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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방송 영화

전생의 아버지가 지금은 신하? - 사극 속 배우 개그

by KOCCA 2016. 9. 28.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사극 <옥중화>(MBC, 연출 이병훈).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에 힘입어 승승장구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기쁜데요!

이 <옥중화>에서 포도청 부장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는 배우 임호 씨는 전생에 무엇이었을까요? 정답은 임금님입니다! 바로 큰 인기를 끌었던 이병훈 감독의 <대장금>(MBC)에서 중종 역할로 나왔던 적이 있기 때문이랍니다. 현재 <옥중화>에서는 강선호(임호 분)가 중종의 아들 명종의 신하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를 일명 '배우 개그'라고 하는데요. 배우가 맡았던 역할들 간의 관계가 아이러니하거나 웃음을 자아낼 때를 일컫는 말입니다. 사극 속 배우들이 맡았던 배역 때문에 벌어지는 '배우 개그', 대표적인 예를 살펴봅니다.


▲ 사진 1. <대왕세종>에서 효령대군 역을 맡은 배우 안신우


<대왕세종>(KBS2, 연출 김성근)이라는 드라마를 기억하시나요?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었는데요. 이 작품 초반에 충녕대군(훗날 세종)의 형인 효령대군이 등장하였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감추고 동생이 왕위에 오르는 것을 묵묵히 지지하는 인물로 그려졌습니다.

▲ 사진 2. <장영실>에서 최만리로 변신한 배우 안신우


그런데 동시대를 다룬 사극 <장영실>(KBS1, 연출 김영조)에서 배우 안신우 씨가 다시 등장합니다. 이번에도 세종대왕과 만나는데요. 8년 전인 2008년에는 세종의 형인 효령대군이었지만, 2016년에는 세종의 반대편인 최만리로 등장했네요. 세종을 묵묵히 지지해주던 형에서, 세종의 반대편에 선 학자로 변신한 배우 안신우 씨의 배우개그랍니다.


▲ 사진 3. <대왕세종>의 태종(왼쪽), <장영실>의 태종(가운데), <공주의 남자>의 수양대군(오른쪽), 배우 김영철


앞서 언급한 <대왕세종>에서 배우 김영철 씨는 세종의 아버지 태종 역을 맡았습니다. 왕자의 난을 통해 왕위에 오른 그는 왕권을 위협하는 외척을 몰아내는 등 강한 군주입니다. 그리고 이런 캐릭터의 특성을 잘 담아낸 김영철 씨의 연기가 돋보였지요.


<장영실>에서 또 태종을 맡은 배우 김영철

그리고 역시 8년 후, 김영철 씨는 다시 태종 이방원으로 환생합니다. 드라마 <장영실>에서 세종의 아버지인 태종으로 다시 등장한 것인데요. 사실 <대왕세종>에서 세종 역으로 열연했던 배우 김상경 씨도 <장영실>에서 마찬가지로 세종 역을 맡았습니다. 아버지와 아들, 그것도 태종과 세종이라는 캐릭터를 같은 배우가 두 번이나 맡았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공주의 남자>의 수양대군(훗날 세조)으로 등장한 배우 김영철
<공주의 남자>(KBS2, 연출 김정민)라는 드라마는 수양대군의 딸인 이세령과 김종서의 아들인 김승유,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루어질 수 없는 비극적인 사랑을 다뤘는데요. 이 드라마에서 수양대군(훗날 세조) 역을 맡은 것도 김영철 씨입니다. 태종에서 세조로 이어지는 배역도 배우 개그로 볼 수 있겠지만, 왕자의 난으로 권력을 잡은 태종과 계유정난으로 왕위에 오른 세조, 비슷한 두 캐릭터를 소화했다는 점에 주목해볼까요?


▲ 사진 4. <정도전>과 <용의 눈물>에서 부자관계인 이방원(태종)과 충녕대군(세종)을 연기한 배우 안재모


<정도전>(KBS1, 연출 강병택)은 조선 개국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정도전의 삶과 고려말 조선초 혼란스러웠던 정치계의 모습을 그려낸 드라마였죠. 이 드라마에서 안재모 씨는 훗날 태종이 되는 이방원을 맡아 열연을 펼쳤습니다.

<용의 눈물>(KBS1, 연출 김재형, 1996)이라는 드라마를 기억하시나요? 앞서 소개한 <정도전>이라는 드라마와 비슷한 시기를 다루고 있으며, 159부작이라는 대작 드라마인데요. <정도전>에서 세종의 아버지인 태종 이방원 역을 맡았던 안재모 씨가 <용의 눈물>에서는 세종 역으로 나왔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이지만 동일한 배우가 배역을 맡았는데, 태종과 세종은 도플갱어였을까요?

한 가지 더 재미있는 사실은, <용의 눈물>에서 유동근 씨와 안재모 씨는 태종과 세종이라는 부자관계로, <정도전>에서도 이 두 배우는 태조와 태종이라는 부자관계로 출연하였다는 것입니다. 유동근 씨와 안재모 씨의 부자 인연이 끈끈하게 이어지고 있었네요.


동일한 배역을 같은 배우가 계속 맡은 경우, 같은 배우가 맡은 배역 사이의 관계가 재미있는 경우 등 일명 '배우 개그'에 대해 살펴보았는데요. 대부분 역사 속 실제 인물에 대해 다루는 사극이다 보니 배역들 간의 관계를 살펴보면 아들과 아버지의 사이가 역전되거나 전생, 환생 등이 재미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으로는 배우들의 전작 배역들을 살펴보며 배우 개그를 찾아내는 것도 재미있게 사극을 감상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사진 출처
사진 1,3(좌) <대왕세종> 공식 홈페이지
사진 2. xvsad 님의 네이버 블로그
사진 3(중). <장영실> 공식 홈페이지
사진 3(우). <공주의 남자> 공식 홈페이지
사진 4(좌). <정도전> 공식 홈페이지
사진 4(우). <용의 눈물> 유튜브 영상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