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해리포터와 뉴트가 있다면? 한국엔 도깨비가 나타났다! 12월 3일 tvN 드라마 <도깨비>는 ‘김은숙’이란 스타 작가를 필두로 화려하게 막을 올렸습니다. 드라마 <도깨비>는 첫 방송 시청률 6.9%로 tvN 드라마 첫 회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무엇보다 한국형 로맨스 드라마의 대모인 김은숙 작가의 색다른 장르 드라마라는 점에서 화제가 되었는데요. 제목 ‘도깨비’부터 지금과는 다른 판타지를 보여줄 것이란 기대가 생깁니다.
특히 드라마 <도깨비>에서 불멸의 삶을 끝내기 위해 인간 신부를 찾는 ‘도깨비’(공유)역은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나오지 않았던 독특한 소재입니다. 도깨비라고 하면 울긋불긋 험악한 얼굴에 금방망이를 들고 있을 것 같은데, 드라마 <도깨비>에서는 전래동화와는 또 다른 도깨비를 보여주니 기대가 되는데요!
이처럼 몇 년 전부터 한국 드라마에서는 전통적인 신화 속 독특한 캐릭터를 가져와 이야기를 그려내기 시작했습니다. 환웅부터 시작해서 마녀, 도깨비까지 국어 교과서에서만 봤던 고전 설화 속 캐릭터들이 한국 드라마에 새롭게 그려지기 시작 했는데요. 지금까지 한국 드라마 속 등장한 캐릭터와 드라마를 알려드리고 최근 한국형 판타지 소재가 빈번하게 드라마에 등장하는 이유를 파헤쳐보도록 하겠습니다!
▲ 사진 1. SBS에서 방영 중인 <푸른바다의 전설> 포스터
‘판타지’는 ‘상상력, 공상, 몽상’이란 단어들로 해석됩니다. 말 그대로 현실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상상 속의 이야기를 뜻합니다. 어느 순간 국내 드라마에서도 판타지 소재는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 되었습니다. 최근 웰 메이드 드라마로 소문났던 tvN <시그널>, <나인: 아홉 번의 시간 여행> 역시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켜주는 ‘무전기’와 시간여행을 갈 수 있는 ‘향’이란 매개체를 통해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을 연출하곤 했습니다. 인기리 방영 중인 SBS <푸른 바다의 전설> 역시 ‘인어’란 상상 속 캐릭터를 가져와 전에 없었던 새로운 스토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 사진 2. 반인반수의 이야기를 그렸던 MBC 드라마 <구가의서> 포스터
그리고 이제 국내 드라마는 고전 설화에 나오는 한국적인 소재를 가져와 환상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2007년 방영했던 KBS 드라마 <태왕사신기>는 고전 신화인 ‘환웅의 이야기’와 엮어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일대기를 그렸는데요. 당시에는 백호, 주작, 현무, 용족과 같은 교과서에서만 봤던 고전적인 소재들이 드라마에선 ‘전생’이란 흥미로운 소재로 소개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SBS 드라마 <내 여자 친구는 구미호>에서는 ‘구미호’란 소재를 가져왔고, MBC 드라마 <구가의 서>에서는 지리산 수호신의 아들인 ‘반인반수’란 캐릭터를 내세웠습니다. 하나의 캐릭터를 앞장세워 극을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MBC 드라마 <아랑사또 전>은 ‘아랑 전설’이란 설화 속에서 ‘귀신을 볼 수 있는 선비’란 설정을 가져와 한국의 무시무시한 요괴들을 독특한 연출로 생생하게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이처럼 드라마는 고전 설화에서 스토리와 캐릭터의 모티브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국내 드라마에서는 어떤 매력적인 설화 속 캐릭터로 판타지를 그려왔을 까요?
▲ 사진 3. 구미호 이미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구미호는 꼬리 아홉 개 달린 신통한 능력을 가진 여우를 뜻합니다. 그리고 이 여우는 도술을 부려 매혹적인 여인으로 변신하기도 합니다. 구미호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 신화나 전설 속에서 나타나는 상상 속 동물이라는 점 알고 계셨나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서도 여우가 사람으로 둔갑했다는 이야기가 여럿 있었습니다. 바보온달이 처음 평강 공주를 보고 그녀가 구미호인 줄 알고 도망갔다는 이야기도 <삼국사기>를 통해 전해졌습니다.
▲ 사진 4. SBS에서 인기리 방영되었던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포스터
온 국민이 덜덜 떨며 봤다는 <전설의 고향>에서도 구미호는 존재감을 과시했는데요. 이렇듯 구미호의 무시무시한 설정을 가져온 드라마가 <구미호: 여우누이 뎐>입니다. 2010년 방영되었던 KBS <구미호: 여우누이 뎐>은 구미호의 모성애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모성애라는 감성적인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구미호란 설정에서 시청자들을 오싹하게 하는 매력을 지니기도 했습니다. 이와 다르게 같은 시간대 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서는 색다른 구미호를 그렸습니다. 특히 구미호 역을 맡은 배우 신민아의 사랑스러운 연기로 무겁지 않게 구미호란 캐릭터를 대중에게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 사진 5. 한국적인 요소들을 많이 보여줬던 MBC드라마 <아랑사또전>
2012년 방영한 MBC 드라마 <아랑사또전>은 ‘아랑전설’을 모티브로 가져와 흥미로운 줄거리를 그렸습니다. 아랑 전설은 경상남도 밀양 영남루에 얽힌 전설입니다. 미모의 처녀 아랑이 유모의 흉계로 죽고, 그녀가 외간 남자와 내통했다는 소문이 나 아랑의 아버지인 밀양부사는 벼슬을 사직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뒤 신임한 부사마다 첫날밤을 못 지내고 의문의 주검으로 발견 되었는데요 그러던 중 이상사가 밀양부사 신임한 뒤 아랑의 원혼과 만나 그 원한을 풀어주도록 약속하고 그 뒤로는 부사가 주검으로 발견되는 일은 없었다고 합니다.
