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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스토리

곧 당신의 노래로 다가갑니다! 장형윤 감독의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by KOCCA 2014. 2. 10.



벌써 새해의 첫 번째 달이 지나고 곧 있으면 봄철과 새 학기가 시작되는 2월이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 이 순간을 지난 몇 년간 기다려왔는데, 바로 오랫동안 기다린 작품 하나가 곧 개봉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라는 애니메이션인데요, 작품 개봉에 맞춰서 이 작품을 만드신 장형윤 감독을 만나서 작품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왔습니다.





◎ 장형윤 감독은 누구?

사진1 장형윤 감독


장형윤이라는 이름은 한국 애니메이션, 특히 한국 독립단편 애니메이션에 조금이라도 일가견이 있으시다면 한 번쯤은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출신이고 <어쩌면 나는 장님인지도 모른다>를 시작으로 <Tea Time>, <편지> 등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아빠가 필요해>, <무림일검의 사생활> 등을 내놓으며 한국 독립애니메이션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감독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장형윤 감독의 작품세계는 어딘가 어설퍼 보이는 그림과 내용에 잔잔한 분위기와 달콤한 사랑이야기, 그리고 거기에 더해진 예측할 수 없는 개그감각을 가진 것이 특징인데요. 2009년 나온 <내 친구 고라니> 이후 본격적인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에 들어간 장형윤 감독은 5년이라는 인고의 시간 끝에 드디어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를 내놓게 되었습니다.


▲ 사진2 지금이 아니면 안돼 스튜디오 전경


장형윤 감독의 제작 스튜디오는 이름이 상당히 특이한데요, 바로 <지금이 아니면 안돼> 입니다. 이름이 상당히 특이하죠? 저도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제작 스튜디오 이름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이름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놀라운 건 이 이름이 원래 조금 더 길다는 건데, 원래는 "지금 아니면 안 돼. 나중엔 너도 나도 변할 테니까. 사랑도 음악도 시도 영화도 지금이 아니면 안 돼" 입니다. 정말 낭만적이지 않나요? 장 감독께서 시적 감수성이 엄청나게 풍부했던 시절 스스로 지으신 글이라고 하는데, 상호로서는 너무 길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줄였다는 후문입니다. 그래도 스튜디오 이름이 주는 느낌은 많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스튜디오에는 장형윤 감독 말고도 <도시에서 그녀가 피할 수 없는 것들>, <낙타들>로 알려진 박지연 감독도 계시는데요, 이번 작품에서는 조감독을 맡아 주셨다고 합니다.




◎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는 어떤 작품?

▲ 사진3 일호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게 된 경천

 
<줄거리>
 음악가를 꿈꾸는 평범한 대학생 경천은 삶과 음악, 사랑 모든 것이 잘 풀리지 않는다. 결국, 마음을 잃어버리고만 경천은 어느 날 알 수 없는 힘 때문에 얼룩소로 변해버리고 말고 그 이후 마음을 잃고 동물이 된 인간을 노리는 '오사장'과 '소각자'에 의해 쫓겨 다니는 신세가 된다. 그런데 저 먼 우주에서 수명이 다해 지구와 교신이 끊긴 채 홀로 떠돌던 우리별 1호는 경천이 부르던 노래를 듣고 노래를 부른 사람을 찾아 지상으로 내려오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휴지가 된 마법사 '멀린'이 부린 마법에 의해 우연히 여자의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그렇게 얼룩소가 된 경천과 사람이 된 인공위성 일호가 만나게 되고 경천과 일호, 멀린 등의 이상한 동거가 시작된다. 과연 경천은 일호의 도움으로 잃어버린 마음을 되찾고 다시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는 마음을 잃고 얼룩소가 된 음악가 지망생 경천과 사람으로 변한 인공위성 일호 사이의 기묘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애니메이션입니다. 작품이 판타지를 표방하고 있지만, 로맨스도 있고, 배경이 지금의 우리나라이며 우리 청년들의 모습도 엿볼 수 있는 작품이기에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충분히 좋아할 만한 작품입니다. 특히 기묘한 두 존재 간의 사랑 이야기라는 소재는 장형윤 감독의 전작 <Tea Time>에서 등장한 머리가 부서진 사내와 날개 달린 여자, 또는 <무림일검의 사생활>에서 등장한 엉뚱한 대학생 혜미와 자판기 무사 진영영 커플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그 외에도 장형윤 감독의 이전 작품에서 보였던 여러 가지 요소들을 볼 수 있어, 장형윤 감독의 팬이라면 더더욱 재미있게 보실 수 있는 작품입니다. 또한, 이 작품에 배우 유아인 씨와 정유미 씨가 각각 주인공 경천과 일호 역을 맡아주셨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 사진4 지난 1월 27일 CGV 왕십리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에 나타난 장형윤 감독과 정유미, 유아인 씨

 

 
◎ 장형윤 감독과의 인터뷰

1. 이야기의 구상
  
Q)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가 마음을 잃어버린 주인공과 사람으로 변한 인공위성 사이의 사랑이라는 특이한 소재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생각하시게 된 계기나 생각의 흐름 같은 게 있었나요?
 
