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는 인문학입니다. 어린이들은 노는 게 제일 좋아서 뽀로로를 보고, 말 못 할 상처를 받은 학생들은 키티에게 자신의 아픔을 털어놓습니다. 어른들도 언어로 감정을 온전히 전하지 못하기에 이모티콘을 활용하고, 사기업과 국가기관도 자신들의 생각을 소비자와 국민에게 전달하기 위해 마스코트 등을 만들기도 합니다. 우리는 신체적, 물리적, 사회적 제약 때문에 하지 못하는 일들을 캐릭터를 이용해 표현하고, 대리만족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캐릭터는 인간 삶과 욕구의 요약본입니다. 그래서 캐릭터는 가장 인간적이고, 캐릭터를 보면 그 시대, 나이, 집단의 생각과 욕구를 읽어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는 어떤 모습일까요? 요즘 만들어지는 캐릭터를 보면 어느 정도 읽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대상을 알아보겠다고 전국 팔도의 모든 캐릭터를 하나하나 찾아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캐릭터는 어느 예술가의 낙서장에서 하나 만들어지고 있을 정도로 그 수가 방대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전국 팔도 캐릭터를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거짓말 같은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바로 7월 13일부터 17일까지 5일간 서울 COEX에서 진행되는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 2016>입니다. 올 한 해 트렌드 캐릭터는 무엇인지, 또 앞으로 가능성이 무한한 캐릭터는 무엇인지 상상발전소에서 직접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를 방문하여 알아보았습니다.
▲사진1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 2016> 개막식
아시아 최고의 라이선싱 쇼답게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 2016>은 첫날부터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특히 부스 곳곳에서 들리는 외국어는 이 행사가 이제는 국제적인 행사로 발돋움 했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300여 개나 되는 기업과 기관들이 참석한 이번 행사는 한국콘텐츠진흥원 송성각 원장님과 문화체육관광부 윤태용 실장님의 개회사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이어서 세계적인 인기를 끈 애니메이션 <미니언즈>를 만든 NBC 유니버셜의 제프리 다젯(Jeffry Daggett) 부사장의 기조연설이 있었고, 걸그룹 IOI(아이오아이) 출신으로 구성된 걸그룹 ‘구구단’과 캐통령으로 불리는 인기 콘텐츠 크리에이터 ‘케리와 친구들’도 이번 행사에 참가해 빛을 더했습니다.
▲사진2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 2016>에 참가한 국내 캐릭터와 외국 캐릭터들
인기 캐릭터 기업들도 다수 참가했습니다. 뽀통령이라 불리는 ‘뽀로로’로 유명한 아이코닉스는 물론이고 ‘로보카 폴리’를 만든 로이비쥬얼 등 국내 굴지의 제작사들과 투니버스, EBS, MBC 등 애니메이션을 방영하는 방송사들은 저마다의 부스에서 주력 캐릭터와 함께 앞으로 출시할 캐릭터를 참가자들에게 선보이기 분주했습니다. 아시아 최고의 라이선싱 행사답게 해외 캐릭터 기업들의 약진도 눈에 보였습니다. 행사장에 설치된 미니언즈, 에비츄 부스를 귀엽다며 찾아가는 성인 여성분들과 원피스, 명탐정 코난 부스에서 발길을 떼지 않는 성인 남성분들을 보면서 캐릭터 상품이 이제는 어른들에게도 사랑 받는 시대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도 어른들을 위한 부스는 준비되었습니다. 키덜트&아트토이 존과 3D 프린터 존이 그것인데, 이곳에는 이를 체험하고자 하는 어른들로 북적였습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최근 성인을 포함한 전 연령층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메신저 캐릭터들이 전시된 부스들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내년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에서는 꼭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3 한국콘텐츠진흥원 성과전시기획관 및 Cel 기업관 (위에서부터)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야심차게 준비한 부스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바로 성과전시기획관과 Cel 기업관입니다. 성과전시기획관에는 그동안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지원했던 사업들과 우리 캐릭터 산업의 역사, 정품사랑홍보관 등이 참가자 여러분들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Cel 기업관에서는 최근 KBS에서 방영중인 ‘좀비덤’을 제작한 ‘애니작’, ‘문화공작소 상상마루’, ‘홍당무’ 등 총 6개 기업이 참관하여 우리 캐릭터산업의 발전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한편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 한 켠에는 신인 작가들을 위한 ‘뉴 웨이브 존’이 위치해 미래 한국 캐릭터 산업의 미래를 약간이나마 가늠해볼 수 있었습니다.
