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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방송 영화

봄날의 멜로영화 좋아하세요? 두 번째 이야기 -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

by KOCCA 2013. 4. 30.

 

최근 봄날은 정말 봄답지 않은 날씨들의 연속입니다. 하루걸러 내리는 비도 봄비답지 않게 차갑기만 하네요. 그래도 비가 주저리주저리 내리는 날이면 창 넓은 카페에 앉아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함께 멜로영화 한편 보는 여유를 갖는 것도 낭만이겠습니다. 봄 답지 않은 날들이지만 그래도 다들 봄날의 멜로영화는 좋아하시죠?

 

오늘 소개해 드릴 영화는 이와이 슌지감독의 <러브레터>입니다. 1999년 작인 이 영화는 올해 2월에 극장에서 재개봉을 하면서 다시 한 번 우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습니다. 극 중 1 2역을 소화한 나까야마 미호가 설산을 바라보며, 슬프고도 아름답게 내뱉던おけんきですか(오겡끼데스까)?”는 아직까지도 제가 아는 유일한 일본어입니다.

 

                                                                 ▲ 사진1 <러브레터> 국내 포스터

 

사랑했던 연인 후지이 이츠키를 잃은 슬픔을 품고 사는 와타나베 히로코(나까야마 미호 분)’는 그의 2주년 추모식에 참석했다가 우연히 그의 중학교 앨범을 보게 됩니다. 거기서 죽은 연인의 지금은 사라진 옛 주소를 발견하고, 그리운 마음에 안부를 묻는 편지를 보냅니다. 당연히 답장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는 하지 않았겠죠. 그 주소 자체가 지금은 사라진 주소이니까요. 하지만 며칠 후, 후지이 이츠키로부터 답장이 날라 옵니다.

 

 

                                                        ▲ 사진2 1인 2역을 소화한 '나까야마 미호'

 

히로코는 후에 편지를 보낸 사람이 그와 같은 이름을 지닌 여자이며, 그의 중학교 동창이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신과 외모가 닮았다는 것도요. 히로코는 이렇게 자신의 죽은 연인과 이름이 같은 이츠키에게 그에 대한 추억을 나눠달라고 부탁합니다. 이렇게 두 사람 사이에 편지가 오고 가게 됩니다.

 

 

                                                 ▲ 사진3 남학생 후지이 이츠키(카시와바라 타카시 분)

 

여학생 이츠키(사카이 미키 분)가 기억하고 있는 남학생 이츠키(카시와바라 타카시 분)는 같은 이름 때문에 고생하기도 했던, 또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기도 했던 아이였습니다. 학기 초에 같은 이름 때문에 아이들에게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고, 학기 내내 같은 이름 때문에 주번을 같이 했었죠. 게다가 3년이나 같은 반이었죠.

 

 학급 선거 날 도서부장 선거에서는 반 아이들 모두가 장난으로후지이 이츠키후지이 이츠키라고 적는 바람에 도서관에서 같이 근무를 서기도 했었죠. 남학생 이츠키는 도서관에서 남들이 전혀 빌리지 않는 책들만 찾아서 텅 빈 도서카드에 자신의 이름을 적는 특이한 행동을 했었다고 여학생 이츠키는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 사진4 여학생 후지이 이츠키(사카이 미키 분)

 

사실 남학생 이츠키가 도서카드에 적었던 이름들은 자신의 이름이 아닌 여학생 이츠키의 이름이었던 것이죠. 잡다하고 느슨하게 연결되던 여학생 이츠키의 추억여행은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도서카드 뒷면에 그려진 그림으로 정리됩니다. 남학생 이츠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 사실은 여학생 이츠키에 대한 관심표현이었던 것이죠.

 

 

                                                            ▲ 사진5 도서카드 뒷면에 그려진 그림

 

이 영화의 명장면을 꼽자면 단연코 옛 연인이 조난당해 죽은 설산을 찾아가 안부를 묻는 장면입니다. 히로코는 잘 지내고 있나요? 전 잘 지내고 있어요.” 라고 계속해서 소리칩니다. 안부를 묻다 감정이 복받쳐 오른 히로코는 결국 눈물을 흘립니다. 이 눈물을 흘림으로 비로소 히로코는 죽은 연인 이츠키를 보낼 수 있게 되었을 겁니다.

 

 

"잘 지내고 있나요? 전 잘 지내고 있어요"

 

◎ 사진출처: 포털사이트 네이버 영화/ 영화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