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1. 다양한 음악경연프로그램
음악경연프로그램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중국, 남미 여러 국가 등 여러 나라에서 방송되고 있습니다. 아이돌 가수를 포함한 기성가수들의 음악에 순위를 매기는 순위프로그램, 진짜 가수와 모창가수를 가리는 프로그램, 실력자와 음치를 가리는 프로그램, 일반인 참가자들이나 기획사 소속사 가수들이 경연을 벌이는 음악프로그램, 가수와 일반인이 한팀이 되어 다른 팀과 우승을 가리는 음악프로그램, 복면을 쓰고 정체를 숨긴 채 목소리만으로 경연하는 음악프로그램, 그리고 성악가, 뮤지컬 배우, 가수, 연극배우, 중학생 등이 참가하였고 최근에 종영한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팝페라 경연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여러 방송국에서 다양한 포맷으로 방송해 왔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국내 음악경연프로그램의 어제와 오늘을 통해 그 동안 음악경연프로그램이 어떻게 변화 및 진화되었는지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1980년대에는 지금처럼 음악관련 방송프로그램이 많지 않았던 가운데 지금의 <뮤직뱅크>의 전신인 KBS의 <가요 TOP 10(1981~1998)>이라는 프로그램은 거의 독보적이고 공식적인 음악경연프로그램이었습니다. 당시, 음악의 인기 척도는 흔히 ‘길보드차트’라고 불리던 거리 가판대에서 특정한 음악이 얼마나 많이 들리는가하는 것과 <가요 TOP 10>의 순위였습니다. 그만큼 공신력이 있는 음악방송프로그램이었습니다.지금은 음원으로 음악을 들어 인기곡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바뀌지만 당시에는 TAPE, LP, CD 판매량과 방송 및 라디오 리퀘스트 횟수로 순위를 정했기 때문에 순위가 급변하지 않았습니다. 1위가 10주 이상을 가기도 해서 상당히 오랫동안 인기곡을 향유할 수 있었습니다.
▲ 사진 2. 가요 TOP 10과 뮤직뱅크
이후 <가요 TOP 10>의 인기에 영향을 받아 MBC와 SBS도 각각 <쇼!음악중심>과 <인기가요>와 같은 유사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방송하였습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가장 인기있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아이돌 위주의 음악만 들을 수 있다는 단점도 있어 음악의 폭을 좁게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 사진 3. 쇼!음악중심과 인기가요
<가요 TOP 10>보다 더 일찍 시작한 음악경연프로그램으로는 <전국노래자랑>이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나라의 여러 지역을 매주 돌면서 일반인들이 노래실력을 자랑하는 것으로 현재까지 중장년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만 당대의 음악 트렌드를 알기보다는 옛날 트로트음악, 민요, 지나간 가요, 현재 유행하고 있는 곡 등 다양한 시대를 가로지르는 노래를 통해 서민의 정서를 반영하고 치열한 경쟁보다는 즐거운 잔치한마당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 사진 4. 전국노래자랑
위 두 개의 프로그램 이후 수많은 음악프로그램이 방영되었는데요. MBC<수요예술무대>, KBS<유희열의 스케치북(이전 방송들 포함)> 등은 심야시간에 방송되어 시청률은낮았지만 들을 수 있는 음악의 폭을 넓히는데 기여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프로그램들은 경연이 아닌 방송을 함으로써 국내외 음악성있는 뮤지션의 음악을 편안한 상태에서 보고 들을 수 있었습니다.
