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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이면서 사업자인 기업가형 음악가

by KOCCA 2022. 10. 27.

여러분은 음악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대중들에게 보이는지 과정을 알고 계신가요?? 작곡, 작사, 믹싱 등을 통해 하나의 음악이 만들어지고 소속사를 통해 음악을 발매하는 과정이죠!

 

오늘은 이런 과정들을 혼자만의 힘으로 제작, 홍보, 마케팅을 진행하는 기업가형 음악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 기업가형 음악가의 의미

기업가형 음악가라는 표현은 주로 Musician Entrepreneur의 번역에서 유래했습니다. 그런데 해외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이 개념이 통용되고 있었습니다. 관련해서는 글로벌 음악 비즈니스 마켓인 MIDEM(Marché International du Disque et de l'Edition Musicale)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MIDEM에서는 공연과 포럼, 네트워킹 및 비즈니스 미팅 등이 종합적으로 진행됩니다. 그런데 2017년에 개최된 MIDEM의 포럼에서 기업가형 음악가와 유사한 개념이 소개되었습니다. 포럼에서는 디지털 시대의 음악 마케팅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는데, 다루어진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인디 음악가가 직접 자신의 음악을 마케팅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이미 대형 매체나 플랫폼에 대한 의존 없이 음악가가 자신의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음악을 알릴, 또한 자신의 이미지 메이킹 방식 등을 스스로 기획해 제시할 기반이 마련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이후 스포티파이나 멜론과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들은 뮤지션이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창구를 선보였습니다.

출처 : (좌) 스포티파이 (우) 멜론

기업가형 음악가에 대해 다양한 정의가 가능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독립성을 가지고 음악사업을 스스로 운영하며 자신만의 브랜드를 직접 구축하는 뮤지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1인 기업 혹은 1인 레이블인 셈입니다. 과거의 1인 레이블은 소속된 음악가는 1명이지만 별도의 직원들이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시점에 언급되는 1인 레이블은 정말 1인이 혼자 레이블을 꾸려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개인이 레이블의 기능과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1인 레이블, 즉 기업가형 음악가는 내부적으로 기획, 일정 관리, 재무 업무를 해 내야 하고, 홍보, 제안, 제작과 같은 대외 업무도 진행해야 합니다. 제작에는 음반 제작, 그리고 공연을 비롯한 온오프라인 콘텐츠 제작이 모두 포함됩니다. 이러한 작업을 성공적으로 해 내는 기업가형 음악가들이 나타나고 있고,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부 언론은 이들을 ‘인디 중산층’이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 “디지털 음원 판매 수익으로 월 200만 원 이상을 버는 이들인데, 이 기사에 소개된 뮤지션들 중 다수는 스스로 공연을 기획하고 개최하는 동시에 CD나 굿즈(goods)까지 직접 제작해 판매했습니다. 이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성공적으로 수익을 발생시킵니다. 막대한 부를 얻는 것까지는 못되어도, 최소한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 작업을 꾸준히 지속할 수 있을 정도의 금전적 동력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 기업가형 음악가의 발생

한국에서도 기업가형 음악가로 활동하는 뮤지션이 점차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혼자서도 발전 혹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고 느끼면서 성과 또한 성공적이라고 판단하는 음악가는 기획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이들은 필요할 때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만 외부와 협업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판단에 근거해 행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비즈니스 환경이 달라졌습니다. 달리 말하면, 개인 단위에서 사업을 진행할 때 편의성을 제고할 수 있는 여건들이 조성되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음악가가 직접 유통사에 유통 내용을 문의하기 쉬워졌다는 점입니다. 유통사에 대한 정보는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고, 또 다수의 유통사가 SNS 채널이나 홈페이지 등 공식적 접점을 두고 있습니다. 개인이 좋은 음악을 지니고 있고 그것을 유통하기 원한다고 생각하면 곧바로 직접 유통사를 찾아 제안을 할 수 있습니다. 음악가가 유통을 시도하는 것 자체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어든 것입니다. 또 부가적 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이전에 비해 쉬워졌습니다. 예를 들어 굿즈를 제작하는 경우, 디자인을 제공하면 소량이라도 제작해 주는 업체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고, 포털 등을 활용하면 판매 또한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출처:클립아트코리아

