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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게임

폐쇄적인 게임 커뮤니케이션이 뜬다! 텐센트가 투자한 번치(Bunch)

by KOCCA 2020. 2. 21.

 

지난 11월, 텐센트를 비롯한 글로벌게임 업체들이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의 전략적 투자 라운드에 참여했습니다. 해당 플랫폼의 명칭은 ‘번치’로 최대 8명의 친구 및 지인들이 동일한 모바일게임을 즐기며 음성과 화상으로 채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요. 번치의 창업자는 서구권에서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 ‘랜파티’ 문화에 영감을 받아 회사를 창업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번치는 개방형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하는 디스코드(Discord) 같은 기존의 게임 중심 채팅 플랫폼과 결이 다르다는 분석입니다. 

 

[모바일게임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번치’는?]

▲ 이미지 출처 : 번치 곰식 홈페이지 캡처


번치(Bunch)는2017년 미국에서 출범한 스타트업입니다. 번치는 사명과 동일한 모바일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해당 서비스는 모바일게임 전용의 화상 채팅 앱입니다. 작동 방식은 사용자는 번치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한 뒤, 몇 번의 탭만으로 자신의 지인을 최대 8명까지 세션(일종의 채팅룸)에 초대할 수 있습니다. 그런 다음 세션의 모든 참여자가 동일한 모바일게임 타이틀을 동시에 플레이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은 모바일게임을 즐기며 같은 세션에 있는 지인과 음성 및 영상으로 상호작용을 할 수 있습니다. 

한편, 2020년 1월 기준으로 번치가 지원하는 게임은 자체적인 미니게임과 함께 <포트나이트(Fortnite)>, <롭블록스(Roblox)> <HQ트리비아(HQTrivia)> 등이 있습니다. 물론 게임을 지원하는 화상 채팅 플랫폼은 번치가 최초는 아닙니다. 이 분야에는 이미 디스코드(Discord)라는 유명한 플랫폼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디스코드는 PC 및 콘솔게임에 최적화된 플랫폼입니다. 반면, 번치는 출시 시점에서부터 ‘모바일 네이티브’로 설계되어 왔습니다. 



[번치의 투자 유치 사례]



번치는 2018년도부터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언론매체 포브스(Forbes)에 따르면, 출범 초기인 2017년에는 번치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이 냉담한 편이었지만, 이후 2018년부터 <포트나이트>를 비롯해 , <마인크래프트(Minecraft)> 등 PC에서 인기 있는 게임들이 크로스플랫폼 전략의 일환으로 잇따라 모바일게임 버전을 출시하면서, 번치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게임들은 이미 PC 및 콘솔 버전에서 음성 및 영상 채팅과 함께 이용되는 경우가 상당했고, 이러한 경향이 모바일로도 전이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으로 보이는데요. 이에 따라 번치는 2018년 하반기 시드(Seed) 투자 라운드를 성공리에 마쳤습니다. 

▲ 이미지 출처 : 구글 플레이스토어 번치 app 페이지


하지만 번치가 주목받는 것은 가장 최근의 투자 유치 라운드입니다. 2019년 11월, 번치는 385만 달러의 전략적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해당 투자에 참여한 투자자에는 슈퍼셀(Supercell), 텐센트(Tencent), 라이엇 게임즈(Riot Games), 미니클립(Miniclip) 등이 속해 있어 화제였습니다. 슈퍼셀과 텐센트는 세계적인 모바일 게임 퍼블리셔이고, 라이엇 게임즈는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인기 PC 게임을 서비스 중인 퍼블리셔 입니다. 여기에 더해 미니클립은 2001년부터 무료 온라인 웹 게임을 서비스해 온 스위스 기반의 퍼블리셔인데요. 이러한 기업들이 투자자로 참여했다는 점은 결국 번치의 사업 모델이 게임 시장에서 상당한 잠재 기회를 보유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게임 중심으로 폐쇄적 커뮤니티 지향하는 번치]

 

번치에 대한 주요 게임업체들의 투자는 결국 모바일게임에서도 소셜 커뮤니티가 중요해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번치가 접근하는 소셜 커뮤니티 전략의 중심축은 ‘폐쇄성’에 있습니다. 번치의 창업자 겸 CEO인 셀쿡 아트릴(Selcuk AtliI)이 밝힌 회사의 창업 배경에서도 이를 알 수 있습니다. 

셀쿡 아트릴에 따르면, 자신은 어린 시절 친구들과 ‘랜파티(LAN Party)’를 자주했다고 하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랜파티란, 한 장소에 각자의 컴퓨터나 게임 콘솔을 가지고 와서 랜으로 연결한 뒤, 멀티플레이 게임을 즐기는 문화를 말합니다. 일찌감치 PC방이 보급된 탓에 국내에서는 조금 생소한 문화일지 모르나, 서구권에서 랜파티는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 주요한 방식으로 오랫동안 통용되었습니다. 셀쿡 아트릴은 랜파티 동안 친구들과 서로 소통하는 기회가 상당히 중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했고, 이를 바탕으로 번치를 창업하게 되었다는 후문입니다. 

 

▲ 이미지 출처 : 디스코드 공식 홈페이지 캡처


이미 PC 및 콘솔게임 분야에서 주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자리한 디스코드는 게이머에게 실제 오프라인상에서의 지인보다는 공통된 게임을 즐기는 불특정다수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주목적으로 하는 ‘개방형’ 플랫폼입니다. 그러나 번치는 이미 알고 지내는 친구와 지인을 게임에 연결하고, 이를 기반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즉,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플랫폼이 아닌, 과거 국내에서 서비스된 ‘싸이월드’ 같은 폐쇄형 소셜 플랫폼을 지향하는 모습입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이 모바일게임 기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 번치를 과연 얼마만큼 성장시킬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게임 타이틀 및 수익모델 확보 필요]

업계에서는 앞으로 번치가 자사 플랫폼과 연결되는 게임 타이틀을 비약적으로 늘리는 게 다른 무엇보다 중요해질 것이라 전망합니다. 폐쇄형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만큼 개방형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플랫폼 대비 사용자 확대에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플랫폼 상에서 제공되는 게임 타이틀의 인기에 의지하는 방법이 유효할 것입니다. 따라서 다양한 인기 게임들을 번치 플랫폼에서 제공함으로써 사용자 확대가 가능하다는 분석입니다. 

이와 더불어 수익모델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지도 현재 번치를 바라보는 업계의 주요 관전 포인트입니다. 현재로선 디스코드처럼 기본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하고, 일부 기능을 프리미엄(Freemium)이나 구독 모델로 제공하는 방식이 가능성 높아 보입니다. 하지만 PC나 콘솔 게임과 달리 잠깐의 시간 동안 가볍게 즐기는 이용 행태가 주를 이루는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디스코드의 사업모델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유효할 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이 콘텐츠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정기 간행물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2020년 1+2월호)'에 게재된 글을 활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