▲ 사진 5. 수요예술무대와 유희열의 스케치북
이후 많은 가수들이 음악만 하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음악프로그램에 예능프로그램의 색깔을 입힌 프로그램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다음과 같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구분 | 사례 |
가수 혹은 연예인 위주 노래 경연 | MBC<나는 가수다>, KBS<불후의 명곡>, <노래싸움-승부> |
가수와 일반인의 노래 경연 | MBC<듀엣 가요제>, SBS<판타스틱 듀오>, <신의 목소리> |
목소리만의 노래 경연 | Mnet<보이스 코리아>, MBC<복면가왕> |
가려내는 노래 경연 | Mnet<너의 목소리가 보여>, JTBC<히든싱어> |
발굴을 위한 경연 | SBS<K-POP STAR>, tvN<슈퍼스타 K>, JTBC <팬텀싱어> |
특정 장르 노래 경연 | Mnet<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
가수 혹은 연예인 위주 노래 경연의 경우 가수나 노래를 잘하는 연예인이 출연하여 노래를 하고 방청객 혹은 심사위원이 투표나 다양한 선정방식으로 최고 득점자를 뽑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의 장점은 음악순위프로그램과 달리 세대를 초월하고 수십년 지난 음악을 리메이크를 통해 다른 느낌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진행자와 패널들의 순발력과 재치있는 진행으로 유쾌하게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 사진 6.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노래싸움-승부
최근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방영된 독특한 음악경연프로그램으로는 가수와 일반인이 함께 팀을 이뤄 경쟁을 벌이는 쇼들이 있습니다. 위의 사례들이 그것들인데요. 일반인들 중 가수만큼 실력있는 사람들과 이미 노래로 정평이 나있는 가수들의 조화는 색다른 느낌을 전달하기도 하였습니다. 여기에 일반인 선정과정에서 보여 지는 일반인들의 다재다능한 재능과 유머러스한 모습은 프로그램을 유쾌하게 즐길 수 있게 하였습니다.
▲ 사진 7. 듀엣가요제, 판타스틱 듀오, 신의 목소리
목소리만의 노래 경연의 경우 비주얼 시대에 음악보다 얼굴이나 몸매가 먼저 눈에 띄므로 진정 음악을 즐길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외모를 보지 않고 오직 목소리만으로 실력자를 선정하는 방식입니다. <보이스 코리아>는 외국 프로그램의 포맷을 사서 한국식으로 변경한 것으로 별도로 어린이 프로그램도 만들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복면가왕>은 기성 가수나 연예인 혹은 스포츠맨이 복면을 쓰고 노래를 하는 것으로 역시 목소리에 집중하게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가면 속의 인물이 누굴까하는 궁금증을 유발하게 하여 그것을 맞추는 재미도 유발합니다.
▲ 사진 8. 보이스 코리아, 복면가왕
가려내는 노래 경연에 있어서 <너의 목소리가 보여>는 실력자와 음치를 가려내고, <히든싱어>는 진짜 가수와 모창자를 가려내는 프로그램입니다. 전자는 방청객과 시청자를 다양한 방법으로 속이면서 참가한 가수가 직접 누가 실력자인지를 찾아내는 과정에서 긴장감을 유발시킵니다. 후자는 진짜 가수와 거의 똑같은 목소리를 내는 모창자를 단계별로 뽑고 최종적으로 원곡을 부르는 가수를 선정하는 방식의 쇼로 역시 긴장감을 유발하는 재미를 줍니다.
▲ 사진 9. 너의 목소리가 보여, 히든싱어
발굴을 위한 경연의 경우 <K-POP STAR>는 기획사를 통해서가 아닌 경연을 통해서 아이돌 가수를 발굴하여 기획사에 소속하게 하여 트레이닝을 지속적으로 시키며, <슈퍼스타 K>는 무명이지만 실력있는 사람들을 발굴하여 후에 가수활동을 지원하며, 최근 종영한 <팬텀싱어>는 성악가, 뮤지컬 배우, 연극인, 잘 알려지지 않은 가수, 학생들 가운데 최종 4명으로 구성된 한팀을 선정하여 국내외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그 동안 경연프로그램의 노래가 가요나 팝 위주였던 반면, 이탈리아나 스페인, 그리고 국내 창작가요나 가곡을 팝페라로 편곡하여 많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줬다는 점, 그리고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특히 대중들에게 친근하지 않은 재야의 숨은 성악가들을 알리고 그들의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했다는 점 등이 다른 프로그램과의 차별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사진 10. K-POP STAR, SUPERSTAR-K, 팬텀싱어
특정 장르 노래 경연의 사례인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는 오래전부터 많이알려 졌지만 호불호가 나눠진 장르인 힙합을 소재로 경쟁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미 유명한 래퍼와 대중들에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래퍼들 사이에서 유명한 사람들이 디스전을 펼치면서 자작곡이나 기성곡의 향연을 펼치는 방식이었습니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게 되면서 힙합 전문쇼의 가능성을 열기도 했습니다.
