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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문화 황무지에 내리는 단비같은 음악, 비손콘텐츠 유형석 매니저

by KOCCA 2020. 6. 5.

 

 

인디 아티스트의 음원을 유통하는 디지털 음악 유통 플랫폼 '뮤직스프레이' 들어보셨나요? 특히 애플 뮤직, 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플랫폼에 음원을 낼 수 있어 해외 진출이 막막한 아티스트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비손콘텐츠는 '뮤직스프레이'같은 유통 플랫폼을 통해 아티스트가 음원을 내고, 그 수익으로 지속 가능한 음악을 창출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작년 중국 현지 법인을 설립하며 중국 시장 진출에도 나섰다고 하는데요. 자세한 이야기를 유형석 매니저와 함께 나누어봤습니다.

 

"중국에는 어떻게 가게 되셨나요?"


비손콘텐츠 설립 초반에는 중국진출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 상태였어요. 그러던 중 국내에서 열리는 글로벌 음악 마켓 뮤콘(MU:CON)에서 만난 중국 업체의 담당자와 교류하면서 중국시장의 변화에 대해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업체 담당자의 도움으로 이듬해 중국 비즈니스에서 소기의 성과도 낼수 있었고, 이를 기점으로 중국 비즈니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아울러 제 인생 최고의 성과도 함께 거두게 되었지요. 그때의 연을 이어나가 서로를 인생의 반려자삼고, 2017년 11월에 함께 중국 심천에 건너오게 되었습니다. 그 분은 현재 저희 비손콘텐츠 중국법인의 법인장으로, 2019년 3월부터 비손콘텐츠 중국현지 법인을 설립해 함께 중국 시장을 개척해나가고 있습니다.

 

△비손콘텐츠 중국 법인

 

 

"매니저님 이력이 궁금합니다."


저는 원래 라이브 사운드 엔지니어로 다년간 근무했었습니다. 야외 축제나 이벤트를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장비 운영, 사운드 오퍼레이션이 주요 업무였죠. 이후 2년 반 정도 호주에서 생활을 하다 비손콘텐츠의 대표님으로부터 디지털콘텐츠 해외유통사업에 대한 소개를 받고, 해외사업부 매니저 자리를 제안받았어요. 2011년에 한국으로 귀국해 곧바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해외를 오가며 해외 각지 다방면의 콘텐츠업계 종사자들과 교류도 가지게 되면서, 세상에는 수없이 다양하고 기발한 비즈니스 모델들이 존재한다는걸 알게 되었죠. 그때 배운 비즈니스 경험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해외사업을 개척하게 되었습니다. 

 

"거의 황무지를 개척한 수준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중국 진출 후에는 어땠나요?"


회사에서 심천 하이테크페어 참관을 제안했고, 이를 시작으로 중국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초반엔 중국에 있으면서 원격으로 한국에서의 기존 업무를 처리했던 시간이 더 많았어요. 중국 시장은 어디부터 개척해야 하는지, 어떤 음악을 찾아야 하는지 막막한 시간이었습니다. 중국은 인터넷 검색만을 통해서는 가치있는 정보들을 접할 수 없는 나라에요. 심천 하이테크페어를 준비하면서 저희가 가지고 있는 한국버전 사업계획서를 번역해 놓았던 자료가 다였고, 현지 시장조사 부분도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나온 연구보고서를 참고해서 중국 시장의 대략적인 방향성과 추이를 파악한 정도가 다였죠. 보통 음악이나 영상 등의 문화콘텐츠는 상하이나 베이징 쪽으로 집중되어 있는데, 이런 문화 황무지 심천에 덩그러니 와서 콘텐츠 유통 회사를 운영한다고 하니 선뜻 동의해 주시는 분들이 없었어요.

 

                       

"심천에 법인 설립을 한 이유가 있을까요?"


심천에 법인 설립을 한 건 이곳이 저에게 제일 익숙한 도시라는 것이 첫번째 이유일거고요. 그 외에도 많은 이유들이 있습니다. 심천은 인구분포에서 20대 초반이 굉장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중국 각지에서 수많은 인재들이 몰려든 이 젊은 도시를 중심으로 여러가지 새로운 시범정책이나 새로운 비즈니스 도입의 시험 무대가 되고 있어요. 현재 중국 발전상은 이 도시의 발전 속도와 맞물려 있다고 봐도 무방할거에요. 새로운 국제적 경제화 도시 조성을 목표로 새롭게 디자인된 도시이다보니 도로 교통이나 안내 표지판 하나하나의 디자인까지 여러가지 새로운 시도가 도시 이곳저곳에 녹아들어 있어요. 그만큼 많은 자본과 기회들이 존재하고 있는 곳이라 저희 비손콘텐츠에게도 기회가 있을거라는 확신을 가졌죠. 법인 설립과정은 수월한 편이었어요. 저희는 중국 내국인 법인 대표인 중국법인을 설립할 수 있었으니까요. 이 점이 저희 비손콘텐츠가 중국에서 많은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겠네요. 콘텐츠 유통 법인으로서 일단 외자법인은 각종 허가나 계약조차 쉽지 않거든요. 중국 내부로 해외 콘텐츠를 가지고 올 수 있는 회사는 외자법인의 경우 최소 51퍼센트는 중국 소유여야 해요.


"해외진출에 어려웠던 점이 많았을 것 같아요."


현지에서의 사업을 리드해줄 수 있는 누군가가 없었다보니, 말씀드렸다시피 시장에 대한 정보가 굉장히 부족했어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고, 어떻게 시장을 개척 할지 별다른 계획조차 없이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중국 콘텐츠 산업의 사정이나, 어느 지역에 어떤 음악이, 어떤 문화가 발달했는지에 대한 중국 콘텐츠 산업의 구조에 대한 이해조차 부족했었어요. 저는 상대방과 미팅 전에 상대를 파악하고자 인터넷을 주로 이용하는데요. 중국은 인터넷을 통해 상대방의 정보를 구하는게 너무 어려웠어요. 꽤 규모가 있는 회사임에도 제대로 된 홈페이지조차 없는 경우가 더 많으니까요.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수출마케팅플랫폼(Welcon), 콘텐츠 산업동향 등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간 계속적으로 성과를 만들어 온 것은 한국콘텐츠진흥원 심천 비즈니스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심천 엑셀러레이터센터에 입주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곳에 입주하고 나서 처음 소개받게 되었던 현지 업체는 영상콘텐츠 제작에 사업영역이 집중되어있는, 저희의 주요 업무와는 큰 접점이 없었던 곳이었어요. 당시 비즈매칭이 진행되는 중에 접점을 만들어 보려고 고민을 하다가 당시 제가 막연히 구상 중이던 저작권 관리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드렸고, 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계약까지 단번에 이어졌어요. 그때 이 사업이 중국에서 정말 필요로 하는 사업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현지에서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계약서 양식도 없었던 상황이었지만 이런 부분들 역시 센터의 도움으로 빠르게 진행되면서 저희 비즈니스도 활기를 띄기 시작했어요. 지금도 바쁘지만, 즐기면서 계속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높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중국의 콘텐츠를 잘 발굴하여 더 넓은 세상으로 도달시키는 것은 물론, 향후에는 아직도 불법적으로 이 땅에서 이용되고 있는 많은 한국의 콘텐츠들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일에 힘을 기울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