A) 처음에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가 얼룩소라는 이야기였어요. 주인공은 지하철에서 음악을 하는 남자인데 아주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그 여자를 쫓아가서 자기와 사귀자고 했더니 여자가 자기는 이상한 여자인데 괜찮으냐고 물어봐요. 남자는 여자가 아주 예쁘니까 그래도 괜찮다고 해서 같이 사귀게 되었는데 이 여자가 밤 12시가 되기 전에 사라지는 거예요. 그래서 어느 날 여자를 쫓아갔더니 밤마다 얼룩소로 변하는 거예요.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여자가 밤에 얼룩소로 변해서 풀을 뜯어 먹을 때 옆에서 첼로를 켜 준다는 이야기였어요. 그런데 그걸로는 이야기가 너무 짧다고 해서 그다음 버전에서는 대관령에서 얼룩소인 여자가 살고 있고, 무슨 축제 같은 데서 남자를 한번 보고 반해서 서울까지 쫓아가고 그런 내용이 추가되었죠.
 
Q) 제가 2008년에 <SBS 애니갤러리>에서 감독님 인터뷰를 봤을 때는 발레를 하는 얼룩소가 나오는 작품이라는 얘기를 해주셨는데요. 그런 여러 가지 이야기가 그때만 해도 혼재되어 있었던 거군요?
 
A) 네. 그걸 계속 바꾸고 또 바꾸고…. 어떤 소재로 만들어야 투자가 더 될까 그런 생각도 있었고요. 기획서를 여러 번 바꿔서 낼 때마다 거의 (지원이나 투자 선정이) 안 되었어요. 그러다 나중에 지원을 받게 된 버전이 현재의 내용인 거죠.
 
Q) 처음에 <원스> 같은 음악영화를 생각하고 만드셨다고 하셨는데 여기에 하필 얼룩소라던가 이런 게 들어간 계기는 없고 그냥 어느 순간 반짝 생각해서 들어갔다든지 그런 건가요?
 
A) 애초 내용에선 이 여자가 풀을 뜯어 먹을 때 춤을 춰요. 그러니까 최초의 아이디어에 춤이나 발레 같은 것도 들어 있었고, 음악이라는 성격도 들어 있었고 그랬기 때문에 이걸 음악영화 혹은 그 비슷하게 만들 것으로 생각했었죠.
 
 
2. 경천과 음악감독 고경천 씨

▲ 사진5 주인공 경천 

Q) 주인공 경천이 이 작품의 음악감독을 맡아 주신 고경천 씨를 모델로 해서 만들어진 캐릭터라고 하는데, 음악감독을 모델로 주인공을 만들 정도면 음악감독께서 처음부터 작품 제작 전반에 많이 관여하신 건가요?
 
A) 지금이 아니면 안돼 스튜디오의 일원인 박지연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작품 중 <도시에서 그녀가 피할 수 없는 것들>의 엔딩곡이 바로 고경천 씨가 만드신 곡인데 되게 좋아요. 그 노래를 듣고 "아! 이 사람 공연을 한번 보자!" 해서 그 분이 공연을 하시는 '라이브클럽 빵'에서 공연을 봤거든요. 노래가 되게 좋은 거예요. 진정성 같은 게 많이 느껴져서요. 포크 같기도 한데 또 너무 대중적인 음악은 아니고. 마침 음악영화를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이 사람을 직접 불러서 작업하자고 생각했던 거죠. 그래서 고경천 씨에게 쫓아가서 얘기를 했는데 처음에는 "글쎄요…." 이런 반응이었지만 여러 번 찾아가서 설득했어요. 그러면서 이게 제작이 안 될 수도 있다 그런 얘기도 하고. (웃음) 결국은 그 얘기 꺼낸 지 오래 지나서야 완성이 되었죠. 그동안 계속 연락은 하는 사이였는데 뭐 작품 진행이 안 되니까 한동안 잊고 살았었죠.
 
Q) 그러면 작품에 사용된 음악이나 노래는 미리 만들어 뒀다던가 그런 게 아니라 작품이 거의 완성되고 나서 나중에 연락을 드린 뒤 만든 건가요?
 
