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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KOCCA 행사

12월의 콘텐츠 인사이트 <착한 디자인, 세상을 바꾸다>

by KOCCA 2014. 12. 22.



지난 12월 17일 저녁, 콘텐츠코리아랩(이하 CKL)에서는 올해의 마지막 콘텐츠 인사이트가 열렸는데요. 이번 달 콘텐츠 인사이트의 주제는 <착한 디자인, 세상을 바꾸다>였습니다. 


*콘텐츠 인사이트 : 연령·창업 경험 등 비슷한 경력을 가진 두 사람의 만남을 통해 단순 Insight가 비즈니스 모델로 변하는 과정에 대한 자세한 스토리를 직접 만나볼 수 있는 한국 콘텐츠 아카데미 (edu.kocca.or.kr)의 교육과정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강점과 전략으로 특색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있는 연사들과의 소통의 장이기도 합니다. 매월 1회씩 개최되고 있습니다. 교육비는 무료이며 한국 콘텐츠 아카데미 홈페이지에서 매달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습니다.




이번 콘텐츠 인사이트는 구본호 티엘갤러리 관장과 강효진 서울시 디자인개발팀장이 연사로 초청되었습니다. 두 연사는 '착한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공간을 재탄생시킨' 사례에 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공유했는데요. 구본호 관장은 부산시의 버려진 공간들을 소통의 공간으로 바꾸어 놓은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강효진 팀장은 재개발 결정으로 더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서울시 마포구 염리동의 범죄율을 낮추기 위한 프로젝트'에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해주었습니다.



▲ 사진1 구본호 관장, 강효진 팀장의 약력



먼저 마이크를 잡은 구본호 관장은 부산의 버려진 공간들이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을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상세히 들려주었습니다. 유명한 부산 관광지로도 거듭난 감천문화마을, 비석마을, 문현안동네, 고샅길 프로젝트 등 다양한 장소들이 재탄생되는 과정과 그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 사진2 구본호 관장



구본호 관장은 마을, 그리고 도시를 위한 디자인에서 그 지역의 '스토리'를 발견하는 것을 특히 강조했는데요. 마을 만들기 초기 단계에 그 마을에 대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연구하여, 마을의 정체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프로그램은 그 마을 자체 내에서 먼저 활발해져야 효과적인 디자인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하였습니다. 



▲ 사진3 강효진 팀장과 경청하는 청중



특별히 '고샅길 프로젝트' 시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쉼터를 설치하기 위해 주민 설명회를 거쳐 조감도를 보여주었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사전 동의를 구하고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데크를 설치하는 데 많은 불만이 접수되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모이면서 발생하는 소음, 쓰레기 투기, 미래의 잠재적 범죄가 그 이유였습니다. 상황이 점점 악화되어 원상태의 복구도 고려하였으나, 많은 사항을 고민한 끝에 결국에는 합의점을 찾아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공공 디자인에서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점은 그 마을이 지속해서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거주하고 있는 지역민들이 먼저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령 지역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를 찾는다거나, 지역민에게 불편한 통행시설이나 안전하지 않은 곳은 없는지, 아니면 '고샅길 프로젝트'와 같이 '마을 지도'를 그려보는 것도 좋은 시도라고 합니다. 구본호 관장은 무엇보다 지역민이 마을에 대한 주인의식과 참여정신을 갖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 사진4 염리동 소금길 지도



강효진 팀장은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며 그것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착한 디자인'을 만드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염리동 소금마을 프로젝트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제를 디자인을 통하여 융합적으로 풀어낼 수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 디자인 프로젝트였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CCTV라는 방법 외에 다른 범죄예방 방법에 무지한 경우가 많습니다. 강효진 팀장은 그 해결책을 마을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찾고자 했습니다. 마을 공동체 구성원과 수상한 외부인을 가려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는 따뜻한 관심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염리동은 재건축이 유보되면서 사람들의 손길이 끊기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후 동네는 낙후되었고, 점차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오기를 '무서워'하는 동네로 변하였습니다. 이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오게 만들 것인지 고민하다가,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운동할 수 있는' 길로 해결방안을 이끌어냈습니다. 사각지대를 연결하는 루트를 만들고, 비상시에 신고하기 용이하도록 길마다 번호를 만들거나 지킴이 집을 운영하는 등 여러가지 방안이 마련되었습니다.


'하루를 살아도 사람답게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가장 감동적이었다는 강효진 팀장은 동네에서 '사람들의 관계'를 지속시키고 그 속에서 관심을 키우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며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두 연사의 이야기가 끝나고, 현장에 참가한 청중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져봤는데요. 질문자에게는 연사가 추천하는 책을 선물로 증정했습니다.



