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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문화기술

신기술을 만난 웹과 모바일 콘텐츠 : 기술이 씨를 뿌려 콘텐츠를 꽃피우다

by KOCCA 2017. 12. 20.

 

새로운 기술 발전은 콘텐츠의 변화를 촉진합니다. 콘텐츠는 시공을 초월해 가치를 지니지만 신기술은 생산과 유통, 소비 등 모든 단계에서 커다란 변화를 초래했습니다. 인터넷과 컴퓨터(PC)의 확산으로 인쇄물과 아날로그 음반은 디지털화되었고 만화, 소설,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종합 플랫폼도 나타났습니다.
2000년대 들어 가장 큰 변화는 모바일에서 시작되었는데요. 주로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콘텐츠 형태와 소비자 이용 행태가 변화했습니다. 단순히 PC 기반 콘텐츠가 모바일 웹과 앱에 맞게 가공된 것이 아니라 모바일에 최적화된 콘텐츠가 이용자의 선택을 받은 것이죠.
기존에 없던 새로운 콘텐츠도 등장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급격한 변화의 시기가 다가오면서 디지털화된 콘텐츠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등 혁신 기술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습니다. 창작자 사이에서는 이런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주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확산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또 다른 변화의 시기를 예고하기도 합니다.

 

 

 

지난 5년간 가장 큰 변화는 모바일 확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화면이 작고 언제나 휴대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통해 스낵 컬처콘텐츠가 각광받기 시작했는데요. 스낵 컬처는 10분 내외 자투리 시간에 틈틈이 소비하는 가벼운 콘텐츠를 의미합니다. 웹툰과 웹 소설, 웹 드라마가 대표적이지요. 스낵 컬처는 10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며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피키캐스트와 카카오 1boon 같은 스낵 컬처 전용 서비스도 등장했습니다.
콘텐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모바일에 최적화한 이용자 환경(UI)도 개발되었습니다. PC 시절에는 상하 스크롤 방식 위주였지만 모바일에서는 책장을 넘기듯 좌우로 넘기는 방식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음악도 모바일의 등장으로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이용행태가 다운로드 중심에서 스트리밍 중심으로 전환된 것이지요.
이런 변화를 가져온 가장 큰 요인은 통신 기술의 발전입니다. 음악 파일을 언제 어디서나 감상하는 공유 방식이 활성화되려면 전송 속도와 안정성이 확보돼야 할 뿐 아니라 가격 장벽이 낮아져야 합니다. 로엔엔터테인먼트의 ‘멜론’, KT 뮤직의 지니같은 음악 서비스는 통신요금 결합상품 등을 내놓으며 유료 가입자를 늘렸습니다. 해외에서도 ‘스포티파이’와애플 뮤직등의 서비스가 다운로드가 아닌 스트리밍 중심으로 이용자를 확대했습니다
동영상 콘텐츠도 모바일 기술 덕분에 더욱 다양한 형태로 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인터넷 개인방송입니다. PC 중심 환경에서는 공간의 제약 때문에 게임과 먹방처럼 고정된 실내에서 진행하는 방송이 주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모바일로 개인 방송이 가능해지면서 실외에서 장소를 옮겨가며 방송하기가 쉬워졌습니다.
BJ들은 야외로 나가 번지점프와 여행, 각종 행사 등 전에는 제작하기 힘들었던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창의적인 시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이 지난해 실시간 모바일 방송 기능을 국내에 적용한데 이어 유튜브도 최근 모바일 생방송을 강화했는데요. 그로 인해 모바일 라이브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모바일 실시간 방송을 구현하려면 동영상 전송 기술, 통신 인프라 기술, 스마트폰 제조 기술 등 다양한 기술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페이스북이 초기에 모바일 실시간 방송을 아이폰에 먼저 적용한 것도 기술적 어려움 때문입니다. 모바일 실시간 방송은 스마트폰 운용체계(OS)와 기종에 따라 세밀한 커스터마이징이 필요합니다
콘텐츠 공급 측면에서는 모바일 이용자 정보를 분석한 큐레이션이 활성화돼 맞춤형 콘텐츠 제공이 가능해졌습니다. 음악과 웹툰, 광고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이용자 소비 촉진을 위해 이용자 빅 데이터 분석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유료 웹툰 플랫폼 투믹스는 빅 데이터 분석기반 추천 기능을 도입한 다음 1인당 평균 페이지 조회 수가 2.9배 증가했습니다. 방문자 유료 구매 전환율도 전보다 2.2배 늘었습니다.

 

 

 

 

최근 콘텐츠 사업자가 가장 주목하는 기술은 가상현실과 증강현실(AR)입니다. 새로운 콘텐츠 형식을 개발, 기존지식 재산권(IP)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플랫폼 기업의 경우에는 유튜브가 지배하는 기존 동영상 시장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기회를 도모할 수 있습니다.
VR이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AR의 부가가치와 잠재력이 더 높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VR은 스마트폰과 머리에 쓰는 HMD(Head Mounted Display) 등의 기기가 있어야만 소비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되는 반면 AR은 다양한 기기에서 바로 구현이 가능합니다.
VRAR 적용이 가장 빠른 분야는 게임입니다. 나이언틱사의 <포켓몬고>는 인기 게임애니메이션 캐릭터 포켓몬을 AR 기술과 접목해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국내 출시 뒤 첫 주에만 사용자가 500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국내 장난감 제조사 손오공의 변신 로봇 터닝메카드를 활용한 <터닝메카드GO>도 출시되었습니다. 역사적 영웅을 다양한 명소에서 포획하는 AR게임 <소울캐쳐AR>도 출격을 준비하는 등 AR과 게임 접목은 점점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터닝메카드GO - 이미지 출처 : 손오공 홈페이지

