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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비틀즈의 음악으로 만든 태양의 서커스 [Love]를 라스베거스에서 만나다.

by KOCCA 2014. 11. 17.

 이진섭(브랜드 매니저/ 팝 칼럼니스트/ DJ)

 

 

1970~80년대 초반 캐나다의 거리 공연 기획자이자, 사업가인 기 랄리베르테(Guy Laliberté)는 당시 서커스들이 가지고 있는 경영난과 문제점에 대해서 좀 더 다른 시각을 갖고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의 극단을 단지 여러 마을을 유랑하며 떠도는 집단이 아닌 공연, 문화, 예술을 보여주는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만들고 싶었다. 태양의 서커스는 이런 고민 끝에 태어난다.


현재 약 6,000여 명의 단원을 보유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하나의 장르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태양의 서커스는 공연의 콘셉트와 테마를 중심으로 멋진 퍼포먼스를 선보여왔다. 특히, 태양의 서커스 중 ‘퀴담(Quidam,2007)’, ‘알레그리아(Alegria,2008)’, ‘바레카이(Varekai,2011)’, ‘마이클 잭슨 임모탈(Immortal,2013)’ 등은 한국에서도 공연이 이뤄져 국내 관객들과도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


2000년 이후 태양의 서커스가 비틀즈 음악을 소재로 한 [러브, 태양의 서커스 (Love, Cirque De Soleil)]를 세상에 공개한 것은 매체와 관객들로부터 가장 높이 평가받는 업적이다. 이 공연은 제작과정부터 태양의 서커스의 CEO인 기 랄리베르테와 비틀즈의 기타리스트인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 사이의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프로젝트였다. 또 비틀즈의 음악, 공연, 퍼블리싱, 머천다이저 등 모든 의사결정을 주관하는 (주) 애플이 대형 공연 퍼블리싱에 합의한 첫 번째 작품이기도 했다. 공연의 핵심이 될 비틀즈음악을 선정하고, 총괄하는 역할에는 비틀즈와 오랜 세월을 함께 한 프로듀서 조지 마틴과 그의 아들 길스 마틴이 참여하여, 완성도를 더했다. 중간중간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 폴 매카트니와의 의견 수렴을 통해 비틀즈를 현재 시점으로 복원하는데 많은 노력을 가했다.  


비틀즈의 종적을 되짚어보고, 음악적 가치를 재발견하는 이 작품은 2014년 현재까지 라스베가스 The Mirage Hotel & Casino에서만 독점 공연해왔다. 2006년 첫 시사 후, 러브는 500만이 넘는 관중 앞에서 2천 회가 넘는 공연을 선보였다. USA투데이는 "라스베이거스 최고의 쇼"로 평가했고, 라스베이거스리뷰-저널은 4년 연속 "라스베이거스 최고의 쇼"로 [러브, 태양의 서커스 (Love, Cirque De Soleil)] 를 선정했다.



▲ 사진1 미라지 호텔 & Casino 외부에 붙은 [러브, 태양의 서커스 (Love, Cirque De Soleil)]


 

비틀즈의 팬인 필자의 경우 이 공연을 볼 기회를 몇 년간 호시탐탐 노리다, 2014년 10월 10일 그 꿈을 이룰 수 있었다. The Mirage Hotel & Casino에 걸린 [러브, 태양의 서커스 (Love, Cirque De Soleil)]의 광고를 먼발치에서 바라봤을 때, 최고급 Hotel & Casino에서만 경험할 수 있다는 태양의 서커스만의 자부심이 풍겼다.

 


 ▲ 사진2 The Mirage Hotel & Casino 내부에 위치한 [러브, 태양의 서커스 (Love, Cirque De Soleil)] 전용관


 

2010년 10월 이후부터 이 공연은 공연 전에 백스테이지를 공개하여, 제한된 인원이 무대 아래와 조명장치, 음향시설, 캣워크 등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게 해 놓아 공연의 체감지수를 높이고 있었다. 공연은 주인공 닥터 로버트(Dr Robert)가 사랑을 찾아 헤매는 과정을 서커스와 비틀즈 음악에 녹여내는 쇼다.

 

 

▲ 사진3 공연 전 무대를 관람할 수 있는 Inside Access


 

기타 리프와 드럼 소리로 쇼의 장대한 시작을 알리는 Get Back , 폭스바겐 자동차 비틀을 활용하여 비틀즈가 살았던 리버풀의 전경을 창의적인 서커스로 구현하는 Drive My Car/The Word, 까마귀 캐릭터를 이용하여 흥미 요소를 챙겼던 Blackbird, 비틀즈의 콘셉트 앨범이었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등 비틀즈 음악에 실린 밴드의 단상과 서커스의 볼거리가 적재적소에 배합된 공연은 끊임없이 흥밋거리를 보여줬다. 비틀즈 화이트 앨범에 실린 곡 <While My Guitar Gently Weeps>가 어쿠스틱한 질감으로 다가온 무대와 빨간 축포와 꽃잎으로 무대를 휘날린 피날레 <Hey Jude>와 <All You Need Is Love>는 화려한 쇼와 함께 비틀즈의 영혼을 공연장으로 불러들이고 있었다.

 


 ▲ 사진4 마지막 공연이 끝난 후

 


공연을 보면서 공연장 어느 곳에 있든 흐트러짐 없는 소리와 포근한 음악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이는 공연장에 배치된 2,013개의 좌석에 각각 3개의 스피커를 설치하고, 이와 함께 곳곳에 총 6,341개의 스피커를 배치하여 균형 잡힌 사운드를 이끌어낸 결과였다. 


[러브, 태양의 서커스 (Love, Cirque De Soleil)]의 화려한 쇼가 끝나고, 사운드 트랙을 들으면서 공연장을 빠져나올 때 즈음 많은 생각이 스쳐 갔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비틀즈의 음악은 팝의 클래식이다.”라는 생각을 해왔다. 물론 이런 생각에는 비틀즈와 관련된 음악, 경험, 여행들이 근간을 이루고 있었는데, [러브, 태양의 서커스 (Love, Cirque De Soleil)]도 그 연장선이었다. 비틀즈 음악이 지니는 가치를 이뤄 말할 수 없지만, 후세에 영감의 원천이 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며, 시공간을 초월해 심적 감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팝 음악 역사에서 아무나 할 수 없는 행보였음을 공연은 말해주고 있었다.

 


▲ 사진 5 [러브, 태양의 서커스 (Love, Cirque De Soleil)]OST를 들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