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여진구 주연의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 이 드라마는 마지막 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 12%를 기록하며 성공리에 종영했습니다. 호텔 델루나는 흥미진진한 스토리 전개로 많은 팬들로부터 인기를 얻었고, 드라마 인기만큼이나 OST 역시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호텔 델루나 OST 앨범에는 펀치를 비롯해 거미, 폴킴, 벤, 청하, 레드벨벳, 태연, 헤이즈, 송하예, 양다일 등 최근 가장 ‘핫(Hot)’한 가수들이 모두 참여했습니다. 이 앨범은 냠냠엔터테인먼트 대표인 송동운 음악 프로듀서(PD)가 담당했습니다. 그는 음악 PD로서 호텔 델루나 외에도 ‘태양의 후예’와 ‘괜찮아 사랑이야’, ‘달의 연인-보보경심려’ 등 다수의 드라마 OST 앨범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송동운 음악 PD를 만나 OST 제작 과정과 인기 OST 제작 비법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 단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
송동운 음악 PD는 자기 자신을 단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는 OST 앨범 제작도 업이라기보다는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 행위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음악 PD는 정의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주로 음악 PD로 부르지만 음반 PD, 트랙 PD라고 하기도 하는데요. 보통 음반 콘셉트를 정하고, 작곡을 하기도 합니다. 음반 녹음과정에서 개인의 수행 능력이나 업무 범위에 따라 음악 PD의 역할이 달라집니다.
송 PD는 “음악 PD는 음반의 방향을 정하는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음악 PD는 음반 전체의 색과 스타일을 정하고, 참여할 가수를 섭외하고 제안하는 직업입니다. 또 작곡가에게 곡을 받아 최종적으로 음반에 실릴 곡을 정하는데요. 예정된 가수가 제안을 거절할 때는 새로운 가수를 찾거나 가수에게 맞는 곡을 새로 선정하기도 합니다. 송동운 PD는 음악 PD로서의 경력이 그리 길지는 않습니다. 2014년 ‘쓰리 데이즈’라는 드라마의 OST 앨범이 그의 첫 작품입니다. 하지만 짧은 경력에도 그가 만든 OST 앨범 대부분이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기에 그는 최고의 음악 PD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 솔직히 말하면, 천부적인 재능
그가 이렇게 짧은 기간에 유명 음악 PD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송동운 PD는 그 이유로 ‘남들보다 뛰어난 귀’를 꼽았습니다. 그는 “남들보다 노래를 잘 부르거나 작곡을 잘하지는 못하는데요. 하지만 어떤 곡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기억될 곡인지는 누구보다 잘 찾고 판단한다”며 “인기를 얻을 곡을 잘 선택해서 앨범이라는 최종 결과물로 완성하는 데 자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송동운 PD는 “30초에서 1분 정도 들으면 이 곡이 히트할 수 있을지 느낌이 온다”며 “작곡가가 정성들여 만든 곡을 짧은 시간 안에 판단하는 것은 미안하지만 앨범 하나를 위해서 400곡 이상을 듣고 정하려면 빠르게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그가 만든 호텔 델루나 OST 앨범은 총 12곡, 그는 이 앨범을 완성하기까지 400곡이 넘는 후보곡을 들었습니다.
송 PD는 음악 PD로서 필요한 역량에 대해 ‘촉, 감’이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PD에게 가장 중요한 건 촉과 감”이라며 “솔직히 말하면 무엇이라고 표현할 수 없는 천부적인 재능 같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는 “꾸준히 음악을 하다보면 생기는 경우도 봤다”고 덧붙였습니다. 송 PD는 자신의 감과 촉에 관해 재밌는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드라마 ‘피노키오’ OST를 작업할 당시, 작곡가 로코베리가 여러 곡을 보내왔습니다. 송 PD가 듣기에 한 곡은 벌스(Verse, 절)가 맘에 들고, 다른 한 곡은 후렴구가 맘에 들었다고 합니다. 로코베리에게 두 곡을 합쳐서 다시 작곡해달라고 요청했는데요. 흔치 않은 일이었지만 로코베리가 흔쾌히 다시 작업해주었다. 이 곡이 가수 로이킴이 부른 ‘피노키오’입니다. 드라마를 대표하는 노래로 떠오르며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 대중은 냉철하다
OST에 담을 곡을 선정하는 기준에 대해 송동운 PD는 “드라마 분위기와 주인공 이미지에 잘 맞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드라마 OST는 어떤 장면에서 어떤 곡이 나오는지가 굉장히 중요하고, 드라마 내용과 노래 분위기, 가사 내용이 잘 맞지 않으면 사랑받기 힘들다는 설명입니다. 송 PD는 “대중은 냉철하다”며 “아무리 좋은 노래라도 드라마와 잘 맞지 않으면 인기를 얻기 힘들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그는 노랫말에도 신경을 많이 씁니다. 노래 분위기는 드라마와 잘 맞는데, 가사가 맞지 않으면 과감하게 새로운 가사를 요청하기도 하는데요. 이런 이유로 중간에 가사가 바뀌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물론 어울리는 가사를 가진 곡이라도 노래 분위기가 맞지 않으면 작곡을 바꾸기도 합니다.