A) OST 중에 일부는 원래 있는 음악이에요. 고경천 씨가 발표는 안 했지만 만들어 놓았던 곡이 있고 그것 말고도 작품을 만들면서 새로 만든 곡이 있고. 테마곡이나 엔딩크레딧에 나오는 음악은 새로 만든 곡이에요. 그런데 일호의 테마곡인 <기다려 줘>는 로켓 트리(Rocket Tree)의 이혜준 씨가 만드신 곡이에요. <오세암>의 주제가 <마음을 다해 부르면>이랑 <요랑아 요랑아>의 주제가 <바로 너야>의 작사/작곡을 하신 분이오. 그분이 원래 애니메이션 음악을 워낙 좋아하셔서 이번 것도 하시게 되었어요. 그것만 빼곤 나머지 곡들은 전부 고경천 씨가 맡아 주셨고요.
 
Q) 제가 보기에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의 가장 큰 장점은 음악 같아요. 그래서 마치 디즈니의 <겨울왕국>과 비슷하게 음악을 개봉 전에 미리 공개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A) OST를 공개하기 위해 지금 작업에 들어가 있어요.
 ※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OST 음원은 인터뷰가 진행된 날로부터 며칠 뒤인 2월 7일에 발매되었습니다.

▲ 사진6 작품 속에 등장하는 우리별 1호

 
 우리별 1호는 무엇일까? 

리별 1호는 대한민국 최초의 국적위성이며 1989년부터 개발이 진행되었다. 당시 대한민국은 인공위성 개발에 필요한 기술이 전혀 없는 상태였으므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졸업생과 연구원에게 영국 서리(Surrey) 대학 위성공학과 대학원 과정을 이수하게 하고 이들로 하여금 위성을 개발하게 하였다. 질량은 48.6kg, 크기는 352 × 356 × 670mm이며 사진관측 실험을 위한 지표면 촬영장치, 아마추어 무선 중계를 위한 VHF/UHF 중계기, 우주선(cosmic ray) 측정을 위한 센서, 데이터 축적/전송 실험을 위한 장치, 30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태양전지판 등의 장치를 탑재하고 있으며 총 개발비용은 38억 원이다. 1992년 8월 11일 프랑스령 기아나에 있는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아리안 4호 로켓에 실려 발사되어 고도 1,300km에 있는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하였다. 우리별 1호의 발사 성공으로 대한민국은 세계 22번째 인공위성 보유국이 되었으며 자체적으로 위성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과 인력을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별 1호는 그 후 설계수명 2년을 넘기고도 장수하여 계속 임무를 수행하다가 2004년 12월 26일 마지막으로 위성 신호를 수신한 이후 통신이 끊어졌다. 현재는 운용하지 않는 상태로 궤도를 돌고 있으며 앞으로도 수십 년 정도는 계속 궤도를 돌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과학위성 개발을 위한 우리별 위성프로그램은 1999년 5월 26일 발사된 우리별 3호를 끝으로 과학위성 프로그램으로 개편되었으며, 그 명맥을 최근 발사에 성공한 나로과학위성과 과학기술위성 3호 등이 잇고 있다.

 
  
3. 일호는 누구?

▲ 사진7 여주인공 일호

 
Q) 일호의 정체가 우리나라 최초의 국적위성인 '우리별 1호'잖아요? 왜 하필 위성인지, 하고많은 위성 중에 하필 우리별 1호로 정한 건가요?
 
A) 우리별 1호의 무게가 48.6kg으로 사람 몸무게랑 비슷해요. 그리고 나이도 비슷하고요. 92년에 발사됐으니까 우리 나이로 스물세 살이네요. 또 우리나라 최초의 위성이라는 것도 그렇고, 지금은 수명이 다해서 연락이 끊겨 우주를 떠돌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인공위성이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본다는 이미지가 아주 좋았고, 인공위성이니까 날아갈 수 있다 그런 면도 좋았어요. 그런데 사실 사람 모양의 뭔가가 날아다닌다면 아이언맨이나 아톰 같은 걸 떠올리잖아요. 좀 걱정이 되긴 했지만 뭐 인공위성이니까 날아다닐 수도 있다고 하자고 쳤죠.
 
Q) 첫 아이디어도 그런 식이지 않았나요? 2008년에 만드신 '오! 인디풀영화제' 트레일러를 보면 여자아이가 발밑에서 뿜어지는 로켓으로 날아다니고 하는 게 보이던데요.
 
A) 처음에도 그런 걸 하려고 했어요.

▲ 사진8 초기 스케치 중 하나

 

▲ 영상1 지금이 아니면 안돼에서 만든 오! 인디풀영화제의 트레일러. 경천과 일호의 초기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Q) 저도 주인공 경천이처럼 대학생이다 보니까, 등록금이나 월세 이런 거에 시달리고 사랑도 안 되고 꿈도 안 되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나 주변의 다른 친구들 모습과 비슷해서 공감이 많이 되었어요. 그래서 경천이가 마음을 잃고 얼룩소로 변해버렸다는 설정이 상징하는 게 뭔지는 감이 오는데 인공위성인 일호는 작품 속에서 무엇을 상징하는 건지 짐작이 잘 안 가더라고요.
 
