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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콘텐츠 영재 만들기 상상체험관’ 조하섭 팀장님을 만나다.

by KOCCA 2015. 10. 22.


‘미국, 일본, 중국, 독일, 영국’ 이 다섯 나라의 공통점을 알고 계시나요? 이 나라들은 바로 ‘세계 5대 문화 콘텐츠 강국’입니다.⃰ 이들이 만든 콘텐츠는 전 세계로 수출되어 세계인의 사랑을 받습니다. 문화 산업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이들 5개국이 가진 국가 브랜드의 힘을 이야기 합니다. 자본력과 특유의 자유로운 문화를 가진 미국, 신화가 아직 살아 숨 쉬는 일본, 장대한 대륙의 역사를 가진 중국, 장인의 나라 독일, 신사의 나라 영국처럼 말이죠. 이 5개국은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콘텐츠는 그런 자국의 독특한 면모를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여러분은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열정, IT기술, 정, 분단 등 다양한 이미지가 있지만 5대 콘텐츠 강국처럼 명확하게 생각나는 단어는 아쉽게도 없습니다. 실제로 남북한을 구분 못하는 외국인도 있고,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있는 나라라는 평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국가 브랜드가 없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세계인의 심장을 뛰게 할 이야기 DNA가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대한민국 구석구석에 숨어있어서 찾지 못한 것일 뿐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는 이런 숨은 이야기들을 찾아 빛나게 해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지역콘텐츠지원팀’입니다. 그래서 동행했던 문정숙 영문기자님과 함께 이번 ‘콘텐츠 영재 만들기 상상체험관 2015’의 숨은 주역 ‘지역콘텐츠지원팀’의 조하섭 팀장님을 만나보았습니다.


*: 한국콘텐츠진흥원. 「2014 해외 콘텐츠시장 동향조사 1.총괄편」. 2014.12.31.


Q1. 안녕하세요 팀장님! 이번 콘텐츠 영재 만들기 상상체험관이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는 것 같은데요, 혹시 기획의도를 알려주실 수 있나요?


A. 콘텐츠의 생명력은 상상입니다. 사실 민담, 설화 등 상상을 모태로 하는 스토리는 지역에 상대적으로 더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수도권 집중이 심합니다. 콘텐츠도 수도권 집중이 심해서, 지역의 콘텐츠를 활용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놓치고 있는 콘텐츠들을 발굴하고 싶고, 국내를 넘어 세계로 나아가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지역 콘텐츠들을 노출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부스별로 난잡하게 홍보하는 것 보다는 스토리를 엮어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만드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태초에 신화가 있었으니 신화부터 시작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지구와 인류가 생기기 시작했으니 정글과 모험을 통해 상상하고 미래로 가는 커다란 테마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 어울리는 콘텐츠를 넣었습니다. 저는 이 과정을 별자리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밤하늘의 별도 저마다 이름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로 부족하기 때문에 별자리로 엮어 더 의미 있고 파급력 있는 스토리를 만들었습니다. 우리의 지역 콘텐츠들은 하나하나 보면 괜찮지만 파급력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스토리를 엮어 지역 콘텐츠에 의미를 부여 하고 싶었습니다.


▲ 사진1. 활쏘기를 체험하는 어린이 방문객들


또 이왕이면 어린이들이 체험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어린이들과 부모님께 유익함을 동시에 만족시키면서요. 어린이야말로 미래 콘텐츠의 주역이고, 그들에게 이 스토리가 이런 기획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것을 처음부터 깨닫게 하긴 무리입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접하면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고, 이 때 생긴 관심과 번뜩이는 영감으로 응용 놀이를 만들던가, 부모님께 새로운 제안을 할 것입니다. 부모님들은 그런 자녀의 모습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아이들이 어떤 분야에 관심 있는지 알아보고 인정해준다면 아이들의 재능을 찾아주어야 하는 부모의 역할을 다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놀고 재미있게 즐기며 아이의 관심분야를 찾다보면 우리 행사목표에 다가서지 않을까 싶습니다.