최근 음악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음악 트렌드 변화도 빠릅니다. 드라마 OST에는 트렌드를 어떻게 반영할까요? 송동운 PD는 “OST는 음악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며 “새로운 장르와 새로운 분위기를 담은 곡, 최신 음악 트렌드에 맞는 곡이라도 드라마 분위기와 주인공 이미지에 맞지 않으면 과감하게 제외한다” 고 밝혔습니다. OST는 음악 트렌드보다 언제 들어도 좋은 곡을 우선하고, 해당 드라마와 잘 어울릴 때 가장 적합한 곡이 된다는 설명입니다.
송 PD는 ‘좋은 곡’은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찾는 ‘대중성 있는 곡’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는 “백지영의 ‘잊지 말아요’ 같이 유명한 OST를 들어보라”며 “유명 OST는 음악 트렌드와 관계없이 언제 들어도 듣기 좋고 인기 있을만한 곡”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호텔 델루나 OST 앨범에도 최신 제작곡보다 오래 전부터 갖고 있던 곡을 많이 수록했습니다. 12곡 중 무려 8곡이 드라마를 시작하기 전에 송 PD가 갖고 있던 곡입니다.
■ 드라마가 흥행할까? 실패할까?
앨범을 제작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요? 송동운 PD는 “앨범에 참여할 가수를 설득하고, 작업자 간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는 각자 보는 관점이나 우선 항목이 달라서입니다.
송 PD는 “가수들이 드라마 OST에 참여할 때, 그 드라마가 흥행할지 실패할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음악 PD가 드라마 성공 여부까지 가늠할 순 없어, 좋은 앨범을 만드는데 의미를 두자고 설득하는 편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인기 있는 음악 PD인 그도 가수 설득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그는 곡에 더 잘 맞는 가수를 찾는다고 합니다. 그는 “드라마에 잘 맞는 좋은 곡은 가장 어울리는 가수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쓴다”며 “그 가수가 아니면 OST가 성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때는 과감하게 기존 곡을 포기하고, 해당 가수가 선택할만큼 매력적인 새 곡을 찾아 설득에 나선다”고 말했습니다.
호텔 델루나 OST에도 가장 어울리는 가수를 찾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인 곡이 있습니다. 바로 10cm가 부른 ‘나의 어깨에 기대어요’인데요. 송동운 PD는 원래 이 곡을 다른 가수에게 먼저 부탁했다가 거절을 당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이 곡을 드라마 OST 앨범에 꼭 넣고 싶어, 많은 시간을 들여 어울리는 가수를 찾았고, 그 가수가 바로 10cm 였다고 합니다. 송 PD는 “10cm의 목소리가 곡에 잘 어울렸다. 하지만 발라드를 부르는 걸 별로 못 봐 부탁했을 때 거절을 예상했는데 의외로 10cm가 발라드를 좋아한다며 받아줬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말했습니다.
OST 제작에는 작곡가와 작사가, 편곡자, 가수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각자 의견이 달라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이들의 의견을 잘 조율하는 것도 음악 PD의 주요 업무입니다. 호텔 델루나 OST 수록곡인 폴킴의 ‘안녕’은 작곡가 로코베리와 폴킴이 공동으로 작곡한 곡입니다. 송동운 PD는 “작곡 스타일이 다른 두 사람의 간극을 좁히는 게 무척 어려웠다”며 “결국 서로가 양보하며 조정을 거쳐 합작품 ‘안녕’이 탄생했다”고 토로했습니다. 작곡 조율 과정에서 고생했지만 다행히 ‘안녕’은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폴킴의 ‘안녕’은 발매 당시 각종 음원사이트 1위를 기록했습니다. 드라마가 끝난 이후에도 음원사이트에서 상단을 차지하며, 계속 이용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 드라마가 흥행할까? 실패할까?
송동운 PD는 호텔 델루나 OST가 크게 성공한 덕분에 해외 진출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는 “몇몇 나라에서 드라마 OST 앨범 제작을 요청해왔다”며 “중국이 가장 적극적” 이라고 말했습니다. 5개 중국 회사에서 제의를 받았는데, 이중 3곳은 직접 회사로 찾아와 송 PD를 설득했습니다. 특히 한 중국 관계자는 자신들의 드라마 OST를 ‘호텔 델루나’나 ‘태양의 후예’처럼 만들어달라고 부탁할 정도였습니다. 사실 송 PD가 해외 진출을 고려하게 된 계기는 따로 있습니다. 올해 10월 두바이에서 열린 한류박람회의 영향인데요. 그의 소속사 가수인 펀치가 두바이에서 공연을 할 때 현지인들이 펀치를 모두 다 알아봤습니다. 게다가 호텔 델루나에 실린 OST ‘Done For Me’를 환호하며 따라 부르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송동운 PD는 “최신 가요를 두바이 같이 먼 곳에서 알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국내에서 만든 OST가 세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두바이에서 새삼 깨달았다”고 밝혔다. 그는 “인기 있는 국내 드라마가 외국에서도 사랑을 받듯이 국내 OST도 외국에서 인기 OST가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말했습니다.송 PD는 국내에서 잠시 휴식 기간을 가진 뒤, 내년에 선보일 두 개의 드라마 OST 앨범 제작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그는 “출연 배우와 작가진이 좋아서 흥행을 기대하는 작품”이라며 “앞으로 만드는 OST에도 많은 관심과 애정을 부탁한다”고 당부했습니다.
글 지현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 정기간행물 "N콘텐츠 14호"에 게재된 글을 활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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