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이 솔로 앨범 ‘권지용’을 발매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솔로 앨범은 세간을 들썩이게 했었죠. 앨범을 보편적인 CD 형식이 아닌 USB로 발매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문화콘텐츠 장르에 따라 보편적이고 지배적인 포맷, 유통 플랫폼을 생각할 때 지드래곤의 USB 앨범은 과연 이를 음반으로 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음악산업계의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콘텐츠를 분류할 때 방송은 TV와 라디오, 음악은 LP, 카세트테이프, CD 영화는 필름과 극장, 만화는 코믹스와 같은 출판물을 들 수 있는데요. ICT의 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콘텐츠 저장 매체와 유통 플랫폼이 등장하고 수용자의 콘텐츠 이용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방송은 전파가 아닌 유무선 통신망을 통한 IPTV, 웹콘텐츠, MCN 등으로 분화되고 있고, 음악은 mp3와 디지털음원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만화는 웹툰으로 진화하는 크로스 플랫폼을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음악의 저장매체와 유통 플랫폼은 변천을 거듭해 왔는데요. 19세기 말 비전기식 녹음 방식이 탄생한 이후, 1920년대 중반 전기식 녹음과 LP, 1950년대 자기를 이용한 테이프 녹음, 1990년대 광디스크 기술의 CD, 2000년대 mp3 기술 등의 변화를 겪었습니다. 현재 CD의 시대는 저물고 디지털음원의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이 새로운 음악 유통방식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디지털 음원의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으로의 전환은 음악의 물리적인 속성의 변화를 넘어 향유하고 이용하는 방식의 변화와 문화적 속성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죠.
다시 지드래곤의 앨범 이야기로 돌아와 볼까요?
사실 USB에 음악을 저장해 앨범을 제작한 사례는 플라이 투 더 스카이가 2006년 발매한 6집 <트랜지션>이 국내 최초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김장훈이 2012년 10집 앨범 <아듀> CD, USB, LP 형태로 출시하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해외에서도 USB 음반 발매는 그리 새로운 현상이 아닙니다. 하마사키 아유미가 2009년 일본 최초로 USB 음반을 발매했고, 비틀즈, 밥 딜런, 마이클잭슨, 퀸, 본조비 등의 명반이 USB 앨범으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지드래곤의 USB 음반 발매의 본질은 음반 인정 여부의 논쟁을 넘어, 음악의 저장방식과 유통 플랫폼의 변화를 말하는 것이죠. 이러한 변화를 제도 정책적으로 풀어나갈 단초를 제공했다는 것이 큰 의미를 가집니다.
그럼 법은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볼까요?
「저작권법」 제2조 음반의 정의를 보면 ‘음반은 음(음성, 음향을 말한다)이 유형물에 고정된 것(음을 디지털화한 것을 포함한다)을 말한다. 다만, 음이 영상과 함께 고정된 것을 제외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에서 음반은 ‘음원이 유형물에 고정되어 재생하여 들을 수 있도록 제작된 것’을 말하며 이와 함께 음악파일과 음악영상파일을 분리해 정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음을 담는 용기가 LP, CD, Tape, USB 등 무엇이냐가 음반 여부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드래곤의 USB ‘권지용’은 음반 유형에 속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서 이미하는 음악파일과 음악영상파일을 저장한 플랫폼으로 해석할 여지도 존재합니다. 왜냐하면 이번 USB는 실제 음원이 포함되어 있지 않고, 노래를 다운로드 받는 링크를 담은 플래시 드라이브 포맷(Flash Drive Format)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웹사이트로 연결되는 하이퍼링크를 작동시켜 세 가지의 콘텐츠-음악, 독점 공개하는 뮤직비디오 등이 포함된 영상, 앨범 제작 뒷이야기를 담은 사진–를 다운로드 받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USB 음반을 규정 ‧ 적용하는 시각에서는 다소 차이를 보입니다.
한국 대중음악의 공인 차트인 가온차트를 집계 운영하는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드래곤의 ‘권지용’ USB는 「저작권법」에서 정의하는 음반일 수는 있으나, 실제 음악이 들어 있지 않아, 유형물에 고정된 것(디지털 음원 포함) 이라는 규정에는 해당되지 않으므로 가온차트에서 정하는 ‘앨범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없고, 이에 따라서 앨범차트에서 제외한다고 공지하였습니다.
또한 빌보드차트 편집자 제프 벤자민(Jeff Benjamin)은 권지용 앨범이 디지털 형식이건, 물리적인 USB이건 간에 모든 형태로, 앨범으로 간주되고, 당연히 앨범차트에 포함될 수 있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앨범 차트 인정 여부가 중요한 것은 한국의 특수한 음악 시장 구조 때문입니다. 멜론, 지니뮤직, Mnet, 벅스뮤직 등 주요 음악제공서비스가 제공하는 Top 100 차트 중심의 이용 형태와 아이돌을 중심으로 강력하게 형성된 팬덤의 영향력이 막강한 시장 구조에서 차트의 진입여부는 앨범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죠. 또한, 앨범 차트는 음악방송, 즉 <뮤직뱅크>, <음악중심>과 같이 음악 차트를 방송하는 프로그램의 순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1위의 영광을 위한 경쟁이 치열한 것도 이유라고 들 수 있습니다.
음악을 포함한 콘텐츠 산업 전반의 창작, 제작 유통방식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는 콘텐츠가 제작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콘텐츠의 장르별 고유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콘텐츠와 플랫폼이 대체제가 아닌 보완재로서 기능하여 문화콘텐츠 향유 지형을 확장하는 전략이 필요할 때입니다.
'상상발전소 > 음악 패션 공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LP와 카세트테이프가 소환하는 소유와 경험의 음악” (0) | 2017.12.27 |
---|---|
“아날로그가 부활했다! 그러나 예전의 그 경험과 다르다” (0) | 2017.11.28 |
소유와 접촉, 감상의 행복 : 미래세대의 음악으로 부활하는 LP (0) | 2017.11.24 |
저무는 록의 향연, 새로운 음악 페스티벌 콘셉트는? (0) | 2017.10.10 |
<콘텐츠 스텝업>3과정 : 음악 페스티벌을 통해 배우는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공연 기획 전략 (0) | 2017.08.09 |
2017 상반기 K-POP 해외 쇼케이스 참가뮤지션 기자간담회 (0) | 2017.03.01 |
2016 K-루키즈 파이널 콘서트 현장에 가다! (0) | 2017.01.24 |
2016 서울국제뮤직페어(뮤콘 MU:CON), 홍대일원의 밤을 조명하다. (0) | 2016.1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