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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스토리

하루 중 가장 가볍지만 무거운 3초, 네이버 웹툰 <하루 3컷>

by KOCCA 2015. 4. 14.


3초는 찰나지만 영겁의 시간입니다. 3초는 농구 경기 승패를 바꾸는 시간이기도 하고, 긴박한 사건에 휘말린 사람에게 3년 같은 시간이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3초는 순식간이지만 싫어하는 사람과 길에서 마주친 3초는 지옥입니다. 그래서 3초는 가볍지만 무시할 수 없는 무게를 가진 시간입니다. 생각할 틈이 없는 1초와 다르게 3초는 그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멍한 이성에 작은 통찰력이 생기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3초는 결국 가볍지만 무거운 시간입니다. 이렇게 무심결에 지나갈 수 도 있는 3초를 깨우는 웹툰이 있습니다. 바로 네이버 웹툰에서 매일 연재 중인 ‘하루 3컷’입니다. 작품명대로 충실하게 매일 3컷씩 연재되는 이 웹툰은 기승전결에 따른 전통적인 스토리 진행 방식을 과감히 포기한 실험적인 작품입니다. 독자들은 작가의 도전에 열광합니다. 댓글을 이용해서 적극적으로 작품을 분석하고, 인기는 상위권에 속할 정도로 높은 등 신선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웹툰 ‘하루 3컷’의 인기 이유와 만든 이에 대해 알아보고자 웹툰 작가이신 배진수 작가님을 인터뷰 해보았습니다.


Q1. 안녕하세요? 바쁘신 와중에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요즘 작가님의 웹툰 ‘하루 3컷’이 웹툰 독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가벼우면서 심오한 스토리와 최초로 매일 연재되는 웹툰이라는 점에서 그런 것 같은데, 작가님이 체감하기에는 어떠신가요?


A. 사실 최초는 아닙니다. ‘윌 유 메리 미’ 그리시는 마인드c 작가님이 저보다 먼저 매일 연재되는 두 컷 만화를 다른 사이트에서 연재 했으니까요. 그래도 네이버에서는 최초연재가 맞네요. 처음 연재를 시작했을 때 이 정도까지 순위가 높을 줄 몰랐습니다. 크게 개그만 지향하는 것도 아니고 사회풍자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되었는데도 말이죠. 처음에는 개그+풍자가 먹힐까 생각했는데 예상외의 반응이라 놀라웠습니다.


Q2. ‘하루 3컷’은 ‘당신의 하루 중 가장 가벼운 3초’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평소 바라보지 못하는 측면을 보여줌으로써 다소 ‘무거운’ 생각을 할 시간을 줍니다. 실제 작가님의 의도는 어떤가요?


A. 처음 작품을 기획할 때부터 한 가지 색깔을 가질 생각이 없었습니다. 다른 개그만화 같은 웃고 넘길 수 있는 만화에 철학, 종교 등 무거운 주제들을 섞어 생각할 거리를 주고 싶었어요. 사실 하나의 색깔만 가진 순수 개그만화로만 나아가면 많이들 좋아 해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 때 옛날에 믹스테이프와 믹스 CD(각 가수의 음반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따로 선별하여 하나의 공CD/카세트테이프에 담아 듣는 음반)가 유행하던 시절 들었던 믹스테이프 제작 고수들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믹스 음반을 만들 때 여러 느낌의 음악들을 넣어야 들었을 때 안 지겹다는 것이죠. 여기에서 착안 한 것이 지금의 하루 3컷의 방향입니다. 여러 가지 맛을 내서 독자가 질리게 하지 말자가 목표입니다.


▲ 사진 1 웹툰 <하루 3컷>


Q3. 독특한 스토리들 때문에 일상적이지 않은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으실 것이라 생각이 드는데요, 작품을 제작할 때 특별히 영감을 주는 것이 있나요? 있다면 무엇인가요?


A. 특별히 영감을 받는 것은 없습니다. 주제가 정해진 만화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뭔가 따로 보거나 하는 건 없습니다. 대신 생활하면서 경험하는 모든 것이 영감입니다. 텔레비전을 시청하거나 게임을 할 때, 독서 할 때 등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서 소재가 될 만한 것이란 생각이 들면 바로 캐치해서 소재로 씁니다. 이를 캐치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어려울 때도 있고 쉬울 때도 있어요.


Q4. 독자들은 작가님의 뜻을 파헤치기 위해 댓글로 여러 가지 추리를 하고는 합니다. 이들을 ‘코난’이라고 하는데요, 실제로 작가님의 생각과 비슷한 답을 내놓은 독자가 있나요? 있다면 가장 인상 깊었던 추리는 어떤 내용이었나요?