Q1. 디자인 분야는 추상적인 면도 강하기 때문에 디자인 결과물에 대한 반응이 수용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면서 예상치 못했던 반응도 많을 텐데요. 그런 면에서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어떤 것인가요?


구본호 관장: 고샅길 프로젝트의 데크를 만드는 사례가 바로 그런 경우였습니다. 실제로 1년이 넘도록 열심히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일어날 일에 관해 가능성을 예측하지 못했던 점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실제 현장의 거주민이 아니므로 정확한 반응을 예측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노인정을 먼저 찾아가 그곳의 어르신들과 친분을 쌓으려 노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장소에 대한 역사적, 문화적 스토리를 듣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스토리를 바탕으로 디자인을 공간에 적용할 때 가장 효과적인 디자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효진 팀장 : 언제나 수용자의 니즈를 찾는 것이 제일 어려운 것 같습니다. 대상자를 배려해서 디자인을 한다는 것은, 그 대상자의 심리를 정확히 관찰하지 않는 이상 몹시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한 번은 신발장 냄새를 방지하기 위해 살짝 틈을 남겨 신발장 문을 만든 적이 있는데, 한 아이가 그걸 보고 문을 자꾸 당겨서 틈을 메우려고 하더군요. 우리 입장에서는 그것이 너무 당연하고, 효과적인 디자인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아이에게는 그 틈이 어색하게 느껴졌던 것입니다. 



▲ 사진5 질의응답 현장



Q2. 요즘 인문학이 대세인데, 어떻게 디자인이 인문학을 담을 수 있을까요? 도시공간 디자인에 인문학이 담긴다면, 사람들이 좀 더 타인을 배려하게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디자인과 인문학의 결합이 가능할까요?


구본호 관장 : 현대 디자인에서, 특히 마을과 관련된 공공 디자인에서는 인문학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사실 인문학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을이 가진 '스토리'를 찾아내는 것 자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모든 지역은 그 지역이 가진 장소적 특징과 역사적 문화가 있습니다. 이것들은 사람들을 통해 모두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에 대한 스토리를 찾으려 하는 것보다는, 그저 외부 사람들의 유입만을 늘리려고 시도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그저 '인증사진'을 남길 수 있는 특징적인 장소에 집중하는 것보다, 그 마을에 방문하여 느낄 수 있는 그 마을만이 가진 특징과 스토리를 찾아내려고 하는 것이 바로 인문학을 결합하려는 디자인적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강효진 팀장 : 저는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서 '인문학'이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봅니다. 어떤 전공이라도 한 분야만 알아서는 사람들의 관계, 그 사이의 맥락을 이해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관찰, 그리고 그런 내용을 담은 디자인이 인문학을 담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점도 제대로 볼 수 있고, 해결방안도 좀 더 유의미한 방향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 사진6 질의응답 시간



Q3. 이번 과정이 올해 콘텐츠 인사이트의 마지막 회차인데요.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합니다.


강효진 팀장 : CCTV를 아무리 많이 설치한다고 해도, 애초에 감시가 목적이기 때문에 결국엔 사람들의 경계심을 초래하는 원인이 됩니다. 그보다는 같은 공동체로서 서로서로 봐주는 눈, 그 관계로 범죄예방의 해결책을 이끌어내려고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그것이 정말 지속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본호 관장 : 마을 디자인, 도시 디자인에서는 그 속에서 일어나는 관계가 그 마을과 도시를 좋게 형성하는 요인이 됩니다. 마을과 도시를 개선하려는 시도가 공동체 자체 내에서 일어나야 그 기세가 계속되어 활로가 개척되고 활성화됩니다. 흔히 공공미술, 마을 디자인은 대부분 외부의 지원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지역주민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도 많게 됩니다. 하지만 산복도로 르네상스 등 성공한 공공 디자인의 사례를 보면 모두가 공통으로 마을 자체 내에서 일어났던 시도가 디자인 과정에서 영향력을 많이 끼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강효진 팀장님과 마찬가지로 저 또한 마을 내부의 관계에 주목하는 디자인이 좋은 공공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로써 올해 마지막 콘텐츠 인사이트가 성공리에 끝났습니다. 회차마다 알찬 내용으로 많은 이의 공감을 일으킨 2014 콘텐츠 인사이트. 다가올 2015년에도 더욱 풍성하고 알찬 내용으로 콘텐츠 인사이트가 여러분께 찾아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새해에 만나게 될 콘텐츠 인사이트를 기대해 보며, 2014년 마지막 콘텐츠 인사이트를 마무리합니다. 



ⓒ 사진 출처

- 사진1 한국 콘텐츠 아카데미

- 사진2~4 직접 촬영

- 사진5 서울시 공식 블로그

- 사진 6~8 직접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