것들이라 더욱 알찼습니다.

 

▲사진6 작화지

 

▲사진7 <소중한 날의 꿈> 대본

 

▲사진8 작화지

 

▲사진9 제작 관련 자료

 

이날 상영은 총 세 가지 순서로 이루어졌는데요. 우선 제작사인 연필로 명상하기가 그동안 만들었던 창작 및 외주제작 애니메이션들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영상이 상영되었습니다. 그간 연필로 명상하기가 수많은 작품에 관여해왔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지만, 영상의 편집이 별로 매끄럽지 못해서 살짝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다음에는 소중한 날의 꿈 본편을 상영해 주었는데 앞서까지는 얼마 없던 관객이 본편 상영 때는 많이 불어나서 깜짝 놀랐습니다. 관객 구성도 어린아이부터 나이 드신 분들까지 다양했고요. <소중한 날의 꿈> 개봉 전 어떤 시사회에 초대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 시사회에서 관객 구성이 주로 중장년층이라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1970년대를 살아오셨을 그 분들이 많이 좋아하고 공감해 주시는 걸 보고 저도 뿌듯함을 느꼈었는데 마치 그 시사회 때로 다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미 수없이 많이 본 작품이지만 다시 한 번 보면서 2011년 여름 무렵의 설렘이 그대로 다시 제 가슴 속에 와 닿는 것 같았습니다.

 

 

▲사진10 왼쪽부터 조영각 집행위원장, 안재훈 감독

 


 

 

 

 

▲영상1,2,3 <소중한 날의 꿈> 개봉 2주년 GV영상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님과 안재훈 감독님이 참석한 가운데 GV 행사를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두 분께서 작품에 관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관객들의 질문에 응답하시기도 했으며 추첨을 통해 관객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주는 행사도 진행하였습니다. 이날 GV에서 안재훈 감독님은 소중한 날의 꿈에 등장하는 유명인물을 닮은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 작품을 만든 계기에 관한 이야기, 개봉했을 무렵에 겪었던 이야기, 성우진 선택에 관한 이야기 등등에 대한 깊이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해 주셨습니다.

 

이날 상영회로 저는 2011년 6월에 느꼈던 설렘을 다시 한 번 느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몇 년을 기다려 온 작품을 드디어 눈으로 직접 보게 되었을 때 느꼈던 소중한 감정…. 그 감정은 현실의 벽 앞에 멈춰 서고 말았지만, 작품과 제작진이 시련에 굴하지 않았던 것처럼 제 자신도 거기에 굴하지 말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리라 생각했던 그 느낌도요. 소중한 느낌과 감정을 제 가슴 속에 다시 한 번 일깨워 준 연필로 명상하기와 한국영상자료원에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우리 애니메이션을 극장에서 온전히 만나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생일 축하해요! 소중한 날의 꿈!"

◎ 사진출처

- 사진1,2 네이버 영화

- 사진3-10 직접 촬영

- 영상1,2,3 디시인사이드 ID: SV-001/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