Q2. 글로컬이라는 말이 대부분 생소할 텐데, 처음 접하는 사람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세요.


A. 글로컬은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의 합성어입니다. 지역(로컬)에 있는 것을 잘 엮어 글로벌하게 만들자는 의미로 쓰였고, 만들어진지는 몇 년 되었습니다. 물론 이 개념은 저희가 만든 것은 아닙니다.


▲ 사진2. 행사장 내 비치된 병아리 부스를 체험하는 어린이


Q3. 지역콘텐츠는 가능성이 많아 보이는데, 팀장님이 생각하는 가능성과 글로컬 콘텐츠의 부가가치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많은 사람들이 지역콘텐츠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촌스럽다’, ‘열악한 환경’, ‘자금난’입니다. 일부는 사실이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다릅니다. 저도 처음에는 정말 그런가 싶었지만 어느 날 아니라고 확신했습니다. ‘지역은 힘들어요, 열악해요, 없어요.’가 아닙니다. 지역은 너무 많습니다. 다만 커튼에 가려져 있고, 그림자 진 것일 뿐이죠. 커튼을 열어주고 햇빛을 보게 해주기만 해도 되는데, 이걸 가능케 하는 게 언론의 힘일 수도 있고 약간의 돈을 지원하는 작업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지역 콘텐츠를 부흥시키고자 하는 목적으로 이 행사를 개최한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획자가 지역에 있는 것들을 스토리텔링으로 엮어 이야기를 만들게 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재미있게 받아들이면 그것이 바로 산업적으로 파급되는 것이라 보고요. 지역 콘텐츠의 스토리가 전문가를 통해 계속 살을 입을 수 있고,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어야 튼튼한 콘텐츠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사진3. 공룡 발자국으로 유명한 경상남도의 공룡 캐릭터 상품 진열대


Q4.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역콘텐츠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여주어 관광지가 개발 된다던가 콘텐츠 관련 상품의 새로운 판로를 개척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A. 맞습니다. 콘텐츠는 그 자체의 힘보다는 관광과 지역 특산물, 음식 등과 연계해서 융합되어야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드라마, 영화 등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외 부가적인 것까지 영역과 시장을 넓혀야 합니다. 하나의 캐릭터가 나오면 그걸 응용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고, 현장이 있으면 관광 상품을 만들고, 먹을 것을 주제로 했으면 음식이 전 세계로 퍼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재미있는 산업입니다. 


OSMU라고 10여 년 전에 만들어진 개념이 있습니다. One Source Multi Use의 약자인데, 맞는 말이라고 보지만 저희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S가 Story일 수도 있다고 말이죠. 그동안 S가 Source 라고 계속 접하고 들었는데, 어느 날 보니까 Source는 좀 막연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 게임 등을 소스라고 하는데, 이런 것들이 생명력 있고 상상력 풍부한 ‘스토리’를 담고 있으니 Story가 더 구체적으로 접근한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 사진4. 체험 부스에서 직접 콘텐츠를 체험해보는 관람객들


Q5. 테마파크 형식의 이벤트를 향후에도 조성하실 생각이신가요?


A. 조성해야 합니다. 다만 예산이 수반되는 문제라 정부와 같이 협의를 해가면서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Q6. 지역 콘텐츠 아이템들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스토리가 많이 필요했겠네요.


