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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문화기술

‘사지’ 말고 ‘빌리자’ 패션 스트리밍

by KOCCA 2017. 10. 23.



원하는 옷을 입기 위해서는 누구나 사야합니다. 하지만 이제 다른 방식으로 원하는 옷을 입을 수 있습니다. 바로 옷을 대여하는 서비스를 통해서 말이지요.


[이미지 출처 : SK플래닛 홈페이지]



SK플래닛의 프로젝트 앤(PROJECT NNE)’은 한 달에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해외 명품 브랜드부터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의 최신 유행 아이템까지 원하는 옷과 가방을 대여해줍니다


이런 패션 대여 서비스는 프로젝트 앤이 국내 최초로 도입했는데 인기가 상당합니다. 론칭 이후 6개월 만에 가입자 10만 명을 돌파하였고 현재 회원 수는 15만 명에 달합니다. 또한 구매자의 80% 이상이 서비스를 재이용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앤은 패션을 소유가 아닌 경험 개념으로 접근합니다. 음원이나 동영상 파일을 다운로드 하거나 소유하지 않고 바로 재생하여 감상하듯이 옷을 구입하지 않고 대여 함으로서 언제든지 원하는 옷을 골라 입을 수 있어 패션 스트리밍 서비스라고도 부릅니다.


패션 스트리밍 개념이 나오기 전에도 렌탈 시장은 형성되어 있었으나 소비 형태가 변하고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기존에 형성된 렌탈 방식이 대개 제조회사로부터 직접 대여받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다양한 회사의 제품을 공유하고 자신에게 적합한 제품의 정보를 제공받는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지요.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 트리바고, 차량 공유 플랫폼 쏘가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런 현상은 패션 분야로 확대되었고 롯데백화점의 샬롱드샬롯’, 명품가방을 렌탈해주는 렌트잇(RENTIT)’ 패션 스트리밍 스타트업 더 클로젯(THE CLOZET)’ 등 점차 확장되고 있습니다.






패션 스트리밍 서비스의 주요 소비층은 20~30대 여성입니다. 1980~1999년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가 해당되는데, 이들은 개성이 강하고 가성비를 중요시하며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Digital Native 세대로 불리는 2030 세대는 SNS를 통해 경험을 공유하는데 익숙하며 새롭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길 원합니다.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크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라이프스토어나 편집숍 형태의 매장을 선호하고요. 개성을 중시하고 트렌드에 민감하며 나를 위해 소비하기 때문에, 또 자신의 SNS를 계속해서 업데이트하기 위해 옷차림을 계속 바뀌어야 하지만 그러기에는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 패션 스트리밍을 통한 합리적인 옷 입기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죠. 또한 기성세대와는 달리 소유에 대한 강박이 덜하고 대여를 통해 합리성을 추구하는 체험경제에 익숙하고요. 


한편 20~30대 여성을 ‘1인 가구측면에서 살펴볼 필요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1인 가구는 어느덧 500만 명을 넘어 전체 가구의 27.8%나 차지합니다.


1인 가구 소비자는 구매력이 크며 자신에게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습니다. 또한 가격 대비 품질(가성비)를 중요시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고 필요한 만큼만 빌려 쓰는 공유형 렌탈이라는 소비 트렌드에도 익숙합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063조 원 규모였던 국내 렌탈시장이 2020년에는 40조원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영국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코퍼스(PwC)에 따르면 2014년 전 세계 공유경제 시장규모는 약 150억 달러였으나 2025년에는 202배 정도 증가한 3,35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미 집이나 자동차, 가전제품, 사무용품을 공유하듯이 패션시장에도 옷이나 가방을 대여하여 소비하는 공유경제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국내 패션공유 서비스 시장은 아직은 생소하고 이제 막 활기를 띄는 시작 단계입니다. 소유보다 경험과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20~30대에게는 이 서비스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겠지요.


저성장 시대에 패션업계도 위기를 피해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패션업계의 위기는 소비감소로 인한 패션시장의 침체라는 측면보다 빠르고 복잡해진 소비 패턴의 변화와 이에 대한 공급자의 이해 부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의 경제력이 가장 커지는 시기는 2020년 즈음으로 전망됩니다. 패션업계는 구매력 있는 잠재 고객의 확보를 위해 이들을 복잡한 소비패턴, 성향을 살피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특히 향후 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1인 가구의 특성을 살피고 이들이 추구하는 공유라는 소비가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스마트 소비 시대에 맞춘 고객 중심 서비스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전략 아닐까요.



글 강하나 (KOCCA 정책개발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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