물론 환경 변화만이 유일한 영향요인은 아닙니다. 자신만의 창의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것을 사업으로 구체화하는 감각을 함께 가진 개인들 또한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업가형 음악가는 음악을 만들면서 그것을 판촉 하기 위한 기획을 스스로 진행하는데, 예를 들어 믹싱과 마스터링뿐 아니라 활용하는 이미지를 직접 제작하기도 합니다. 또한 SNS를 통해 자신의 채널을 운영하며 브이로그나 홍보용 콘텐츠를 만들고, 라이브 방송을 통해 팬들과 소통합니다. 직접 대관하고 티켓을 오픈하여 공연을 열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들을 모두 진행하기 위해서는 음악을 만드는 능력 이외의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필요합니다. 특히 타인과의 소통 능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여기에는 개인과 개인 간 소통뿐 아니라 문서 등을 통한 공식적 소통도 포함됩니다. 후자를 위해서는 어떻게 매력 있는 음악을 구성하겠다는 것을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획력이 필요하고, 더 세부적으로는 기업이나 공적 기관 등에서 활용되는 문서 양식을 파악하는 것이나 그 양식에 적절하게 내용을 구성하는 문서 작성 능력도 필요합니다. 자비로 기본적 활동을 하는 만큼, 경제적인 감각도 당연히 필요합니다.

 

다만 모든 부문에 대한 개인의 역량이 뛰어나다고 해도, 구체적인 과정들을 처음 진행하는 상황에는 불확실성과 부담을 경험합니다. 시간을 들여 이런 경험과 시행착오를 경험한 기업형 음악가들은 자신의 장단점과 진행 시의 위험요소 등을 판단할 수 있게 되고, 혼자 진행할 수 있는 부분과 협업이 필요한 부분을 구분할 수 있게 됩니다.


■ 기업가형 음악가가 원하는 협업

기업가형 음악가가 처음부터 협업에 부정적이거나 그 과정을 최소화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도 역량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 혹은 구체적 도움을 받고 싶은 부분을 발견합니다. 그런데 기존의 전통적 기획사는 아직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작업하던 방식이 관성적으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고, 그런 부분 때문에 기업가형 음악가와 기획사 간 협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기업과 개인 간 협상에서는 대부분 기업이 협상력에서 우위를 점합니다. 개인의 세밀한 수요보다는 기업의 방식이 더 강조되는 것입니다. 개인 입장에서는 기존의 전통적 기획사들이 소소한 몇 가지 부분만을 도와주고 오히려 양보해 주었으면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측면에서, 음악은 개성과 연결되어 창조성을 발휘하는 영역이며 따라서 음악가마다 그 부분에 대해 설정한 목표와 방향성이 모두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음악가가 원하는 지원이 이런 부분으로만 집중된다면 기획사 입장에서는 그 세부적인 내용들을 모두 파악해 지원하는 것이 극히 어려워집니다. 기획사가 음악가를 완전히 이해하고 최적화된 지원을 하면서 함께 창조성과 수익성의 성장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 이런 협업이 이루어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결국 음악가 개인은 기획사가 경직되어 있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자신의 성장 방향과 목표, 활용하고 싶은 이미지가 뚜렷한 음악가라면, 협상 과정에서 기획사가 자신을 회사의 비전, 방향, 목표 등에 가두려 한다는 인상을 받기 쉽습니다. 이런 부분에 부담을 느끼는 음악가들은 더 고생을 하더라도 음악을 창작하고 유통하는 모든 과정을 직접 진행하려 합니다.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물론 기업가형 음악가가 영원히 파트너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업가형 음악가로 활동하는 가운데 어떤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는 시기, 혹은 기업가형 음악가로서 사업의 방식이나 규모 등에 한계를 느끼는 시기 등에는 협업할 대상이 필요합니다. 기업가형 음악가들이 자신의 일을 돕는 파트너를 원활히 잘 찾게 된다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문제는 이 부분에서도 기업가형 음악가의 수요가 모두 제각각이라는 것입니다. 어떤 음악가는 해외 매체에 홍보되거나 방송에 출연하는 것, 즉 특정 부문에 대한 지원을 원합니다. 또 어떤 음악가는 개인적 도움만을 원합니다. 예를 들면 스케줄 진행 시 운전을 해 줄 로드매니저만을, 혹은 섭외와 일정을 관리해 줄 매니저만을 원하는 것입니다. , 음악가 각자의 상황이나 성장하고 싶은 모습에 따라 그 필요의 내용이 크게 달라지는 것입니다.