A) 경천이는 마음이 있었는데 없어진 애고 일호는 마음이 없었는데 생긴 애. 일호는 경천이처럼 현실 속 어떤 누구의 모습을 상징하게끔 만들었다기보다는 그냥 환상적인 존재예요.
 
Q) 동화 속에서 주인공에게 요정이 다가오는 것처럼 뭐 그런 식으로요?
 
A) 딱히 그런 건 아니었는데…. 왜냐면 둘 다 이상한 애잖아요. 하나는 얼룩소고 하나는 위성이고 이러니까. 그냥 조금 특별하고 문제가 있는 사람들끼리 만나는 정도? 일호가 특별히 아름다운 애는 아니잖아요. 엄청 매력적인 애는 아니라서 요정의 느낌은 아니고 각자 문제가 있는데 그냥 만나는 정도죠.

   

4. 작품의 배경

▲ 사진9 판타지 로맨스를 표방하는 작품이지만 배경은 우리가 사는 서울입니다.


Q) 요새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 중에서, 특히 상업애니메이션을 보면 해외진출을 강조해서 의도적으로 무국적 세계관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원안이 우리나라에서 나온 애니메이션이지만 해외 업체와 합작을 하게 되면서 작품 색이 바뀌게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는 배경이나 등장인물을 현재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을 많이 가져왔는데 이렇게 세계관을 우리 주변으로 삼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이야기라는 것이 '나'에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하면 세계도 우리가 사는 곳, 여기 지금에서 출발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하고 예전에 생각했었어요. 그리고 한국영화가 지금 여기에 사는 관객의 동시대 모습을 자주 보여주잖아요. 그런데 한국 애니메이션이 그런 걸 많이 해내지 못 했어요. 그래서 우리가 사는 곳에서 출발해서 이야기와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작품을 몇 년 하다 보니까 요즘은 바뀌었어요. 다음에는 판타지나 다른 볼거리 많은 데로 해야지. (웃음) 영화적인 의지로서는 그런 이유긴 한데, 익숙한 공간이 사실 볼거리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된 현실 속의 공간들이 어디라는 느낌도 있지만 그게 또 그렇게 그 공간의 느낌을 아주 잘 살리고 그러지는 못했거든요. 그래서 판타지를 다룬 애니메이션보다는 좀 재미가 없는 느낌도 있어요. 그게 한편으로는 그런 볼거리에 과도하게 치중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 사람들이, 심지어는 저조차도 그런 걸 좀 재밌어하는 것 같기도 해요. 즐거움이 있으니까. 너무 우리가 사는 현실적인 배경만 등장하니까 좀 심심한 것도 있어요.
 

▲ 사진10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에 등장하는 배경들


그리고 글로벌 애니메이션에 관해서 얘기를 하자면 우리 작품 같은 경우는 사업규모가 좀 작잖아요. 제작비도 적고. 그래서 이런 선택을 할 수 있는데, 작품 규모가 커지면 국내에서 제작비 회수가 안 되니까 괴로운 점이 있어요. <넛잡> 같은 경우도 350억 정도의 제작비가 들어갔는데 국내만을 대상으로 하면 수익성이 전혀 없거든요. 감독도 어떻게 보면 외국 사람이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넛잡>의 감독이 캐나다 사람이잖아요. 350억 제작비를 들여서 만든 다음 미국에서 개봉해서 거기에서 주 수익이 나야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이 감독을 맡는다? 사실 그쪽 문화권이 아니니까 그쪽 사람들에게 맞는 코드를 잘 모르잖아요. 그 정도의 제작비를 들여서 기획하게 되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게다가 <넛잡>이 제작비가 많은 만큼 퀄리티도 헐리우드 애니메이션의 그것에 많이 근접해 있어요. 3D애니메이션이 그렇게 높은 퀄리티를 유지하려면 굉장히 자본이 많이 들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되면 저처럼 할 수는 없는 거죠.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하고 우리 이야기를 하면 제작비를 뽑을 수가 없잖아요. 사실 공존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무조건 해외로 진출하자 이런 것도 문제가 있고, 그렇다고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은 모두 나쁘다고 말할 수도 없는 거고. 거대 프로젝트도 있고 국내를 대상으로 한 중간 정도 제작비의 극장용 애니메이션도 있고 우리처럼 작은 것도 있고. 그런 작품들이 각자 자기 색깔을 내면서 공존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다들 잘 되었으면 싶어요. <넛잡>도 논란은 많은데 결국 중심으로 제작한 회사가 우리나라 회사니까. 스토리나 감독이 안 남을지라도 전체 제작과정을 이끌었던 경험과 인맥, 외국 회사들과의 연결고리 같은 건 남을 테니까 그런 면에서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5. 작품 속 이야기
  
Q)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속에서 장 감독님께서 이제까지 만드셨던 단편 작품에서 볼 수 있었던 캐릭터나 설정, 인물 관계, 표현방식과 같거나 비슷한 게 많이 포함된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이 감독님 작품의 팬을 위한 일종의 팬서비스인가요?
 
