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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스토리

캐릭터 산업의 OSMU(One Source Multi Use)

by KOCCA 2012. 2. 1.


 One Source Multi Use를 들어 보셨나요? 문화콘텐츠를 마케팅으로 활용하거나, 혹은 문화콘텐츠가 그 목적인 마케팅 기법입니다. 제목 그대로 한 가지 자원으로 여러 방면에 활용한단 뜻인데요. 드라마, 가요, 만화 등에서 작품을 홍보하기 위해 관련 상품을 만들거나 다른 분야의 작품으로 새로 탄생하는 것을 많이 보셨을 겁니다. 드라마를 홍보하기 위해 포스터를 제작하고 OST가 담긴 음반을 만들거나, 인기 연예인의 얼굴이 들어간 상품이 흔한 OSMU의 예입니다.

 

 


 

 캐릭터는 OSMU가 특히 활발한 문화콘텐츠입니다. 그 이유는 캐릭터가 다른 문화예술 분야와 비교해 갖는 강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미키마우스는 80세가 넘었고, 헬로키티 또한 30세가 넘었습니다. 이들은 만화 뿐만 아니라 게임, 유원지, 각종 캐릭터 상품으로 끊임없이 재탄생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이 캐릭터들이 케케묵었다는 인식은 약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린이 캐릭터의 원조격인 '아기공룡 둘리'를 인쇄 매체에서 머무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애니메이션, 각종 캐릭터 상품, 교육용 비디오, 박물관, 에듀테인먼트까지 활용하였습니다. 최근 뽀로로를 비롯한 국산 인기 캐릭터들이 속출하면서 각종 캐릭터 상품 뿐만 아니라 뮤지컬로도 재탄생되고, 아담한 테마파크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어린이 세상'이 열린 것이지요.

 



국민 캐릭터인 '아기공룡 둘리'를 활용한 둘리 뮤지엄 조감도

 

 

그렇다면 캐릭터 분야는 왜 유난히도 OSMU가 활발한 것일까요?


 첫 번째, 캐릭터만이 가진, '변치 않는다'는 절대적인 강점 때문입니다. 드라마, 연예인을 활용한 OSMU는 많습니다. 하지만 배우나 가수는 사람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늙게 마련이고, 이는 자연스럽게 인기 하락을 초래합니다. 이에 비해 캐릭터는 나이를 먹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귀엽고 예쁜 모습 그대로 남을 수 있는 것이지요. 어머니 세대에서도, 자식 세대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은 원작자에게 엄청난 효율성을 갖는 것이겠지요. 연예인은 세월이 지날수록 변신을 꾀해야 하지만 캐릭터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초기의 콘셉트로 충성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캐릭터는 인격체가 아니기 때문에 어디든지 활용할 수 있습니다. 연예인은 사람이기 때문에 너무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려 하면 지치는게 당연합니다. 또한 자칫하다 '인권 침해'라는 비난을 살 수 있습니다. 소설 역시 활용 범위가 넓기는 하지만 원작을 변형하여 가치절하하면 비난을 면치 못합니다. 그러나 캐릭터는 협력해서 얼마든지 새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습니다. 협력을 한다면 원작자의 의도가 자칫 훼손될 순 있지만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술이 모여 새로운 모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칫하면 저작권 침해를 당할 수 있고, 캐릭터를 다른 분야에 활용하기 위한 추가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 문제점입니다. 바로 '선출원주의' 때문에 기본 캐릭터의 디자인을 조금만 변형해도 일일이 개별 디자인으로 특허청에 신청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마시마로'를 탄생시킨 최승호 씨엘코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이러한 비효율적 제도와 지적재산권 침해 때문에 고충을 겪는다고 토로하였습니다. 

그리고 유명 MMO RPG '리니지'가 본래 만화가 원작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본래 롤플레잉 게임 리니지는 신일숙 작가의 동명 만화 '리니지'를 활용하여 만들어진 것입니다. NC소프트에서 개발된 리니지는 엄청난 인기를 끌지만, '저작권 침해'라는 법적 분쟁도 일어났습니다. NC소프트가 리니지를 해외수출 할 때와 광고·홍보에 활용할 때 원작자와 협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일숙 작가는 계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결국 원작자가 계약위반행위 및 가처분신청을 하는 상황까지 치달았고, 합의로 마무리되었습니다만 하나의 문화콘텐츠를 다른 분야로 활용하려면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명작 만화를 원작으로 엄청난 인기를 끄는 게임이 만들어졌지만 원작자와 개발사 사이에 지적재산권 분쟁이 벌어지기도...