한편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 2016>은 단순히 B2C와 B2B 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세계로 나아가는 우리 콘텐츠에 위상에 걸맞게 현업인들을 위한 글로벌 라이선싱 팁을 얻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국제라이선싱산업협회 (Licensing Industry Merchandise Association, LIMA)에서 직접 이번 행사에 방문하여 진행한 LIMA Licensing University입니다. 빅 킬러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국제 라이선싱을 진행할 때 필요한 법률 및 마케팅 전략 등을 글로벌 전문가들에게 직접 들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한편 LIMA Licensing University는 기본과정과 실무과정으로 나누어 진행되는 ‘전문가 공인 인증 프로그램’입니다. 그래서 교육과정을 수료하면 LIMA 기관이 인증하는 수료증도 발급된다고 합니다.
▲사진4 LIMA Licensing University 기본과정 강연 중인 LIMA 소속 연사
운이 좋게도 주최 측의 허가를 받고 잠깐이나마 LIMA Licensing University를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제가 현장에 들어갔을 때에는 한창 강연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강연 주제는 국가별 라이선스 상품 소매시장의 규모와 그 종류, 가능성 등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강연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급성장하고 있는 라이선스 상품 시장은 단연 ‘중국’이었습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다른 지역들은 한 자리 숫자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였지만 중국만큼은 압도적으로 약 20% 대의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아시아의 라이선스 마켓 강자는 일본, 중국, 대한민국, 대만 순이었으며 이 중 한국은 15%의 성장세를 보이며 전 세계 라이선스 마켓 비중의 17위를 차지했습니다.
LIMA의 전문가 분께서는 한국 시장이 긍정적인 이유로 ‘다양한 분야의 라이선스에 적극적이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보통 엔터테인먼트와 캐릭터 산업에서만 라이선스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우리나라만큼은 그 외의 분야에서도 적극적으로 라이선스를 추진한다는 점에서 건전한 라이선스 환경을 갖추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라이선스를 추진할 때 주의해야 할 도전과제에 대한 설명도 있었습니다. 첫째로 판매대를 자사의 제품이 차지할 수 있도록 ‘선반 경쟁’이 있어야 하고, 두 번째로 다른 기업들이 생각해 내지 못한 ‘특별한 상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SNS, 모바일 등 ‘다양한 판매 채널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해주었습니다.
▲사진5 LIMA Licensing University 기본과정을 수강 중인 현업인들
LIMA Licensing University에 대한 취재를 마치고 나오려 할 때쯤 연사께서는 2016년의 라이선싱 트렌드 몇 가지를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첫 번째로 3D 프린팅입니다. 3D 프린팅은 그 가능성이 매우 커서 우리가 상상하는 어떠한 상품도 만들어낼 수 있는 혁명적인 기술입니다. 따라서 라이선싱을 할 때 이에 대한 가능성을 늘 염두 하라고 조언했습니다. 그 외에도 파트너십, 국제화, 성인용 라이선싱 제품(키덜트 등)의 성공, 소비자 전자제품의 성장, 실내 인테리어·미용·건강 제품의 성장, 다양한 산업 행사에 참여 등을 꼽았습니다. 이 중 저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성인용 라이선싱 제품의 성공과 실내 인테리어·미용·건강 제품의 성장입니다. 그동안 라이선싱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했으나 드라마 ‘왕좌의 게임’ 등 성인들을 유혹하는 다양한 콘텐츠들의 라이선싱이 성공한다는 사실이 고무적이었습니다. 또 최근 우리나라의 실내 인테리어·미용·건강 제품을 둘러봤을 때 라이선싱 제품들이 많은 점 등이 떠올라서 우리나라도 2016년도 트렌드를 민감하게 따라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6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는 기업 ‘아이스크림’의
‘두다다쿵’과 경기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받는 기업 ‘형설앤’의 ‘검정고무신’ (위에서부터)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 2016>에는 지역 콘텐츠 진흥기관과 기업들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마침 LIMA Licensing University 교육을 듣고 왔던 터라 세계로 나아갈 지역 콘텐츠들의 노력을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 2016>에는 강원도, 경기도, 광주광역시, 경상북도 등 4개 지역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콘텐츠들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들 지역들은 구름빵, 뚱, 두다다쿵, 엄마 까투리 등 유아부터 시작해서 성인들까지 좋아할 법한 다양한 캐릭터와 애니메이션들로 부스를 장식했습니다.
