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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문화기술

[Interview] ⑫ 세계 최초 로봇뮤지컬 개발한 뉴미디어 아티스트, ‘코이안’ 전병삼 대표이사

by KOCCA 2013. 5. 16.

 

한 우물만 파라는 옛말, 다들 알고 계시죠? 하지만 최근에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영역이 섞이거나 조화를 이루는 현상을 뜻하는 융합의 트렌드가 강세입니다. 문화기술(CT)은 바로 이 융합의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전세계적으로 문화기술에 대한 학문적인 관심과 산업적인 접근이 동시에 활발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예술과 과학의 경계에서,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새로운 CT콘텐츠를 개발하는 기업 <코이안>의 전병삼 대표이사와 만났습니다.

 

     

 

 

 

Q) 안녕하세요! <코이안>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A) 코이안은 예술과 과학이 만나 새로운 21세기 콘텐츠를 만드는 기업입니다. CT기술을 활용해서 로봇, 뉴미디어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어요. 문화콘텐츠라 하면 공연, 전시, 학술행사, 교육 프로그램, 문화상품 등을 포함합니다.

 

 

 

Q)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 진행한 로봇타타 공연 콘텐츠 제작을 위한 음악연주로봇 통합제어 기술개발과제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 사진1 코이안 전병삼 대표이사

 

A) 음악을 연주하고, 영상이 나오는 대형 로봇들이 있어요. ‘로봇타타와 뮤직로봇이라는 공연에서 기계들이 캐릭터가 되어 실제로 어쿠스틱 연주를 합니다. 마림바를 연주하는 마리, 기타를 치는 썬더, 드럼을 치는 틱틱&톡톡이 등장하는데요. 세계 최초로 대형 공연장에서 배우 없이, 뉴미디어 기술을 활용해서 1시간 동안 어린이 뮤지컬을 공연했어요. 우리 기술로 직접 제작했답니다.

 

 

▲ 사진2 어린이 뮤지컬 '로봇타타와 뮤직로봇'

 

 

Q) 현재 이 기술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요?

A) 하나의 문화기술을 다양한 방식의 문화콘텐츠로 풀어내고 있는데요. 보시다시피 공연에서 쓰였고, 로봇 자체를 행사에서 이용하기도 합니다. 체험형 전시, 교육 프로그램 등에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실시간으로 게임, 작곡 등을 할 수 있는 뮤직로봇 마리는 최근 강조되고 있는 융합교육, 통합교과교육을 실현 가능하게 합니다.

 

또 테마파크에서도 쓰이는데요. 기존 놀이기구들은 탑승형이나 관람형이었어요. 로봇과 관련된 콘텐츠는 거의 없었습니다. 로봇이 등장하는 어린이뮤지컬의 경우, 무대에 사람이 없으니까 원하는 타이밍에 공연을 할 수 있습니다. 운영하는 사람이나 관리하는 사람도 최소화 하며, 현재 무인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무인화'로 인한 단점도 있지 않을까요? 공연의 감동이라 던지.

A) 기존 로봇 공연의 단점이 있었어요. 로봇은 사람을 따라하는 존재, 사람이 시키는 대로 하는 존재로 생각했어요. 형태나 걷는 모습도 사람과 비슷해야 했고요. 로봇의 어원이 노예라는 뜻을 가진 단어 ‘Robota’에서 왔는데, 항상 로봇을 사람보다 열등하게 봤죠. 그런 관점에서 접근하니 공연은 감동적이지 않고, 재미가 없었던 거예요. 그래서 코이안은 로봇만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로봇다운 것이 무엇일까?, 로봇이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 까를 고민했고, 그 결과물 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4옥타브 실로폰 마림바를 연주하기 위해서 사람은 두 손으로 혹은 한 손에 채를 두 개 집어 연주하는데, 로봇은 44개의 팔로 동시에 연주를 해요. 이건 로봇이 사람보다 잘 치는 개념이 아니라, 그냥 로봇다운 거예요. 비교할 수 없는 거죠. 얼마나 특별하고 신기하고 우스꽝스럽겠어요. /이라는 수직구조가 아니라, 그냥 다르다는 수평구조인 거예요. /못으로 보면 문제가 발생하는데, 다르다고 보면 그 안에서 가치들이 생겨나죠.

