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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방송 영화

<무한도전> 주말의 명화 특집, 그리고 외화더빙의 현실

by KOCCA 2015. 10. 14.


추석 연휴 마지막 날 MBC에서 특선영화로 방영한 영화 <비긴 어게인>, 다들 보셨나요? 감성적인 음악과 따뜻한 메시지에 더해 <무한도전> 멤버들이 더빙에 참여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무한도전>에서 보여준 더빙 현장과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는 많은 이들이 외화더빙 자체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계기가 되었는데요. 예전에는 숱하게 볼 수 있었던 외화더빙을 어느새 찾아볼 수 없게 되었고, 추석 연휴가 되어야 겨우 몇 편 볼 수 있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한도전> 더빙은 큰 의미를 갖는데요. 외화더빙의 매력과 지금의 현실에 대해 한번 이야기해볼까요?



▲ 사진 1. <무한도전> 더빙 연습 현장


두터운 시청자층을 가지고 있는 예능 <무한도전>이 이번에는 ‘주말의 명화’ 특집을 방영했습니다. 추석 특선 영화 <비긴어게인>의 목소리 더빙에 참여한 것인데요. 과거 드라마 <이산>에 보조연기자로 출연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주·조연급의 배역을 맡았습니다. 하하가 댄(마크 러팔로) 역을, 유재석이 데이브(애덤 리바인) 역을 맡았고, 그 외 멤버들도 크고 작은 배역들을 맡았습니다. 멤버들은 안지환, 박선영 성우를 비롯한 전문 성우 분들의 지도 아래 역할을 연습했고, 녹음 당일, 10시간 동안 고군분투 한 끝에 더빙 작업을 모두 마칠 수 있었습니다.


<무한도전>은 단순히 오락성 짙은 부분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나의 장면을 더빙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성우들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더빙에 임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성우라는 직업, 그리고 더빙된 영상이 가진 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렇게 더빙은 나름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사실 방영에 앞서 우려의 목소리도 컸던 것이 사실입니다. 멤버들의 연기력이 증명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조연도 아닌 주연이라니, 성우라는 직업을 가볍게 본 것이 아니냐, 전문 성우들의 (안 그래도 없는) 자리마저 빼앗은 것이 아니냐는 여러 비판과 비난이 나왔죠. 그러나 방송 후 외화 더빙에 대한 관심과 향수를 불러일으켰다는 평이 이어진 것도 사실입니다. 큰 그림으로 봤을 때, 어쩌면 외화 더빙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10월 1일,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서는 지난 2010년 폐지된 MBC <주말의 명화>를 부활시켜달라는 서명운동이 시작되기도 했죠.



▲ 사진 2. 무한도전 멤버들과 전문 성우들


언제부턴가 외화더빙을 볼 수 없게 되었다는 걸 다들 느끼실 겁니다. 예전엔 TV 채널을 돌리면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외화더빙이 지금은 명절에야 겨우 볼 수 있게 되었죠. 자막과의 싸움에서 진 더빙은 점점 사라져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MBC <주말의 명화>와 KBS <명화극장>까지, 외화더빙의 대표적 플랫폼이자 성우들의 터전이 사라져버리면서 지금은 벼랑 끝에 선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영화관이 아니라면 TV에서밖에 영화를 볼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방영되는 영화는 모두 친숙한 우리언어로 더빙이 된 영화였죠. <주말의 명화>, <명화극장> 등은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현재는 비디오를 거쳐 DVD, IPTV, 그리고 영화전문채널 등 어디서든 영화를 볼 수 있는 세상이 왔습니다. 굳이 TV를 통해 외화를 볼 필요가 없어진 거죠. 그마저도 더빙은 다소 어색하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영화가 자막 처리가 되어 보여지면서 외화더빙은 정말 설 자리를 잃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정말 외화더빙은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어버린 걸까요? 사실 본 영화의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서는 자막 영화가 더 좋습니다. 아무래도 실제 연기자의 목소리, 숨소리와 함께 영화를 보는 것이 더 현장감이 있겠죠. 이 점에 있어서는 더빙 영화가 자막 영화를 따라오지 못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더빙 영화 또한 그만의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막 영화는 일일이 자막을 읽어야만하기 때문에 진행되는 영화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집니다. 또한 읽기 능력이 떨어지는 노인과 어린이, 그리고 시각장애인들에게는 특히 더빙영화가 필수적이죠. 우리나라 정서에 맞는 단어, 순화된 말도 모두 더빙에서 가능한 일입니다. 더빙이 있었기 때문에 온가족이 다함께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자막보다 더 정겹고 그만의 매력을 가진 외화더빙. 아직도 그것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과연 이렇게 사라져버려도 되는 걸지 의문을 품게 합니다.


모든 것은 찾는 이들이 줄어들면 자연스레 없어지게 됩니다. 외화더빙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막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어가면서 더빙은 어느새 거의 사라져가고 있었죠. 물론 자막영화가 더 좋은지, 더빙영화가 더 좋은지 그 우열을 가릴 순 없습니다. 하지만 더빙영화를 필요로 하는 이들이 분명 있고, 다시 더빙영화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 자막과 더빙 중 선택해 볼 수 있게 하는 기능을 많은 곳에 도입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한도전>이 주말의 명화 특집을 방영하면서 많은 이들이 외화더빙의 필요성에 대해 주장했습니다. 물론 단발적 에피소드로 끝날 수도 있지만, 좋은 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로써 더빙영화에 대한 수요가 조금은 늘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를 걸어봅니다. :)


Ⓒ 사진 출처

표지~사진2 : MBC<무한도전>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