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영화 등 많은 콘텐츠 장르에서 ‘여성 캐릭터’는 중요한 상징성을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여성캐릭터가 반드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상대적으로 여성은 서사 장르에서 문제의 캐릭터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죠.
오늘은 다양한 콘텐츠 장르에서 다뤄지는 수많은 여성상 중 ‘어머니’를 다뤄볼까 합니다. ‘어머니’ 하면 역시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모성’이죠. ‘모성’에 관해서는 다양한 학문적 논쟁이 있지만 이런 논쟁들은 기본적으로 인간과 어머니가 긴밀한 관계에 놓여 있다는 것을 바탕에 두고 논리를 전개합니다. 아이는 어머니로부터 다수의 영향을 받으면서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이 ‘다수의 영향’이라는 것인데, 아이가 어떤 영향을 받느냐에 따라 다양한 방면으로 발달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인간을 다루는 콘텐츠 장르에선 이 모성에 굉장히 관심이 많습니다. 영화 속, 조금은 '특별한' 어머니들을 만나러 가볼까요?
▲ 영상1 영화 '마더' 예고편
가장 먼저 만나 볼 어머니는 영화 ‘마더’의 어머니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마더'는 어머니가 아이에게 집착하고 비정상적으로 극진한 모성애가 '살인'이라는 끔찍한 상황까지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줄거리를 채택하고 있죠.
▲ 사진2 영화 '마더' 스틸컷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영화에서 배우 김혜자가 연기한 어머니는 다소 괴기스럽기까지 합니다. 처음부터 아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지켜보고 집착하는 성향을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아들의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 피해자의 장례식에 찾아가기도 합니다. 심지어 스크린 안에서 비옷을 입고 형사의 집 앞에서 기다리는 등 어찌 보면 흔하게 공포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살인자의 형상을 닮아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크게 성장한 모정은 우리가 알고 있는 따뜻하고 온화한 모성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띠고 있습니다. 내면에 숨겨져 있던 더 본능적이고 잔인한 면이 튀어나오는 것인데, 인간의 짐승성이라고 할까요? 조금 더 직접 표현해보면 이성보다는 본능에 의존하는 동물적 성격이 강해지는 것이라 할 수 있겠네요.
영화에서 이런 비정상적인 모성이 극단적으로 발휘되는 부분이 ‘살인’입니다. ‘마더’에서 어머니는 결국 아들이 범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사람을 죽입니다. 이런 줄거리를 선택한 이유는 어머니의 단순한 죄책감이나 어떤 죄의식에 관련된 부분이 아닌 '아들을 위해서, 내 아들이니까'라는 거대한 모정이 비정상적으로 발현되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 것 같습니다. 이런 장면을 보면 과연 저 ‘살인’이 진짜 어머니의 사랑인가? 에 대한 논의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사랑으로 인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 영상1 영화 '피에타' 예고편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도 이런 비상식적인 모성, 특히 여성의 이중적 모성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조민수가 연기한 ‘어머니’는 감히 말하건대 콘텐츠 역사상 가장 문제의 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사진3 영화 '피에타' 스틸컷
일단 이곳에서 ‘어머니’는 생물학적 어머니가 아니고 아들과의 관계 역시 ‘복수’를 위해 형성된 것입니다. 자기 아들, 즉 생물학적 아들이 주인공에게 죽게 되자 그 복수를 위해 접근해 어머니인 척하는 내용이 큰 줄기인데 그 ‘척’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분명 그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기 위해 시작한 일인데 어느새 그 사람의 진짜 어머니가 되어버리는 이중적인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죠.
영화에서는 모성의 이중성을 정공법으로 다루고 있는데 그 장면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조민수의 대사가 있죠. '상구야 미안해. 이럴 마음이 아니었는데. 놈도 불쌍해. 강도도 불쌍해.' 라는 말을 통해서 관객이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줄 포인트를 정확하게 제시합니다. 요컨대 이 어머니라는 존재가 자신의 복수에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엄청난 틈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덧붙이자면 주인공에게 가장 큰 고통을 제공하기 위해서 그의 어머니인 ‘척’을 했습니다만 그 ‘어머니’가 모성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자신을 통제하는 것에 실패한 것이죠.
앞서 언급한 마더의 어머니와 같이 이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모성 역시 비정상적입니다. 좋고 나쁘고의 문제를 떠나서 원수에게 품은 모정을 정상의 범주 안에 집어넣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영상3 영화 '케빈에 대하여' 예고편
마지막으로 만나볼 어머니는 ‘케빈에 대하여’ 속 어머니입니다. 린 램지 감독의 '케빈에 대해여'에서는 모성이라는 것을 캐릭터의 성격으로 활용하기보다는 영화의 '메시지'로 사용합니다.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를 성찰하고 '케빈’이 과연 '어머니 때문에 범죄자로 성장한 것일까'라는 고민을 품고 있기 때문이죠.
▲ 사진3 영화 '케빈에 대하여' 스틸컷
물론 이 영화는 해석에 따라 아이가 원래 그렇게 태어났다는 식의 풀이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간중간 비치는 영화의 장면은 아이의 선천적인 문제를 빼놓고 봐도 부모가 될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이 부모가 되어서 생기는 문제를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케빈에 대하여’ 에서는 어머니가 자신을 챙기느라 아이를 돌보지 않거나 아이에게 짜증 내는 것을 상징적으로 혹은 대놓고 보여주는 장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과연 모성이 '타고나는 것인가 학습된 것인가'에 대한 논쟁도 이루어질 수 있겠죠.
어머니라는 존재는 특별합니다. 누구나 있지만, 누구에게도 같은 사람은 없죠. 형제라고 해도 어머니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니까요. 어쩌면 그래서 영화 속에서 계속 '모성'을 고민하고 그와 관련된 캐릭터들이 탄생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만나 본 세 편은 '모성'이라는 키워드 속에서도 좀 특별한 어머니들입니다. 여러분이 영화에서 보셨던 가장 인상 깊었던 모성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 사진 및 영상 출처
- 표지 '마더' 공식 스틸컷
- 사진1 '마더' 공식 스틸컷
- 사진2 '피에타' 공식 스틸컷
- 사진3 '케빈에 대하여' 공식 스틸컷
- 영상1 '마더' 공식 홈페이지
- 영상2 김기덕 필름
- 영상3 '케빈에 대하여'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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