A) 하고 싶은 작품을 만드는데 만든 사람이 한 명이다 보니까 그런 게 중복되는 것 같아요. 이유는 요소마다 조금씩 다른데 뜬금없는 개그 같은 건 원래 제 스타일이고, 표현방식 같은 건 작품에 맞는 새로운 이미지를 찾다가 결국 못 찾고, 전작에서 쓰인 적 있던 표현방식에 가깝다고 생각해서 다시 가져오게 된 거고요. 중복으로 등장하는 캐릭터 같은 경우에는 일종의 우정 출연이에요.
 
Q) 작품에 나오는 소각자 캐릭터가 스튜디오에 있던 갈탄 난로와 비슷하던데 어떻게 갈탄 난로를 작품 속에 집어넣게 된 건가요?
 
A) 사실 소각자는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의 시나리오 설계를 해 주신 강상균 작가님께서 처음에 얘기했을 때는 괴물이었어요. 봉준호 감독의 <괴물>에 나오는 것 정도 크기와 느낌인데 기계로 되어 있는 괴물이요. 기계로 되어 있고, 도시에 안 보이는 데서 살고 있고. 근데 그게 생각하기가 어려운 거예요. 막상 하니까 상상도 잘 안 되고. <괴물>에 나오는 괴물은 양서류 같은 동물을 기본으로 만들어졌는데, 우리 것은 도시에 사는데 안 보일 수도 없어요. 어디에 숨어 살지? 그렇게 고민을 많이 해서 초기 디자인이 열 몇 개 정도 되었어요. 원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원령공주> 초반에 나오는 멧돼지 괴물(재앙신)에 가까웠어요. 그런데 사람들한테 물어보니까 확실히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 같은 이미지가 나오니까 안 되는 거죠. 또 사람 모양으로 생긴 괴물도 생각했었는데 <진격의 거인> 같은 거예요. 하필 사람을 먹으니까. 이미 있는 이미지랑 겹치면 바로 얘기가 나오거든요. 그래서 이미지가 다른 작품하고 겹치는 건 다 빼고 결국은 어차피 로봇이면 그냥 익숙하게 생긴 로봇으로 해서 될 것도 아니고, 난로가 자세히 보니까 로봇같이 생겼길래 차라리 난로로 하자고 했죠. 난로는 아무도 안 썼더라고요.
 
Q) 스튜디오에 이 갈탄 난로를 들여오면서 생긴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고 들었는데요.
 
A) 미술감독님께서 난방비가 적게 든다고 추천해 주셨어요. 그리고 지금 스튜디오가 있는 건물이 오래되어서 전기보일러를 쓰려면 배선 작업을 새로 해야 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갈탄 난로를 들여놓고 나서 작업을 못 하겠는 거예요. 30분마다 한 번씩 갈탄을 넣어 줘야 했거든요. 너무 많이 넣어도 안 되고 너무 적게 넣어도 안 되고. 그래서 그걸 저랑 박지연 감독님, 작화감독님 세 사람이 돌아가면서 갈탄을 넣는데, 못 쓰겠더라고요. 일단 작화지에 재가 쌓이는 데다, 저렇게 작화지에 쌓일 정도면 우리 몸속에도 쌓이는 거겠죠? (웃음) 게다가 갈탄을 사려면 경기도 어디까지 차를 끌고 가서 사야 해요. 타고 남은 재를 버릴 때도 재활용이 아니니까 일반 쓰레기 봉지에 담아 버리고…. 연비 절약은 좀 되는 것 같긴 한데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어요. 또 온도 조절도 잘 안 돼서 뜨거울 땐 너무 뜨겁고 추울 땐 너무 춥고요. 그래서 돈이 들더라도 난로를 새로 사자 해서 갈탄 난로는 한 해 겨울만 쓰고 지금 쓰고 있는 전기 석유 난로를 새로 산 거예요. 더 세련된 T-1000으로 진화해서. (웃음)

▲ 사진11 (A)소각자와 (B)소각자의 원본이 된 갈탄 난로 

Q) 그럼 그 갈탄 난로는 지금 어떻게 되었나요?
 
A) 저 옆에(스튜디오 창고) 있어요. 구석에 이러고….
 
Q) 사용은 안 하시더라도 꺼내 놓으시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기자들이 와서 찍어 가게요.
 