구름빵으로 유명한 ‘강원정보문화진흥원’은 올 7월 23일 어린이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구름빵 3기가 매주 토요일마다 KBS에서 방영된다고 귀띔해주었습니다. 그에 따라 이번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에서는 다시 돌아온 구름빵에 대해 많이 알리려 한다 합니다. 한편 강원정보문화진흥원의 관계자분은 곧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낼 새 얼굴에 대해 알려주셨습니다. 바로 EBS와 함께 공모전으로 선발한 ‘숲 속 배달부 빙빙(가제)’입니다. 꿀벌들의 택배 이야기를 담은 이 애니메이션은 현재 개발을 끝내고 제작 중에 있다고 합니다. 한편 이 외에도 동명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 계획인 ‘티나의 양말’이라는 애니메이션의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진7 ‘강원정보문화진흥원’의 작품 ‘구름빵’과 ‘숲 속 배달부 빙빙’
아쉽게도 키덜트 등 성인들을 위한 콘텐츠는 기획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합니다. 다만 강원문화정보진흥원은 자사가 ‘구름빵’처럼 착하고, ‘숲 속 배달부 빙빙’처럼 자연 친화적인 유아콘텐츠에 강세가 있다고 판단, 개발 중이라고 알려주셨습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에 교훈과 교육 커리큘럼을 담아내고자 늘 염두 해두고 있다고 합니다. 해외진출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구름빵은 미국 프랑스 등지에서 이미 각종 상을 수상할 정도로 인지도도 있고 작품성도 인정받은 작품일 정도로 해외진출이 잘 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강원정보문화진흥원은 이런 구름빵의 성공에 더해 ‘숲 속 배달부 빙빙’의 중국 진출이 성공적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시장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스티커를 붙여달라는 말에 발길이 멈춘 곳은 ‘경상북도문화콘텐츠진흥원’이었습니다. ‘독도수비대 강치’라는 3D 애니메이션을 홍보하는 부스였는데, 지금은 멸종되어 복원되고 있는 ‘강치’를 가지고 만든 캐릭터라 눈길이 갔습니다. 관계자분의 말씀에 따르면 ‘경상북도문화콘텐츠진흥원’은 경북 지역에 있는 이야기나 문화, 지역 등을 소재로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게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경상북도문화콘텐츠진흥원’에 전시된 상품들은 독도 강치는 물론 청도의 소싸움을 바탕으로 한 ‘변신싸움소 바우’, 강아지똥으로 유명한 권정생 선생님의 동명 동화를 원작으로 만든 애니메이션 ‘엄마 까투리’ 등 경북 소재를 다룬 작품에 대한 정보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8 ‘경상북도문화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퍼니플렉스’에서 만들고 있는 ‘엄마 까투리’
‘경상북도문화콘텐츠진흥원’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올 9월에 EBS를 통해 방영할 예정인 ‘엄마 까투리’는 동화인 원작에 맞게 유아용 애니메이션으로 숲 속에서 일어나는 까투리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교육적인 이야기를 주로 담고자 한다고 하며, 현재 중국 쪽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엄마 까투리’에 대한 라이선싱 계획도 개략적으로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엄마 까투리’의 제작사인 ‘퍼니플렉스’에 따르면 ‘엄마 까투리’는 현재 봉재인형을 제작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또 콘셉트가 자연교육이기 때문에 퍼블리싱을 할 경우에는 자연교육 학습 만화 등을 제작할 것 같다고 했으며, 애니메이션이 유기농에 대한 것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유기농 웰메이드 제품 등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계획을 들려주셨습니다.
오늘날 세상을 두고 우리는 공유, 개방, 상생의 시대라고 합니다. 그래서 공동체에서 벗어나 혼자만 쓰려하고, 이득 보려하고, 살아남으려하면 오히려 도태되고 배척받습니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보았던 캐릭터와 그 산업들에서도 공유, 개방, 상생의 정신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 2016>를 한 단어로 요약하라고 하면 ‘관계’라 하고 싶습니다. 다양한 부스에서 캐릭터들은 저마다의 요소나 기술, 기관, 참가자들과 충실한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캐릭터는 3D프린터와 만나 눈앞에서 실물이 되고, 교육과 만나 교육 콘텐츠가 되고, 생활용품과 만나 가치 있는 편안함이 되었습니다. 또 하나의 캐릭터를 공통분모로 제작사와 진흥단체, 유통사가 힘을 합치는 모습도 볼 수 있었고, 스크린으로만 보던 캐릭터와 그 팬의 만남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일련의 관계들이야말로 ‘융복합’이고, 개막식에서 ‘제프리 다젯’ NBC 유니버셜 부사장님이 이야기한 ‘파트너십’의 한 형태입니다. 그리고 이런 모습들이 우리의 시대상입니다.
▲사진9 이번 행사의 백미 중 하나인 ‘스노우볼’ 안에서 놀고 있는 여자 어린이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 2016>의 막은 올랐고 남은 것은 즐기는 것입니다. 책으로만, 스크린으로만 보던 캐릭터들이 우리가 사는 세상으로 나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다림의 시간이 고작 나흘 남짓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 시간이 지나면 캐릭터 친구들은 다시 자기들이 살던 곳으로 돌아가고 말 것입니다. 더 늦기 전에, 여러분도 사랑하는 캐릭터와 새로운 관계를 이어보지 않으시겠어요?
ⓒ사진출처
-표지 직접촬영
-사진1 한국콘텐츠진흥원
-사진2~9 직접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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