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은 우리나라는 물론 외국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한류 콘텐츠입니다. ‘아이돌 음악’, ‘댄스 음악’에 한정되던 초기의 제한적 인식에서 벗어나, K팝은 하나의 독창적인 장르를 개척하며 크게 성장했는데요.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애니메이션, 게임 같은 다른 콘텐츠 장르와 활발히 결합하면서 콘텐츠의 저변을 확장시키는 핵심 IP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시크릿 쥬쥬’를 아시나요? 시크릿쥬쥬의 박일호 대표는 <우당탕탕 아이쿠>로 2010년 대한민국 콘텐츠어워드 대통령상, 2011년 지역애니메이션 산업공헌부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습니다. 자신감을 얻은 박 대표는 기존 애니메이션 시장에 없었던 새로운 도전을 모색했습니다.
“전 세계에 한류가 점점 거세지고 있었습니다. K팝은 물론 K드라마, K무비까지 흥행하고 있는데, ‘왜 애니메이션에는 한류 콘텐츠가 없을까’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K팝과 애니메이션을 결합하면, 굉장히 매력적인 콘텐츠가 탄생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고민 끝에 박 대표는 최초의 K팝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박일호 대표가 K팝 애니메이션 제작에 나서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됐는데요. K팝 애니메이션을 처음 기획한 시기는 2013년이었습니다. 하지만 박 대표는 바로 제작에 나설 수 없었습니다. 새로운 도전이었기에 그만큼 위험부담이 매우 컸고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획과 준비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철저한 사전 조사 끝에 박일호 대표는 마로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제작 경험과 기술을 잘 활용한다면 K팝 애니메이션과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에 이르렀는데요. 이에 기획을 구체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전기획을 마친 박 대표는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는 ‘2016년 지역특화 콘텐츠 개발 지원 사업’에 지원했습니다. 지원 업체로 선정된 마로스튜디오는 더욱 과감하게 도전에 나섰습니다.
' 아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
박일호 대표는 애니메이션 제작 내공을 기반으로 K팝과 아이돌에 대해 많이 공부했습니다.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진 K팝일지라도 어떤 노래를 선정하고, 스토리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었죠.
“제작에 들어가기 전에 주 소비 타킷층을 정해야 한다. 내부적으로 많은 논의 끝에 애니메이션과 K팝에 관심이 많은 9세 여자 아이를 타깃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에 맞춰 아이들에게 교훈을 줄 수 있는 스토리로 구성했습니다. 더불어 성인이 보더라도 흥미진진하게 빠져들 수 있게 구성하여 애니메이션의 소비 연령층을 높여보자는 목표도 세웠습니다."
‘샤이닝스타’는 아이돌 연습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탄생했습니다. △친구들과 싸웠을 때 화해하는 방법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 △관계가 서툰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방법 등 아이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교훈적인 내용을 이야기 속에 녹여냈습니다. 또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과 흥미진진한 뒷이야기들을 담아 성인이 보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구성했습니다.
' 마로스튜디오 X 알파 X SM엔터테인먼트 '
국내 방송시장은 규모가 작아 애니메이션 방영만으로는 제작비를 충당하기 어렵습니다. 박일호 대표는 “이는 모든 애니메이션 회사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고민하는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마로스튜디오는 완구사업에서 해결책을 찾았습니다. 실제 많은 어린이용 애니메이션들이 방영 수익 외에 완구나 캐릭터 같은 2차·3차 연계 사업으로 부족한 제작비를 충당하며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다.
박일호 대표는 “처음부터 완구 판매를 염두해두고 있었다” 며 “중국의 토이회사인 알파와 ‘샤이닝스타’ 완구를 함께 만들기로 협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수익 모델을 세우고, 제작에 나선 박 대표는 ‘샤이닝스타’의 핵심 콘텐츠인 K팝을 위해 국내 최고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여기서 잠깐, 중국의 알파는? 중국의 디즈니로 불리는 종합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완구업체로 시작하여 현재 게임, 애니메이션 등 거대 기업으로 거듭난 기업입니다. '중국의 뽀로로'로 불리는 '시양양후이타이랑(喜洋洋灰太郞)'을 비롯해 다수의 인기 애니메이션을 보유 중인 기업입니다.
박일호 대표는 “K팝 애니메이션을 구상할 때부터 에스엠과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회사일 뿐 아니라 ‘소녀시대’와 ‘EXO’ 같은 최고의 아이돌 스타가 모여 있고, 세대를 아우르는 히트곡도 가장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일호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와과의 첫 만남에서 마로스튜디오가 그동안 준비한 트레일러를 보여주며, K팝 제작 협력을 요청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SM엔터테인먼트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이 왔습니다. 박일호 대표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한 순간이었다” 고 그때를 회상하며 말했습니다.