▲ 사진 11.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
이러한 다채로운 음악경연프로그램이 정형화된 틀을 가지고 진화했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점을 찾아보면 첫째, 상당부분 음악프로그램의 예능화, 혹은 예능프로그램의 음악화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둘째, 경연이기 때문에 일종의 서바이벌 방식으로 긴장감을 매주 부여한다는 점입니다. 셋째, 감상할 수 있는 노래의 폭을 넓히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입니다. 넷째, 싱어의 폭을 넓혔다는 점입니다. 아이돌 가수에서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하는 가수로, 기성가수에서 일반인으로 그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진화의 과정이 언제나 매끄럽지만은 않습니다. ‘음악 경연프로그램에 참가자의 개인 스토리를 소개하여 동정심을 유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왜 음악에 등수를 매기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 ‘왜 편하게 쉬어야 할 휴일에 긴장감 가득한 경연프로그램을 방송하는가?’, ‘몇 번의 방송을 통해 특정 참여자의 팬덤이 형성되었다면 공정한 평가가 가능한 것인가?’, ‘사람마다 음악을 듣는 기준과 취향이 다른데 심사위원의 점수와 평가는 정당한 것이고 그것에 의존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음악이 예능이 되어가는 것이 옳은 일인가?’, ‘목소리보다 가면에 더 눈이 간다’, ‘음악경연프로그램이 다 비슷비슷하다’ 등의 댓글이나 후기는 지나칠 수만은 없는 지적이기도 합니다.
현재 소위 ‘틀면 나온다’는 방송에는 먹방, 쿡방이 있습니다. 처음에 이 방송들의 반응은 대단히 뜨거웠습니다만 지금은 마치 모든 미디어가 먹는 데만 집중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지요. 계속 맛있는 곳을 찾아다니거나 집에서 해먹어야 할 것 같은, 혹은 나도 꼭 요리를 잘해야 하는 압박감을 느끼게 될 지도 모릅니다. 시각적 소음이 발생하는 것은 아닐까요? 이처럼 음악에도 경연이라는 코드를 넣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중압감을 줄지도 모릅니다. 또한 경연의 결과가 항상 꽃길만 걷게 되지 않는 사례도 많이 보면서 그것보다는 예전 음악위주의 프로그램처럼 실력있는 싱어들이 자주 무대에 서서 감동적이고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기회를 더 주는 것이 장기적 시각에서 더 좋지 않나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한 출연자가 경연에 나가서 1등이나 2등을 했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설 무대도 많지 않았다고 하는 것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방송의 생리가 인기, 트렌드, 그리고 시청률에 좌우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제작자나 시청자가 win-win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해야하는 시점이 지금이 아닐까 합니다.
그 동안 정말 재미있는 음악경연프로그램을 봐왔기 때문에 앞으로 또 어떤 쇼들이 등장할지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특히 비교와 경쟁을 좋아하는 민족성을 가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음악경연프로그램은 상당히 적절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음악과 경연의 적절한 조화입니다. 어느 것 하나에 무게중심이 쏠리면 반쪽짜리 프로그램일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하나 제안하자면 1년 동안 뮤지션들이 출연하여 자신들의 음악을 들려주고 1년 후에 가장 인상 깊었던 노래나 공연을 선정하여 라이버 공연 무대에 올리는 방식입니다. 그러면 시청자들은 1년 동안 경쟁이 아닌 편안한 마음으로 음악을 즐기고 후에 다시 좋은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이점과 방송과 라이브 공연을 결합이라는 색다른 조합도 즐길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시청률과 음악다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조화된 방송을 기대해봅니다.
ⓒ 사진 출처
사진 1~11. KBS, MBC, SBS, Mnet, JTBC 음악프로그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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