 

VR을 활용한 게임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엠 게임은 유명 육성 게임 <프린세스메이커>를 활용한 <프린세스메이커 VR>을 선보였습니다. 딸과 직접 대화하고 컨트롤러를 이용해 딸을 쓰다듬는 등, 직접 딸을 키우는 듯한 인터랙션이 이 게임의 특징입니다. 한빛소프트는 리듬 액션 게임 <오디션>VR로 제작해 실제 춤을 추는 듯한 실감 나는 댄스 배틀을 구현할 예정입니다.
웹툰도 VRAR과 접목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기존 웹툰이 가진 연출 한계를 뛰어넘는 게 목표인데요. 네이버 웹툰은 지난해 AR을 활용한 공포웹툰 <폰령>을 공개했습니다. 이 작품은 귀신이 독자 앞에 바로 나타나는 것 같은 효과를 연출해 호평받았습니다. 아직 작품이 연재되지는 않았지만 네이버 웹툰 외에도 다양한 웹툰 플랫폼이 VR 웹툰 제작을 시작했습니다.
VR은 액션, 격투, 판타지, 느와르 등 액션 장면이 많은 남성형 장르에서 활용도가 높습니다. VR을적용하면 분절된 그림으로 구성된 웹툰의 한계를 넘어 영상처럼 생생하게 연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음악 콘텐츠 사업자도 360° VR을 활용한 공연 콘텐츠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케이팝 한류스타의 360° VR 뮤직비디오를 제공합니다. KT 뮤직은 지난해 VR 콘텐츠 서비스 ‘지니 VR’을 시작했습니다. 연예인 VR 영상, 공연쇼케이스 실시간 VR 중계 등 다양한 콘텐츠 발굴에 나섰습니다. 엠넷닷컴을 운영하는 CJ 디지털 뮤직도 최근 노래방 사업자 태진미디어와 손잡고 VR 노래방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이용자는 VR 장비를 착용한 뒤 콘서트 현장에 있는 가수가 돼 노래를 부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모회사 CJE&M이 보유한 다양한 방송, 라이브 공연, 콘서트 등의 콘텐츠와 연계해 새로운 한류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안도 구상 중입니다.

 

모바일 웹툰 - 이미지 출처 : 투믹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기술 발전으로 음성 콘텐츠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음악을 제외한 음성 콘텐츠는 영상과 웹툰처럼 시각화된 콘텐츠와 비교해 발전 속도가 느렸지만 최근 투자가 확대되는 등 활성화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구글과 아마존, 네이버 등 국내외 주요 IT 기업이 AI 기반 스피커와 음성 플랫폼을 두고 경쟁하면서 오디오 콘텐츠의 중요성이 부각되었습니다. IoT가 활성화하려면 PC와 모바일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기로 플랫폼이 확장돼야 합니다. 아직까지 다양한 콘텐츠가 개발되지는 않았지만 IT 기업과 출판업계 등 다양한 사업자가 이용자를 선점하기 위해 뛰어들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2008년 오더블(Audible)을 인수한 뒤 콘텐츠 생산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지난해 4월에는채널기능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뉴스와 오리지널 콘텐츠, 단독 라디오 등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아마존 AI 비서알렉사는 뉴스 헤드라인을 읽어 주는데요. 아마존은 유명 인사의 내레이션 같은 독점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유명 코미디언, 공공 라디오 등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글도 지난해 11월 출시한 AI 스피커구글 홈에 들어갈 콘텐츠를 강화하는 중입니다. 그러기 위해 유튜브 뮤직, 스포티파이, 튠인, 판도라, 아이하트라디오 등 다양한 서비스와 제휴를 맺고 연동했습니다. 구글 홈은 음성으로 명령을 내려 음악과 팟캐스트를 재생합니다. 아직 한국에는 음성 콘텐츠가 소비되는 플랫폼이 부족한데 제작 비용과 기술의 한계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최대 포털 사업자인 네이버가 음성 콘텐츠 육성에 나서며 시장 확대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네이버는 1월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오디오 클립시범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구연동화, 미술관 프리미엄 오디오 가이드, 오디오 잡지 등 새로운 오디오 콘텐츠를 시도한 것인데요. 네이버는 향후 확보한 오디오 콘텐츠를 음성 비서 아미카 기술이 적용된 AI 스피커와 연동할 계획입니다. 또한 오디오 콘텐츠와 관련 기술 육성을 위한 투자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네이버는 오디오 콘텐츠를 위해 향후 3년 동안 총 3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해외 기업에도 투자하면서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네이버는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 음성 인식 기술 기업 사운드 하운드에 전략적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프랑스 하이엔드 음향 기술 스타트업 드비알레에도 투자했습니다. 카카오도 최근 팟캐스트 업체 팟빵과 제휴를 맺고 오디오 콘텐츠 확보에 나섰습니다. 팟빵은 유명 팟캐스트 창작자 지원 플랫폼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글 오대석 <전자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