A. 보통은 의도한 대로 거의 다 맞추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답은 이거다.’ 라는 뉘앙스보다 ‘이런 게 있으니까 나머지도 생각해보자.’를 지향하므로 ‘무조건 이거다.’라는 확신이나 정답은 없습니다. 열린 만화인거죠. 가끔 주제를 꼬아서 만들었을 때 이해 못하는 독자들을 위해 보충설명을 잘 해주는 독자들이 있어 놀랐습니다. 특별히 인상 깊은 독자의 반응으로는 반잔의 물을 두고 물의 양이 많고 적음을 판단하는 내용을 담은 42화 ‘클라스(반)의 차이’에 실린 댓글입니다. 저도 몰랐던 과학 상식이 많이 나와서 인상 깊었습니다.


▲ 사진 2, 사진 3 <하루 3컷> 42화 ‘클라스(반)의 차이’ 일부와 독자들 반응


Q5. 제작하시면서 특별한 에피소드나 힘드셨던 점 있으셨나요?


A. 아직은 연재한지 오래된 만화는 아니라서 특별히 힘들거나 기억에 남는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1화를 올린 때가 제일 기억납니다. 모든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의 1화를 올릴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두려움 반 기대 반이기 때문이죠. 특별히 저의 경우는 더욱 심했습니다. 아무래도 기존의 웹툰 형식을 파괴한 ‘형식파괴만화’이기 때문입니다. 행여 욕이라도 먹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시장에 없던 것을 도전하는 만화니까요. 그 긴장감을 가지면서 반응을 기다릴 때가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Q6. 지금은 완결이 난 웹툰 ‘금요일’을 연재하시던 시절 한국콘텐츠진흥원 만화 매니지먼트사업 지원을 받으신 적이 있습니다. 예비 창작자를 위해 해당 매니지먼트 사업 지원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실 수 있나요?


A. 매니지먼트 선발요강을 보면 베스트도전과 도전만화에 연재하는 작품이 대상이며, 해당 작품들을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네이버가 함께 보고 심사해서 (작품성이나 지속적인 연재 등이) 괜찮다고 판단한 작품을 뽑는 시스템입니다. 즉, 매니지먼트 사업에 선발되려면 색다른 조건을 충족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웹툰 작가로 등단하기 위해 필요했던 요건들을 꾸준히 잘 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료작가들과 이야기 해봤을 때, 물론 제가 실력이 좋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선발이 되려면 실력이 제일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림과 스토리 둘 다 잘하면 최고지만, 두 가지를 월등히 잘 못하면 한 가지 만이라도 노력해서 자기만의 무기로 삼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 점에서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연합하는 작품들은 시너지가 커 보여서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꾸준함도 중요합니다. 주 1회 연재라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정식으로 작가가 되기 전까지는 일정한 수입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따로 돈도 벌면서 연재해야 해서 더욱 힘듭니다. 자신이 주 1회 연재를 할 수 있다면 꾸준함이 제일 중요합니다. 기사 등으로 널리 알려져 있긴 하지만 그래도 귀띔하자면 네이버에서도 일주일에 한 번씩 콘텐츠를 생산할 능력이 되는 사람인지를 비중 있게 본다고 합니다. 준비를 오래하고 하는 것도 좋지만 결국 실력은 필드에서 늡니다. 일단 연재하면서 호흡 맞추는 게 실력도 빨리 늘고 요령도 생기는 길이라 봅니다.


▲ 사진 4 완결 웹툰 <금요일>의 타이틀


Q7. 이 질문부터는 작가님에 대한 질문입니다. 작가님만의 독특하면서 매력적인 그림체는 안면인식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작가님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라 들었습니다.


A. 사실 극복을 못했습니다. 웹툰 작가는 사람 얼굴을 많이 그리는데 아직도 극화를 그렸을 때 얼굴 대칭이 안 맞는 걸 느낍니다. 이목구비가 있어야 할 곳에 제대로 안 붙어있어 보이니, 지금도 조금이라도 더 잘 그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노력의 끝은 없다고 봐요. 만족할만한 노력의 결과는 자신이 봤을 때 만족할 수 있을 때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는 ‘나의 무기는 그림보다는 스토리’라고 일찍 깨달았습니다. 쓸 수 있는 무기를 잘 쓰는 게 좋으니까요.


