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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색채 없는 무대를 밝혀주는 숨은 공신, 비주얼 자키(Visual Jockey, VJ)

by KOCCA 2015. 5. 26.


공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생각해 봅시다. 가슴 떨리는 베이스의 울림, 열광하는 사람들, 찬란한 조명과 그 속에서 노래하고 연주하는 가수와 DJ들. 공연은 분명 ‘화려한 것’의 총집합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생각한 공연에 영상이 없다면 어떨까요? 공연과 영상이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공연은 영상이 없으면 다분히 심심한 유흥거리로 전락하고 맙니다. 그래서 이 자리를 빌려 가수 뒤편에서 조용히 무대를 꾸며주는 ‘영상’의 숨은 이야기에 대해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영상계의 DJ, 비주얼 자키(Visual Jockey, VJ)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공연에 색을 더해주는 중요한 일을 하면서도 알려지지 않은 비주얼 자키, 그 생소한 직업에 대해 알려드리고자 현역으로 VJ활동을 하고 계신 ‘VJ Rustic’님을 인터뷰해보았습니다.


Q1. 안녕하세요? 먼저 바쁘신 데도 인터뷰에 응해주신 점에 대해 감사인사 드리겠습니다. 비주얼 자키 (Visual Jockey) 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소해 하는 직업을 가지신 것 같습니다. 보통은 VJ를 영상기자를 뜻하는 ‘비디오 저널리스트(Video Journalist)’로 많이 알고 있는데, 비주얼 자키가 하는 일은 무엇이며 비디오 저널리스트랑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A. 네 안녕하세요 VJ Rustic로 활동하고 있는 이대한이라고 합니다. 우선 저보다 더 활발히 활동하시는 VJ분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저에게 인터뷰 요청을 해주셔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알고 있는 VJ(Video Journalist)는 비디오카메라를 이용하여 촬영위주의 편집 작업을 하는 직업입니다. 쉽게 이해하실 수 있게 예를 들면, SBS의 "런닝맨" 같은 프로그램에서 카메라를 들고 달리시는 분들이 바로 비디오 저널리스트입니다.

 비주얼 자키를 제일 쉽게 설명하려면 DJ를 먼저 이해하셔야 합니다. DJ분들은 믹싱과 스크래치 등의 기술을 통해 즉흥적으로 음악을 가공해 들려주죠. 비주얼 자키는 음악을 가공해 즉흥적으로 들려주는 DJ와 다르게 이미지 또는 영상을 믹싱하고 이펙트를 적용하여 즉흥적으로 보여 드리는 것입니다. 결국 디제이가 라이브로 여러 기술을 이용하여 귀를 만족 시켜주는 분들이라면 비주얼 자키(VJ)는 눈을 만족 시켜주는 것이죠. 가장 중요한건 가공한 이미지나 영상을 그냥 틀어서 보여주기도 하지만, 라이브로 그것들을 컨트롤하고 변형 시킬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비주얼 자키입니다.


▲사진 1 클럽 공연의 한 장면. 무대 뒤 스크린에 VJ의 영상이 나오고 있다.


Q2. 비주얼 자키가 주로 사용하는 장비와 컴퓨터 프로그램은 일반인이 사용하는 것들과 많이 상이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언뜻 보기에 다가서기 어려워 보이는 직업인 것 같은데, 무슨 장비나 프로그램을 사용하시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A.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장비는 노트북입니다. 직업 특성상 회사처럼 한곳에 머물러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실내 및 야외에서 공연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노트북은 필수입니다. 그리고 VJ분들이라면 거의 다들 가지고 계신 컨트롤러(Controller)가 있습니다. 한꺼번에 라이브로 여러 영상을 제어해야 하기 때문에 마우스나 키보드만으로는 부족해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컨트롤러를 다들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이 컨트롤러는 종류도 무척 다양하고 VJ분들마다 사용하는 기종도 다 다릅니다. 프로그램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그래픽 전공 하신 분들도 조금은 생소 하실 수 있다고 저도 생각해요. 저 역시 방송영상작업을 하다가 VJ를 처음알고 프로그램을 공부했을 때 굉장히 생소했으니까요. 저 같은 경우는 ‘VDMX’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는데 이것 말고도 Resolume, Modul8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요즘은 Youtube나 Vimeo같은 사이트에 이런 프로그램들의 튜토리얼들이 기본부터 고급수준까지 다양하게 업로드 되고 있어서 누구나 쉽게 접근하실 수 있을 거라 봅니다.