' 샤이닝스타에 숨을 불어넣다 '
마로스튜디오는 본격적으로 ‘샤이닝스타’ 제작에 돌입했습니다. 가장 먼저 애니메이션에 들어갈 노래를 선정했는데요. 먼저 에스엠으로부터 노래 후보 목록을 받았습니다. 이를 토대로 마로스튜디오는 애니메이션의 스토리와 분위기에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노래들을 골랐습니다. 이 목록을 토대로 다시 SM엔터테인먼트와과 회의를 거치며 최종적으로 노래를 확정했습니다. 에스엠의 노래를 사용하려면 곡 저작권자 모두에게 허락을 받아야 했는데, 한 곡당 많으면 저작권자가 13명이나 있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 과정을 SM엔터테인먼트가 담당해주었습니다.
이렇게 선정한 최종 곡은 TV애니메이션 기준 총 23곡인데요. 7월에 개봉한 극장판은 여기에 3곡을 더해 더욱 풍성하게 구성했습니다. 추가된 3곡은 보아의 <MY NAME>과 <MILKY WAY>, H.O.T의 <빛>입니다. K팝 애니메이션 ‘샤이닝스타’는 좋은 노래와 생동감 넘치는 안무로 보는 이들을 사로잡았습니다. 그 비밀은 애니메이션에 SM엔터테인먼트의 숨은 실력자들이 녹아 들어가 있기 때문인데요. 노래는 데뷔를 앞둔 SM의 연습생들이 직접 불렀으며, 안무는 SM 안무팀이 마로스튜디오가 제작한 모션캡쳐 장비를 착용하고 진행했습니다.
마로스튜디오는 에스엠안무팀의 모션캡처 데이터를 받은 뒤, 이를 토대로 초기 애니메이션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데이터를 가공할 때, 손가락과 얼굴 표정 같이 섬세한 움직임은 모두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처리해야 하는데요. 박 대표는 “보통 데이터를 받아 작업하는데 한 곡당 두 달가량이 걸린다”며 안무를 애니메이션으로 변환하는 작업의 어려움을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음원 작업과 안무, 애니메이팅 작업이 차례차례 진행되면서 최초의 K팝 애니메이션 ‘샤이닝스타’가 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제작까지 3년이 넘는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 극장판 샤이닝스타, 새로운 루나퀸의 탄생 '
‘샤이닝스타’는 2017년 10월 16일, 52부작으로 구성된 TV애니메이션으로 시청자들과 처음 만났습니다. MBC에서 방영을 시작한 ‘샤이닝스타’는 2018년 12월 3일 종영했고 지난 7월 18일에 개봉한 극장판은 TV애니메이션과 스토리라인이 비슷하면서도 다릅니다.
박일호 대표는 “극장판은 TV시리즈 주인공인 ‘나라’와 정반대 캐릭터인 ‘헤라’의 시점으로 구성되어 TV시리즈에서 미처 풀지 못했던 부분을 보여줄 것”이라며 “TV시리즈 속 인기 캐릭터인 헤라의 숨겨진 이야기는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다. 극장판은 이를 중심으로 구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극장판에는 또 다른 매력이 숨어있는데요. 무엇보다 안무나 간주 중간에 아이돌의 의상이 바뀌는 ‘의상체인지’ 부분을 대폭 수정해, 노래와 춤을 훨씬 더 생동감 넘치게 구성했습니다. 박 대표는 “제한적인 시간에 더 퀄리티 높은 작품을 선보이고자 ‘의상체인지’ 부분을 수정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극장판은 ‘카툰 렌더링’을 사용해 작업했는데요. 카툰 렌더링은 3D 그래픽을 이용해 만화의 느낌이 나도록 뚜렷한 외곽선, 극단적으로 단순화된 컬러와 그림자로 화면을 구성하는 기술입니다. 캐릭터도 더 정밀하고 세련되게 디자인했습니다.
' 해외로, 뮤지컬로, 샤이닝스타의 빛나는 무대가 열린다 '
‘샤이닝스타’의 TV시리즈가 올해 8월 중국 내 20개 채널에서 방영됐습니다. 박일호 대표에 따르면 10여 개국에서 TV시리즈 방영을 타진 중이라고 하는데요. 극장판 ‘샤이닝스타’는 우리나라에 이어 8월 2일 베트남에서 개봉했고, 중국에서는 9월 개봉 예정입니다. 최초 K팝 애니메이션 ‘샤이닝스타’는 아직 성공 유무를 말하기 어려운 단계입니다. 하지만 박일호 대표는 K팝 애니메이션을 성공적인 장르로 만들 생각이라고 합니다. 박 대표는 “중국 알파에서 만든 ‘샤이닝스타’ 완구가 곧 완성될 것”이라며 “출시되면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습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샤이닝스타’를 기반으로 하는 드라마와 뮤지컬도 만들 예정” 이라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K팝 애니메이션의 전망은 어떨까요? 박일호 대표는 “콘텐츠 소재인 K팝이 꾸준하게 발전하고 있다”며 “이미 동남아와 중남미 지역을 넘어 미국 본토와 유럽 주요국가에서도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이러한 대세에 맞춰 K팝 아티스트와 엔터테인먼트업계가 글로벌 빅마켓을 지향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K팝을 결합한 애니메이션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간다면, 한국 애니메이션에 새로운 영역을 구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장르로도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글 김태환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kimthin@mtn.co.kr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 정기간행물 "N콘텐츠 12호"에 게재된 글을 활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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