■ 기업가형 음악가에게 필요한 지원

기업가형 음악가는 많은 경우에 자신의 활동을 스스로 진행할 수 있고, 그런 만큼 자신이 정확히 어떤 부분에서 도움이 필요한지도 대부분 잘 아는 편입니다. 때문에 다소 모호한 표현이지만, 기업가형 음악가들은 ‘필요할 때, 필요한 부분’을 맡길 수 있는 파트너를 원합니다. 최근 이런 세밀한 수요에 밀착된 지원을 시도하는 에이전시의 개념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레이블, 퍼블리셔 매니지먼트, 공연 프로모터들이 제공해오던 서비스를 뮤지션이 원하는 옵션에 맞춰 디지털 테크놀로지 기반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아티스트 & 레이블 서비스(Artist & Label Service)’를 표방하는 기업 사례도 있습니다. 이 서비스는 기업가형 뮤지션들이 창작 외에 직접 해야 하는 많은 일들, 즉 피지컬 음반 발매, 로열티 정산, 팬 마케팅, 퍼블리싱, 펀딩, 투자, 홍보 마케팅 프로모션 등을 디지털 음원 발매를 바탕으로 지원한다고 합니다. 위 사례와 유사하게, 기업가형 음악가에게 일종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서비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업가형 음악가와 솔루션 기업 간의 관계 설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성의 유지 여부는 어쩌면 매우 소소한 부분에서 결정됩니다.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예를 들면, 음악을 비롯한 창작자들의 생활 패턴은 일반 직장인의 생활 패턴과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서로가 소통하기 편한 시간이 어긋날 수 있고, 업무의 양이나 강도보다도 이런 부분 때문에 양자 간 업무와 사적 영역의 경계가 무너지는 빈도가 높습니다. 그러므로 서로에 대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기업가형 음악가는 다른 이들과의 소통을 위해 자신의 일정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하고, 협업하는 기업은 이들의 생활 패턴을 충분히 이해하고 소통에 임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가형 음악가는 창작자이면서 사업자이기 때문에 두 가지 역할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합니다. 창작, 유통, 홍보에 애정을 가지고 임해야 하고, 동시에 외부자의 관점에서 전반적 과정과 결과를 평가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업가형 음악가는 작업 처리의 방식이나 과정과 같은 부분보다도, 자신이 해야 하는 역할들을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내적 기준을 마련함에 있어 협업하는 기업의 도움을 바랄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 발생하고 있는 에이전시들이 기업가형 음악가에게 이런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 기업가형 음악가가 한국 음악산업에서 가지는 의미, 향후 전망

당분간 기업가형 음악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들 각각의 사업 현황이나 수익 정도 등을 빠르게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기업가형 음악가 중에서 성공적으로 규모를 확대한 사례가 등장하고 그에 대한 주목과 사례 연구 등이 이루어진다면, 그 이후 본격적으로 기업가형 음악가에 대한 분석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가장 일반적인 관점에서, 기업가형 음악가는 음악산업 내의 다양성을 높이는 부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음악산업에서는 K-POP의 비중이 크고 강세 또한 뚜렷합니다. 다만 그 이외의 음악을 원하는 이들도 존재하며, 기업가형 음악가는 이런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콘텐츠와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K-POP 기획사들에게는 기업가형 음악가의 성장과 행보가 하나의 힌트를 제공해 줄 수도 있다고 판단됩니다.

 

결국 많은 기업가형 음악가들이 한국 음악산업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만으로도 많은 음악가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음악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얻었다는 비전과 가능성을 제시하는,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1 음악 산업백서에 게재된 글을 활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