 

 세 번째, 자녀에게 계속 투자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 때문입니다. 물론 성인을 타깃으로 한 캐릭터도 존재하긴 하나, 대부분의 캐릭터는 주로 어린이를 타깃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정서 함양을 위한 애니메이션, 교육을 위한 에듀테인먼트, 가족과 함께 즐기기 위한 테마파크 혹은 뮤지컬 등 어린이를 위한 OSMU 활용 사례는 굉장히 많습니다. 이 세상의 부모들은 자녀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고, 지적·정서 교육에도 도움이 되는데다 어린 자녀가 굉장히 반기니 캐릭터를 활용한 작품만큼 더욱 좋은 것이 없죠.

 

 

 


 한국의 OSMU는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일단 취약한 문화콘텐츠산업 기반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산업은 제조업과 중공업 위주이기 때문에 인프라 구축을 위한 국가의 지원이 미약하며, 탄탄한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인력의 부재(인문학의 위기), 좁은 내수시장, OSMU에 협력할 파트너 부족 등 갖가지 이유들이 탄탄한 OSMU와 멀어지게 합니다. 


 모든 분야의 문화콘텐츠 OSMU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스토리가 탄탄하고 수준이 있어야 하지요. 훌륭한 소설, 희곡, 영화는 오래도록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쓰여졌습니다. 캐릭터 산업 또한 원작의 훌륭한 스토리텔링으로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켜 참신한 아이디어로 새 생명을 불어넣는 게 중요합니다. 또한 세계화도 중요한데, 아무리 국적이 달라도 인간이 가진 정서와 추구하는 것들은 기본적으로 같기 때문에 상업주의가 아닌, 철학을 지닌 스토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OSMU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만들어진 용어이긴 하나, 문화예술이 갖는 본질적인 특성 때문에 OSMU가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화콘텐츠 그 자체가 생산적 자원이기 때문이죠. 세계적으로 매우 잘 알려진 고전 '폭풍의 언덕'은 몇 번이고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대중 가요(!)로 재탄생하기도 하였고, 우리나라의 '춘향전' 역시 학습만화, 영화 등 몇 번이고 새 작품으로 탄생하였습니다.

앤디 워홀이 마릴린 먼로를 회화로 남긴 것도 대표적인 OSMU 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도, 홍은영 작가가 순정만화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그림으로 학습 만화로 재탄생되어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덕분에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그리스 신화에 대한 관심을 가졌습니다. 음악 역시 벨소리, 광고음악으로 활용됩니다. 원작의 철학을 무시하고 대중의 기호에만 맞추거나, 돈에 혈안이 되어 전략없는 '재탕'을 한다면 비난을 받기도 합니다.

OSMU는 훌륭한 원작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고, 원작자가 작품활동을 계속 할 수 있는 밑거름이기도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문화예술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훌륭한 OSMU란 색다른 관점으로 나름대로의 철학을 갖고 작품을 재조명하는 것이지요. 현재 캐릭터 OSMU를 하는 업체들도 상업적인 정신보단 '캐릭터는 예술작품이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철학을 갖고 임한다면, 훌륭한 작품이 탄생할 것입니다.

 

 

뛰어난 작품성을 지닌 고전소설 '폭풍의 언덕'은 영화, 연극, 음악으로도 만들어졌다.

 

 순정만화같은 화려한 그림체로 어린이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그리스 로마 신화

 

 또한 앞에서 캐릭터가 갖는 강점들을 소개했지만 모든 캐릭터가 같은 경쟁력을 갖는 것이고, 계속 새로운 캐릭터가 나오는 상황에서 기존의 캐릭터가 잊혀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전략과 참신한 아이디어가 절실합니다. 앞으로 더욱 많은 캐릭터들이 세상을 밝게 만들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