드라마 <아랑사또전>은 이 흥미로운 아랑 전설을 가져와 아랑의 원한을 들은 밀양부사 은오(이준기)가 진정한 사또가 되어가는 모습을 그려냈습니다. 특히 <아랑사또전>은 한국적인 소재들을 긁어모아 독특한 연출로 판타지 장면을 만들어 호평을 받았는데요. 옥황상제와 염라대왕부터 저승사자와 선녀까지 한국적인 캐릭터들을 세련된 CG와 분장, 연출로 만들어 드라마의 재미를 더했습니다. 이처럼 국내 드라마는 구미호, 도깨비, 반수와 같은 요괴뿐만 아니라 죽음 후의 세상을 그려내기도 했습니다. <아랑사또전>에서는 황천길을 안개 낀 강으로 연출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주호민 인기 웹툰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가 영화 제작이 확정되면서 또 다른 판타지가 그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 사진 6. 장난스러운 도깨비 이미지
도깨비는 동물이나 사람의 형상을 한 잡귀를 말합니다. 하지만 이 도깨비는 사람이 죽은 뒤 생기는 것이 아닌 사람들이 쓰고 버린 도구에서 생성된다고 하는데요. 이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는 어두운 밤에 길을 걸을 때 보이는 푸른 불빛 ‘도깨비 불’이 유명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도깨비는 다른 귀신들과는 다르게 사람에게 악한 일만 하지는 않는데요. 자신을 도운 사람에게는 금은보화를 가져다주기도 하고 또 장난기가 심해 사람에게 장난을 걸기도 합니다. 일제강점기 이후 사람을 좋아하고 착한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도깨비’ 캐릭터는 일본 설화 속 울긋불긋한 얼굴과 뿔을 가진 악한 잡귀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도깨비는 악하지만은 않았다는 것!
▲ 사진 7. tvN 드라마 <도깨비>속 도깨비 역 공유 모습
그렇기에 드라마 속 ‘도깨비’ 캐릭터가 더욱 반가운데요. 드라마 <도깨비>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죽기 위해 도깨비 신부를 찾는 도깨비 캐릭터가 등장하는데요. 설화에서 보여줬던 도깨비의 특징이 많이 드러나지는 않지만 배우 신민아가 <내 여자 친구는 구미호>에서 색다른 구미호 캐릭터를 보여줬듯이 새로운 도깨비를 그려낼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저승사자’역을 맡은 배우 이동욱과 ‘도깨비’역의 배우 공유의 케미도 기대 되는 바입니다!
▲ 사진 8. 드라마 <아랑사또전>에서 연출한 황천길의 모습
그렇다면 로맨스 드라마의 대모 김은숙 작가가 ‘도깨비’란 독특한 설화 속 소재를 사용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국내 드라마가 고전 설화 속 상상의 인물을 그리고, 동양적인 판타지를 전개시킬 수 있는 것은 국내 CG기술의 발달이 큰 영향을 줬을 텐데요. 드라마 <아랑 사또전>에서도 호평을 받았듯이 한국적인 판타지를 연출하는데 가장 큰 장애물은 ‘실현 가능성’이었습니다. 머릿속으로는 잘 그려지는데 실제 배우와 판타지 설정이 이질적이라면 도깨비는 선택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또한 작가들은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속 색다른 소재를 발굴하기 위해 ‘과거’로 눈을 돌렸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창조란 말을 들으면 無에서 有를 만들어낸다는 생각이 강했는데요. 하지만 이제는 有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냅니다. 알고 있었던 정보에 변형을 가하면 또 다른 ‘새로움’을 보여줄 수 있는 것입니다. 드라마는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상상 속 이야기지만 ‘있을 법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작가들은 더욱 더 ‘있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콘텐츠 시장이 글로벌화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러니하지만 시장은 국가의 경계가 허물어질수록 더욱 한국적인 것을 발굴하고는 합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처럼, 시장의 글로벌화는 한국적인 콘텐츠를 소개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다른 국가에는 없는 한국적인 콘텐츠가 가장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국내 드라마는 앞으로도 계속 설화 속, 상상 속 동양적인 캐릭터를 그려낼 것입니다.
▲ 사진 9. <아랑사또전>에서 독특하게 선보였던 저승사자 캐릭터
드라마 흥행보증수표인 김은숙 작가의 파격적인 ‘도깨비’란 소재 선택 이후 국내 드라마의 행보는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물론 이전부터 구미호, 반인반수와 같은 실험적인 동양 판타지가 전개되었지만 <도깨비> 이후에는 보다 심도 있게 동양 판타지 세계가 다뤄지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언젠가는 웹툰 속에서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동양적인 요소와 판타지 설정의 콜라보레이션을 스크린에서도 어색하지 않게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동양 판타지 장르 물을 통해 대중들이 한국적인 콘텐츠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문화콘텐츠의 또 다른 역할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출처
표지. 도깨비 공식 홈페이지
사진 1. 푸른바다의전설 공식 홈페이지
사진 2. 구가의서 공식 홈페이지
사진 3. 네이버 지식백과
사진 4. 티스토리 스타일을 찾아서
사진 5. 아랑사또전 공식 홈페이지
사진 6. 책 도깨비 잔치 삽화
사진 7. 위키트리
사진 8. pennpenn
사진 9. 티스토리 놀이미디어 오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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