Q8.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천재들의 모임으로 유명한 ‘멘사’의 회원이시기도 하고, 미팅을 주제로 한 예능 방송에도 출연하셨습니다. 이 두 이력을 쌓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멘사 회원 타이틀을 딴 것에 큰 계기는 없습니다. 회사에서 나오고 아르바이트를 할 때 인터넷에 멘사 테스트가 있는 것을 우연히 보고 한 번 해봤는데 생각보다 점수가 잘 나왔습니다. 그래서 직접 시험을 보면 될 수 있을까 해서 해봤는데 붙었더라고요. 이 타이틀을 꼭 따야한다는 생각은 없었고, 자신과의 시험을 해보았다고 봅니다. 이 타이틀을 어디 가서 특별하게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미팅 프로그램은 ‘카툰부머’라는 웹툰 작가 모임카페에 프로그램에 출연 할 사람 모집한다고 글 올라온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시 싱글이고 애인도 없어서 방송에 나가면 사람도 사귈 수 있어 좋을 것 같았습니다. 또 방송에서 얼굴을 비추면 인지도를 쌓을 수 있을 것 같았구요. 게시물을 읽고 있으니 다른 작가님들도 참여할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었습니다. 그래서 웹툰 작가 특집을 기대하고 갔는데, 혼자였습니다. 네이버 웹툰 담당자님한테 말을 해보니 맘대로 하라고 하셨습니다. 걱정하지 말고 맘대로 하라고 하니까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온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게 보기 좋았는지 시청자들도 좋아해주셨고, 방송에서 만난 연인과 인연이 되어 결혼도 했습니다. 모든 게 네이버와 김준구 대표이사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독특한 경험은 누구라도 할 수 있습니다. 다들 겁을 내지 말고 도전해봤으면 좋겠습니다.


Q9. 삼십대에 만화가가 되셨는데, 다른 작가님들 보다 조금 늦게 만화가를 꿈꾸시게 된 계기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A. 처음에는 회사원이었는데, 회사는 계속 다닐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 둔 후 원래부터 좋아했던 글쓰기를 살려 영화 시나리오 작가를 준비했습니다. 시나리오 몇 편을 공모전에 내보았지만 성과가 바로 안 나서 고민 하던 중, 짜놓은 시나리오를 그림으로 옮기면 웹툰이 되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그림 작가님을 구해서 준비를 하는 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그림 작가님이 하차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림이라고는 제대로 그려본 적 없었지만 부딪혀 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전작인 금요일) 1화는 초등학교보다 못 그렸다고 느낍니다. 선도 엉망이고 인체비례도 안 맞으니 말이죠. 그래도 직접 부딪히면서 배우니 빨리 배웠습니다. 심지어는 댓글로도 배웠습니다. 독자 분들이 제 그림을 보기 답답하니 이런저런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저는 노력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겁을 빠르게 뿌리치고 적극적으로 요령을 깨우치는 스타일이라고 봅니다.


Q10. 24시간을 채우는 것을 목표로 하신다고 가정했을 때, 이제 저희들과 23시간 56분 정도를(인터뷰 날짜 기준) 함께하셔야 하는데, 앞으로 들려주실 이야기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조금 귀띔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A. 처음에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스낵 컬쳐’를 추구했습니다. 사람이란 몇 초만 지나면 집중력 떨어지는 존재고, PC의 시대가 저물고 스마트폰 시대가 다가왔기 때문이죠. 그런데 처음에는 가벼운 쪽으로 무게를 뒀으나 점점 그리다보니 기존 작품들을 만들던 습관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같은 만화면 의미를 더 부여하고 싶고, 생각할 거리를 넣고 싶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이게 맞는 길 같아요. 독자들도 좋아하는 것 같기 때문이죠. 작품의 흐름이 점점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스스로도 느끼고 독자들도 느끼는 것 같고, 담당자도 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볍지만 철학을 조금 가미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초기에는 3초에 읽는 만화를 목표로 했지만 요즘은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담아 3초에는 절대 못 읽는 만화를 그리고자 합니다. 금요일 때와 마찬가지로 생각할 여지를 남기는 만화가 궁극적인 목표에요.


▲ 사진 5 웹툰 <하루 3컷>


Q11. 마지막으로 만화가를 꿈꾸는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일단 부딪혀야 합니다. 준비하면서 ‘이럴까 저럴까’ 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연재하면서 피드백 받으면서 부딪히는 게 훨씬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기 무기를 만들어야합니다. 스토리와 그림 중 하나를 남들보다 눈에 띠게 하는 자기만의 무기로 만드세요. 또 활자중독이라 할 정도로 글자만 보면 다 읽는 것이 좋습니다. 최대한 많이 읽고 접하고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도 많이 봐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자신이 활용할 소재도 많아지고 트렌드에 안 뒤쳐질 수 있습니다. 트렌드에 뒤처지면 트렌드에 민감한 독자를 놓칠 수 있습니다. 또 많이 읽으면 그 곳에서 얻은 정보를 적재적소에 쓸 수 있는 요령도 생깁니다. 그러므로 뭐든지 많이 읽으세요.


하루 3컷의 인기는 여유 없는 사회에서 지적 유희를 갈구하던 독자들의 욕망과 작가의 실험정신이 어우러져서 생긴 긍정적인 결과라 봅니다. 3초라는 짧은 시간에 지적인 충격을 준다는 하루 3컷의 여정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앞으로도 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개그만화의 가능성은 지적 목마름이 사라지지 않는 한 계속 될 것입니다. 짧은 시간에 일상의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분께, 반복되는 일상 속 작은 인사이트를 원하는 분께 딱 3초만 하루 3컷에 투자해 볼 것을 권합니다.


사진 출처

표지 네이버 웹툰

사진 1~5 네이버 웹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