A) 네. 그런 얘기도 많이 하더라고요. 난로가 있다는 게 정겨운 풍경이니까. 근데 뭐 파이프가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그렇게 정겨울 것 같지도 않은데. (웃음)
 
Q) 기계라는 게 그런 것 같아요. 어떤 특성을 얻으면 다른 특성에서는 내줘야 하는 게 있으니까요. 저는 그래서 소각자를 보면서 이렇게 애니메이터들을 괴롭히니까 얘는 악역으로 나오게 해야지 해서 넣으신 줄 알았어요.
 
A) 딱히 괴롭힌 건 아닌데…. 대신 그런 게 힘들었어요. 난로 뒤에 손을 데지 말라고 그물 모양으로 보호판을 만들어 달아 놨는데 그걸 그리기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중간에 3D로 만들었어요. 그러니까 초반이랑 후반 장면은 3D고 중반 장면은 2D로 이미 만든 부분이 들어간 거죠. 2D로 만든 부분을 3D로 대체할까 하다가 그만한 제작 시간이 없어서 관뒀어요.
 
Q) 이번 작품을 보니까 그동안 단편 작품에서 보여주셨던 작품 색을 어느 정도 내려놓으신 것처럼 보였는데,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를 만드시면서 감독님 특유의 색깔과 실제로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이 갖춰야 할 것 사이의 간극은 어떻게 조율하셨나요?
 
A) 많이 뺐죠. 원래 제 작품이 개연성 없는 개그가 많아서 많이 뺐어요. 사실 그런 게 더 잔뜩 있었는데. 근데 극장용 애니메이션이라는 게 사실 스토리텔링이 계속 쌓여서 하나의 극을 만들어야 하는 건데 그런 부분이 약했어요. 그래서 조율이 힘들었고요. 원래 제가 가진 특징을 너무 빼다 보면 제 영화가 아닌 것 같고, 다 넣다 보면 스토리텔링에 문제가 생길 것 같고. 조율하는 과정은 주로 스태프들이나 시나리오 작가 같은 분들의 조언을 받아서 했어요. 시나리오는 제가 쓰긴 했지만, 중간에 컨설팅해 주시는 작가분한테 좀 도와달라고 해서 그 분이 정리해 주셨어요. 그게 어려운 것 같아요. 하면서 더 잘하게 되기를 바라야죠.
 

▲ 사진12 팬들이 만들어 전해준 <무림일검의 사생활> 배지와 클레이

   
6. 작품 밖 이야기
 
Q) 감독님께서 그동안 내놓으신 단편 작품들 덕분에 독립애니메이션 감독 중에서는 가장 인지도가 높았던 편이었고 심지어 대중적인 인지도까지 있어서 팬아트를 그려서 보내주시는 분까지 계실 정도였는데 혹시 이런 관심이 작품을 만드는 데 부담이 되지는 않았나요?
 
A) 부담이 됐죠. 다른 감독들보다 주목하는 사람이 더 많기는 했는데 팬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사실 제일 부담이 되는 건 저 스스로였어요. "난 원래 별로 잘 못 하는 애야."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차라리 속 편한데 "나는 그래도 어느 정도 잘했었잖아?" 이런 식으로 생각하게 되면 전보다 더 잘 해야 하지 않나 싶어서 부담돼요. 사실 그런 게 싫어서 애니메이션을 하게 된 거였거든요. 공부 등수 올리고 그런 게 싫어서. 그런데 이거든 뭐든 다 그런 게 있어요. 특히 제작기간이 오래 걸리니까 더 어려웠어요. 이게 진짜 올림픽 나가는 심정과 비슷해요. 4년을 준비해서 한 번 나가잖아요. 극장 애니메이션이라는 것도 몇 년 만들어서 1주~2주 걸려 있잖아요. 며칠 만에 결정되는 성과를 위해서 오랫동안 그 날만을 생각하면서 훈련하는 거랑 비슷한 것 같아요.
 
Q) 그렇게 힘드실 때마다 가장 용기라던가 위안을 줬던 게 무엇이었나요?
 
A) 중간에 작품을 안 만든다는 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만드는 것 말고 다른 선택은 없었고요. 대신 같이 있는 동료들이 제일 힘이 되죠. 주로 박지연 감독님, 그리고 작화감독님과 주말에도 계속 일을 해서 그 사람들하고 일에 관해 얘기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요. 밤에 일이 끝나고 술 마시면서 어느 장면은 좀 별로였다. 어느 장면은 좀 잘 나왔다 그런 얘기를 주고받고….
 