A. 그렇죠. 그래서 지역에 있는 것을 발굴해내려면 지역의 진흥기관들을 만나야 합니다. 지역 지자체 공무원들과 계속 만나면서 우리가 돌출하고 싶은 것들을 제안하고 선발해 달라 부탁하고, 놀이터에는 어떤 것을 놓으면 좋을지 의논합니다. 이런 사전협의를 몇 차례에 걸쳐 했습니다. 이를 지역에서 받아 스토리로 엮은 거죠. 우리가 혼자서 기획해서 이거 따로 저거 따로 하기에는 부족하니까요. 지역에서도 뜻이 있어야 합니다. 함께 가야 시너지가 있지 혼자 이끈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역에서도 많이 고마워하고, 자기들이 만든 지역 콘텐츠를 이런 큰 무대에서 노출할 수 있으니 서로 좋은 거죠. 지역 콘텐츠 없이는 우리 콘텐츠가 더 성장할 수 없습니다.


▲ 사진5. 콘텐츠 제작자를 꿈꾸는 어린 아이들의 소망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님,

한국콘텐츠진흥원장님의 의지가 적힌 소원 쪽지


Q7.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A. 행사장 내 정책홍보관에서도 알 수 있지만, 지역콘텐츠지원팀에서는 올해 새로 지역의 콘텐츠 활성화를 위한 지원과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홍보관에는 지역의 좋은 콘텐츠를 토대로 잘 수행하고 있는 22개의 과제를 간략히 소개하고 있죠. 이 과제들이 아이들에게 “엄마와 할아버지의 고향에 이런 것이 개발되고 있네?” 하고 자연스럽게 관심을 유도 한 후, 엄마와 할아버지가 그런 이야기를 해주면 “나 그거 알아요!” 하며 자꾸 지역콘텐츠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요소가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영토, 콘텐츠로 넓힌다!’라는 문구가 마음에 와 닿습니다. 콘텐츠로 언제든지 경제영토를 넓힐 수 있다는 의미이니까요. 우리는 그 동안 좁은 영토에 한정된 자원이 있다고 생각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자구책이 간척사업이었죠. 그러나 간척으로 인해 환경이 훼손된다는 등 부정적인 견해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저 문장은 자연을 훼손시키던 간척의 개념을 뒤집은 것입니다. 우리의 콘텐츠가 세계로 영역을 넓혀나가는 모습을 상상하면 신나고 재미있습니다.


사진6. 행사장 내 비치된 한국콘텐츠진흥원 정책홍보관


이웃나라이자 세계 2위의 콘텐츠 강국인 일본이 대표적 글로컬 콘텐츠 강국입니다. 일본은 전 국토에 아직 신화와 설화가 살아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의 주인공인 신을 모시는 축제 ‘마쓰리’가 전국에서 매일 열리고는 합니다. 일본의 콘텐츠 제작자들은 이런 숨은 이야기들을 발굴하여 콘텐츠로 만든 후 세계시장에 내놓습니다. 숨은 이야기는 그 콘텐츠에 독창성을 불어넣습니다. 그리고 세계인들은 그런 일본의 독특한 콘텐츠에 열광하고, 소비합니다. 결국, 본을 오늘날의 콘텐츠 강국으로 거듭나게 한 것은 지역의 다양한 소재를 소중히 생각하는 자세였습니다.


▲ 사진7. 함께 취재했던 문정숙 영문기자님과 인터뷰에 응해주신 지역콘텐츠지원팀 조하섭 팀장님


이번 콘텐츠 영재 만들기 상상체험관은 지역 문화의 글로벌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장이었습니다. 특히 전시장 입구에서 보이는 ‘대한민국 영토, 콘텐츠로 넓힌다!’라는 문구는 세계로 뻗고자 하는 우리 지역 콘텐츠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의지를 잘 담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문화를 즐기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우리의 새로운 문화, 경제적 간척지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는 우리도 다 파악하지 못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그 이야기들이 어쩌면 ‘콘텐츠화’라는 새 옷을 입었을 때 전 세계인들이 환호하는 이야기로 탈바꿈 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도 주위를 돌아보세요. 여러분 동네에 전해지던 사소한 전설이 세계를 유혹하는 스토리가 될 수 도 있습니다.


ⓒ사진출처

-표지 직접촬영

-사진1~7 직접촬영