Q3. 공연 콘텐츠 산업의 최전선에서 같이 일 하시면서 무대 위에 오르는 이들에 가려져 많은 조명을 받지 못하셔서 섭섭하실 것 같습니다. 어떨 때 가장 아쉬우셨나요? 


A. 사실 VJ라는 분야를 시작하면서 '나도 주인공이 되고 싶고 조명을 받고 싶다'라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고생은 같이 하는데 질문하신대로 무대 위에 오르는 이들에 가려진다는 게 굉장히 섭섭했는데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지금은 생각합니다.(웃음) 아무래도 콘서트에는 음악을 들으러 오는 게 주목적이고 클럽 또는 페스티벌 역시 음악을 듣기위해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요즘은 VJ들이 모여 ‘비주얼파티’도 열고는 해서 사람들이 점점 많이 알아주시기도 해서 뿌듯해요. 가끔은 어떻게 알고 SNS등의 메세지로 영상 정말 멋있다고 해주시는 분들도 있으셔서 힘이 납니다!


Q4. 다 만들어진 영상을 보고 있으면 뿌듯하다는 생각이 드실 것 같습니다. 무슨 공연(영상)이 가장 인상 깊으셨나요?


작년에, 그러니까 2014년도에 국내에서 런칭한 ‘Stardium’이라는 페스티벌이 있었습니다. 다섯 개의 스테이지에서 펼쳐지는 각기 다른 다섯 음악장르의 해외아티스트가 내한해서 진행한 페스티벌이었는데 영광스럽게도 제가 VJ감독을 맡게 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다른 페스티벌과는 다르게 각각의 디제이들마다 인트로 영상이 있었고 스테이지도 특이해서 비주얼이 굉장히 멋졌는데, 거기다가 다양한 연출까지 더해지니 정말 멋진 그림이 나왔었어요. 모든 공연을 마치고 관객 분들이 퇴장하실 때였습니다. 출구 쪽에 연출, 음향, VJ팀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관객 분들이 저희를 향해서 다들 정말 멋있었다고 그 자리에 서서 박수를 쳐주셨습니다. 그 전에도 몇 번의 페스티벌 경험이 있었지만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고 정말 뿌듯했어요. 정말 그 순간이 VJ로서 최고의 순간이었던 거 같습니다.


▲사진 2 VJ Rustic님이 꼽은 가장 인상 깊은 공연 ‘Stardium'의 한 장면


Q5. 최근에는 인터렉션 기술이 콘텐츠 분야의 화두 중 하나로 떠오르면서 많은 콘텐츠 장르에서 인터렉션 기술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공연영상 예술도 그 못지않게 인터렉션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은데, 비주얼 자키는 어떤 부분에서 인터렉션 기술을 이용하나요?


A. 인터랙션이라 하면 상호작용이죠. VJ쪽에서도 역시 활용하고 있습니다. DJ및 밴드의 라이브 음악 아웃풋을 VJ의 노트북으로 받아서 자동으로 영상이 출력하는 것은 기본적인 부분입니다. 해외 VJ아티스트인 ‘Skrillex’같은 경우, 모션 캡쳐 장비를 이용해서 디제이의 움직임 그대로 영상 속의 몬스터가 따라 움직이는 퍼포먼스를 이미 오래전에 했어요. 국내에서도 관중들의 환호가 크면 클수록 영상이 더 밝게 빛나는 등의 여러 가지 퍼포먼스가 많아요. 인터렉션 기술은 사실 알게 모르게 콘서트 등의 공연에서 현재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Q6. 만드신 영상들을 보면 모션감이나 색감 등 다양한 면에서 전문성이나 꾸준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느껴집니다. 비주얼 자키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요? 그리고 어떤 점을 연마해야 하나요?


A. 전 기본적으로 VJ도 디자이너라고 생각해요. 거기에 더해서 내가 제작한 결과물을 이용해 라이브로 이미지나 영상을 연주 할 줄 아는 게 VJ입니다. 기본적으로 색감과 레이아웃 등의 지식은 물론 2D및 3D 이미지와 영상제작능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음악에 대한 이해도도 높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라이브로 공연을 해야 할 경우엔 음악을 알고 이해해야만 그 음악을 비주얼로 즉흥적으로 표현이 가능하거든요. 공부할게 엄청 많죠? 하지만 그 만큼 멋지고 다양한 형태의 아웃풋을 표현 할 수 있으니까 고생한 만큼 보람이 있어요.