Q) 최근 몇 년 사이에 독립애니메이션계에 계신 분들의 장편 작품이 개봉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도 포함해서요. 이런 작품 중 몇몇은 '저예산 상업애니메이션'을 표방하기도 하고 어떤 작품은 '독립 장편애니메이션'을 표방하기도 하는데요, 감독님께서 KMDB에 쓰신 칼럼을 보니 애니메이션은 예술이라고 생각하시면서도 한편으로는 재미있는 작품이 좋다고 말씀하신 것도 볼 수 있었습니다. 감독님의 작품, 특히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는 예술성과 상업성 중 어디를 지향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제 생각에는 그 둘이 공존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은 것 같아요. 유리 노르스테인(Юрий Норштейн)의 작품인 <안개 속의 고슴도치> 같은 걸 보면 되게 재밌어요. 캐릭터도 너무 귀엽고. <케르제네츠 전투>는 재미있지는 않은데 예술적이고요. 하지만 재미와 예술성이 공존할 수 없는 것 같진 않아요. 그러니까 예술적이라는 게 재미있다는 것과 반대말은 아니라는 거죠.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이 사실 되게 예술적인데 또 재미있잖아요. 또 봉준호 감독이 한국 영화에서 갖는 위치가 예술적이면서도 재밌다는 거죠. 물론 <설국열차>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데 안 되면은 그냥 자기 색깔을 분명하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더 예술적으로 가든지 더 재미로 가든지. 저는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재미있는 작품이 좋아요. 재미라는 게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재미있다 보면 예술적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는 그런 고민이 해결 안 된 채로 남았어요. 
 
저는 우리나라 상업영화들이 많은 부분에서 전반적으로 수준이 높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영화 수준은 정말 싸구려인데도 흥행하는 영화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그런 게 잘 없어요. 잘 된 영화를 보면 다 괜찮고 잘 만든 게 많더라고요. 잘 안 될 것 같은 영화도 예술성이 있으면 잘 되는 영화들이 많이 생겼어요. 예를 들면 <연애의 온도>라는 영화는 많이 장르영화답지는 않거든요. 멜로도 아니고 로맨틱 코미디도 아니고. 그런데 연애에 대한 단상이나 캐릭터를 잘 보여주고 있고 그런데도 흥행도 잘 됐어요. 또 한국 관객들도 예전보다 좋은 작품을 알아보는 눈이 높아졌고요. 이런 면을 볼 때 상업적인 영화라고 해서 꼭 예술성이 없다고 하긴 어렵다는 거죠. 문제는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가 그 정도 수준까지 가 주면 좋은데 지금은 상업성 쪽이든 예술성 쪽이든 둘 다 못 간 것 같고요. 지금 만약 뭔가를 더 추구해야 한다면 더 상업적인 걸 하고 싶어요. 관객들이 좀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요. 그래도 앞서 말씀드렸듯이 우리나라는 보는 사람의 수준이 높아서 상업적으로 재밌는 영화를 만들어도 결코 수준이 낮지는 않다고 할 수 있어요.
 
Q) 감독님 작품에 대한 평을 찾아보다가 해외의 상업 애니메이션은 작품 속에 나오는 자그마한 요소들까지도 상업성과 연계되어 있는데 감독님 작품은 가공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감성이라고 써 주신 분이 계시더라고요. 저는 이게 감독님 작품뿐만이 아니라 지금의 우리나라 애니메이션들이 보여주는 특성과도 아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그렇지 않은 작품들도 꽤 있긴 하지만요.
 
A)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캐릭터들에게 역할이 딱 정해져 있는 면이 없거든요. <슈렉>을 보면 당나귀가 말 많은 조연캐릭터는 내가 하고 있다고 자기들끼리도 그렇게 말하잖아요? 실사영화에서도 미국영화들이 그렇거든요. 항상 좀 크고 말 없는 애가 하나 나오고 말 많고 작은 애가 하나 있어요. 그리고 미국영화는 끊임없이 말을 하잖아요. 정확하게 어떤 지점에서 개그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 캐릭터들이 존재한다는 느낌이 있는 거죠. 해외 작품은 그렇게 공식화된 것이 있다는 건데, 우리 작품이 그렇지 않다는 건 두 가지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첫째는 작품을 많이 만들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면을 모두 고려해서 조직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기술이 떨어진다. 그리고 둘째는 그래서 진부하지는 않다는 거죠.
 
Q) 작년에 동우A&E에서 만든 <꿈의 보석 프리즘스톤>이라는 한일합작 애니메이션을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걸 보면 진짜 사소한 것까지도 상품이 있고 상품과 애니메이션 내용이 연계가 잘 되어 있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서 굉장히 놀랐습니다.
 