 

▲ 사진3 로봇이 직접 연주하는 4옥타브 실로폰 마림바

 

 

꼭 얼굴이 있고 팔, 다리가 있을 필요가 없어요. 사람을 따라하지 않으니까 독창적인 게 나오는 거고. 기존의 로봇들이 실패를 했다면, 코이안은 그것들이 가지고 있던 패러다임을 깨부수고 새로 개발한 문화기술에 멋진 아이디어나 방향성들을 입혀 새로운 타입의 콘텐츠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Q) 그럼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어려운 점이 있다면?

A) 과학자, 공학자들이 있고 예술가, 디자이너들이 있어요. 전혀 다른 공부를 해온 사람들이죠. 남자와 여자가 서로 다른 삶을 살다가 갑자기 딱 만나서 일을 하거나 연애를 하기 시작하면 어떻겠어요? 맨날 싸우겠죠. 미국인과 한국인이 처음 만나서 얘기하는 것과 같아요. 같은 말을 쓰고 있지만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같은 단어를 쓰고 있지만 전혀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도 해요. 예술과 과학의 융합이 오래전부터 있었는데, 실질적으로 제대로 된 융합을 성공시킨 케이스는 거의 없었어요. 코이안도 그런 문제들을 겪었고, 이제는 서로를 이해하며 한 팀이 되어 좋은 결과물들이 나오고 있죠. ‘문화기술이라는 것 자체가 두 개를 동시에 배우는 거잖아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Q. 부서의 구성이 어떻게 되나요?

A) 총 7개의 부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문화기술 1팀은 기계 설계나 하드웨어, 전자기기 보드 등을 개발하고, 문화기술 2팀은 소프트웨어나 게임 엔진을 담당합니다. 영상팀은 특수영상이나 3D영상을 만들고, 디자인팀은 콘텐츠에 아름다운 옷을 입혀요. 제작팀에서는 기술, 영상, 디자인 이 모든 것을 아울러 실제 제작을 진행합니다. 기획팀에서는 초기에 이를 기획하고, 제안하며 기회들을 만들고, 경영팀에서 기업 재정을 관리합니다.

코이안은 기술만 잘하는 사람보다 기술에 관한 굉장한 스페셜리티를 가지고 있지만 문화예술에 대한 목마름이 있거나 음악연주를 할 수 있는 사람’, ‘디자인을 너무 잘하면서 기술적인 호기심이나 경험이 있는 사람’, 즉 박지성과 같이 멀티 플레이어이면서 자기 포지션이 있는 사람을 원하죠. 그래서 어쩌면 다른 회사들보다 쉽게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을 열어서 같이 일을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Q) 그렇다면, 일반사람들에게 다가가고자 한 노력은 어떤 게 있었나요?

A) 사실 문화기술은 어려운 게 아니에요. 직관적으로 그냥 쓰면서 재미를 느끼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것인데, 실제로 돈이 많이 들어가고 진행하기에 쉽지 않은 프로젝트들이기 때문에 회사차원에서 사회공헌사업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무료 관람기회를 많이 만들고, 찾아가는 프로그램들을 운영합니다. 전통문화 재현 로봇으로 현재 전국 투어를 다니고 있는데요. 어제 울릉도 초등학교에 다녀왔어요. 태어나서 로봇을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친구들에게 로봇 공연을 하고 교육을 시켜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 사진4 전통복을 입고 있는 로봇

▲ 사진5 전통복을 입고 있는 로봇

 

또 회사 안에 출판사가 있어요. 우리가 한 것들을 자료로 책을 만들고, 학술 행사를 직접 기획하고 있습니다. 기계가 꾸는 꿈 Machine Dreams(2010)라는 책이 있는데요. 기계와 생명에 대한 확장된 시각과 융합예술을 다룬 학술 심포지엄(2009)에서 발표했던 내용, 전시, 토론했던 녹취들을 기록한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코이안>의 향방이 궁금합니다!

A) 문화기술을 통해 21세기 콘텐츠를 만드는 글로벌 리더가 되고 싶습니다. 내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문화기술을 결합한 성화대의 총괄감독과 개막공연에 활용되는 IT 부문의 책임을 맡았는데요. 아시아의 40억 인구가 불을 지피는 그 순간, 문화기술을 통해서 세상 사람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주는 것이 제 역할이에요. 코이안은 이미 우리나라의 문화기술 대표 기업이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글로벌 리더가 되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달란트, 융합적 Creative를 나누고 싶어요. 이로써 사회가 조금 더 의미 있고 풍요로워지면 좋을 거 같습니다.

 

 

 

CT포럼 2013 리포터 이현경

 

사진출처

- 사진 1,2,3,4,5 코이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