▲영상 1 DJ의 움직임에 맞추어서 VJ의 영상이 재생되는 모습


Q7. 지금부터는 VJ님에 대해 여쭙고자 합니다. 비주얼 자키라는 길을 알고, 또 선택하게 된 특별한 계기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처음으로 VJ를 접하게 된 건 제가 20대 중반쯤에 클럽이라는 곳을 처음 접했을 때입니다. 원래 평소에도 음악을 좋아했는데, 클럽에서 울리는 큰 베이스의 울림이 너무 좋았어요. 그 와중에 DJ뒤에 위치해 있는 LED에 영상이 나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자세히 보니 그냥 무작정 흘러나오는 게 아니라 DJ들의 음악과 어느 정도 싱크가 맞더군요. 저를 클럽으로 데려간 친구에게 물어보니 VJ가 라이브로 영상을 틀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라이브라는 단어가 너무 좋았습니다. 내가 제작한 영상을 실시간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게 너무 놀라웠어요. 때마침 주위 친구 및 동생들이 DJ공부를 하고 있었고 재미있게 해보자라는 뜻으로 파티 팀을 결성했습니다. (이 시기에는)일 년 넘게 했는데 돈을 벌진 못했어요. 어차피 시작이 돈을 벌자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아무 상관없었습니다. 정말 재미있었거든요. 그러다가 홍대의 어느 한 클럽에서 파티를 열게 되었었는데, 그때 그 클럽 대표님과의 인연을 계기로 클럽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돈을 받고 VJ를 하게 된 거죠. 정말 재미있어하는 분야인데 급여까지 준다니깐 너무 신났었어요. 그때부터 제대로 시작해서 조금씩 페스티벌도 하고 공연 및 행사도 하면서 현재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웃음)


Q8. 일을 하시면서 겪은 특별한 에피소드 같은 게 있으신가요? 또 애로사항 같은 게 있으면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A. 야외 공연 중 갑자기 비가 와 장비가 고장 날 뻔한 적 부터해서 노트북은 가져왔는데 충전기를 안 가져와 SNS를 통해 빌려 쓰는 등 정말 사건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지방에서 열리는 어떤 행사에 VJ를 하게 된 일입니다. 그날 공연을 잘 진행하고 있다가 갑자기 배가 아파왔습니다. 그런데 그 행사는 팀이 아닌 제 개인으로 참가한 거라 저 말고는 컨트롤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하필 배가 아픈 시점이 굉장히 중요한 시간이어서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3시간을 참았습니다. 지옥을 맛보았어요. 식은땀과 함께 공연했네요. 끝나자마자 무대감독님이 수고하셨다고 격려해주시는데 들을 겨를도 없이 무작정 화장실로 달려갔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중요한 공연이 있을 땐 먹는 것도 조심하고 화장실도 미리 가려 노력합니다. 아는 형님도 이런 경우가 있다고 저한테 말씀 해주셨는데, 실제로 제가 겪어보니 잊을 수 없을 날이 되었습니다.



▲영상 2 VJ Rustic님이 제작한 VJ용 영상 소스


Q9. 비주얼 자키를 꿈꾸는 분들과, 공연 및 클럽을 즐기는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사실 저보다 선배 VJ분들도 많으시고 훨씬 멋진 경험과 공연을 해보신 VJ분들이 많으세요. 

하지만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VJ는 정말 매력적인 분야입니다. 자기가 디자인하고 작업한 영상을 일반적인 영상처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직접 연주하듯 보여줄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즐기면서 해보세요. 그럼 언젠간 멋진 아티스트들과 함께 공연하고 있는 여러분들을 볼 수 있으실 겁니다. 공연 및 클럽에 오시는 분들은 가끔 영상도 눈여겨 봐주시면 조금 더 음악을 신나게 즐기실 수 있을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우리가 즐기는 공연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들어갑니다. 무대의 주인공인 가수, DJ 등은 물론이고 조명, 소품 등 각종 연출진들의 노력이 들어가야 하나의 훌륭한 공연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VJ도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우리에게 최고의 공연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무대의 주인공에게만 관심을 쏟느라 그 뒤의 킹메이커들을 간과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공연이 끝난 후나 클럽에서 나올 때, 무대를 채색하느라 고생했을 VJ에게 작은 박수라도 보내주는 것은 어떨까요?


ⓒ사진 출처

- 표지 VJ Rustic 공연 영상 캡처

- 사진 1, 2 ms-photograph.co.kr


ⓒ영상 출처

- 영상 1~2 VJ Rustic 공식 Vimeo 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