A) 그게 강점이기도 하면서 일본 내에서도 논란이 있는 것 같아요. <에반게리온> 같은 건 제작진이 장난감으로 안 팔리게 하려고 디자인을 그렇게 했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지금의 일본 애니메이션은 옛날처럼 작품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그런 힘이 떨어졌어요. 전반적으로 당장 상업성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장래는 굉장히 불안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렇지 않나요? 옛날보다 대작이 없고, 감독들도 여자아이들이 나오는 식의 사소한 이야기를 많이 다루고. 그게 사실 오타쿠들이 좋아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시장 전체를 끌어안기 위해서는 상업적인 걸 떠나서 작품 자체에 힘이 있고 큰 세계관을 다룬 작품이 필요한데 그런 게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일본 내에서도 그런 걱정을 하더라고요. 그런 작품이 자꾸 줄어들고 있고 상품 파는 작품만 많이 나온다고요. 한편 반다이비주얼이 애니메이션 작품에 투자하는 이야기를 들어 보면 돈이 안 될 것 같은 작품도 섞어서 투자한다고 해요. 왜냐면 그런 작품들이 당장에는 손해를 끼치는 것 같지만, 전반적으로는 상업적인 토대를 유지하는 중요한 축이라는 거예요. 장기적으로 보면 그런 것들이 팬층을 늘리고 애니메이션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끄는 요소가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작품에 투자하더라고요. 길게 보면 투자금을 다 회수한다고요.
 
그런 면에서 극장용 애니메이션과 TV 애니메이션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TV 애니메이션은 시청자가 직접 돈을 내는 게 아니라서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관련 상품이 팔려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까 광고 같은 성격을 갖게 되는 거죠. 하지만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TV보다는 캐릭터라이선스 사업이 덜해요. 극장용 작품으로 캐릭터라이선스 사업을 할 수 있는 건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이 최고고 그 외에 지브리 정도? 그 정도의 인지도가 바탕이 안 되면 극장에 1주일에서 2주일, 조금 더 걸린다고 해도 3주일 걸려 있는 게 보통인데 그 정도 노출로 사람들이 그 캐릭터를 알아서 사소한 상품까지 사 줄까요? 픽사나 디즈니, 드림웍스 정도는 되어야 그런 게 가능한 거죠. 글로벌 마케팅을 하고 테마파크까지 가지고 있으니까요. 우리나라 작품은 그 정도 규모를 갖추지 못하니까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가지고 라이선스 사업까지 하기는 어려워요. TV 애니메이션이 더 적당한 것 같고요. 노출이 많잖아요.
 
Q) 단편이든 장편이든 다음 작품에 대한 구상이 있나요?
 
A) 전작인 단편 <아빠가 필요해>를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생각이에요.
 
Q) 단편 작품은요?
 
A) 단편도 생각이 있는데 기회를 잡고 있어요. 언제 할지요. 지금은 너무 지쳐서요. 지금은 개봉 단계니까 다른 일을 좀 하겠는데 작품 제작을 오래 하니까 너무 힘든 거예요. 다음에는 더 빨리해야죠. 빨리해야지 덜 괴롭죠. 이게 고시공부라고 치면 2년만 하는 게 좋지 5년씩이나 하면 뭐가 좋겠어요? 될 수 있으면 빨리 끝내는 게 여러 사람을 위해서 행복한 일이에요.
 
Q) 작품을 위해서도 좋죠.
 
A) 네. 오래 한다고 잘 나오는 게 아니에요.
  

▲ 사진13 대관령에서 따 온 거야 

 
제가 장형윤 감독님의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2008년, <셀마의 단백질 커피>가 개봉했을 무렵 한 게시판에서 익명의 어느 분에게 추천을 받아서였습니다. 독립 애니메이션을 보러 가는 것은 난생처음이었기 때문에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극장에 갔습니다. 그런데 전체 3개의 단편 작품 중 두 번째였던 <무림일검의 사생활>을 보고 나서 저는 이 영화를 보러 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독립 애니메이션이 아주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우리나라 독립 애니메이션의 세계에도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장형윤 감독님의 이름을 기억하게 된 것은 물론이고요. 만약 그때 저에게 그 영화를 추천해 주신 분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저는 지금까지도 우리나라 독립애니메이션에 관해 전혀 모르는 채로 남아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조차 전혀 몰랐을지도 모르죠. 6년 전 이름조차 모르는 그분이 저에게 그랬던 것처럼 저도 누군가에게 이 작품을 보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로 인해 누군가 한 명이라도 이전에 전혀 알지 못했던 세계를 보게 되기를 바라며 말입니다.
 
올 2월 20일에 개봉 예정인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과연 오랜 기다림 끝에 어떤 모습으로 만날 수 있을 지 기대됩니다.

◎ 출처
-사진1,2,9 장형윤 감독
-사진 4,10, 직접 촬영
-사진 3,5,6,7,8,9,11(A),13, 영상 1  지금이 아니면 안돼
-사진 11(B) http://blog.naver.com/metalslug200/10142854617 
-사진 12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korea_ani&no=21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